웹소설: 오류(Error) Ch. 9 - 재떨이

일 년 후 봉운은 박영감에게서 아들을 낳는다. 박영감은 뛸 듯이 기뻐하며 잔치를 벌인다. 하지만 봉운이 산후조리를 마치고 아기를 돌 보는 대신 박영감의 욕심에 의해 다시 농사일에 메달리게 된다. 박영감이 어디서 알았는지 한 젊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아기의 보모로 삼고 그 이후로 봉운은 아내라기 보다는 거의 종과 같았고 근본도 알 수 없는 그 젊은 여자가 박영감의 아내 행세를 하게 된다.

 

세월이 흐르고 아기가 점점 자라자 그 젊은 보모는 아이에게 세뇌를 시키기 시작한다.

 

“동순아, 니 애미는 저 억센 여자가 아니라 나란다. 저 여자는 너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아. 그저 너의 씨 다른 두 형들을 위해 너를 낳은 것 뿐이야. 비록 난 널 낳지 않았지만 나는 널 내 친아들로 생각하고 키웠다. 그 점 명심해야 한다. 아들아.”

“예, 엄마.”

 

거의 하루종일 농사일에 메달릴 수 밖에 없는 봉운은 어린 아들을 볼 시간조차 나지 않았고 그렇게 자기의 새 아들이 자기를 업신 여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느 날 마당에서 일곱 살 된 박영감의 아들과 봉운이 마주친다.

 

“아줌마! 아줌마는 내 엄마 아니야! 저기에 계신 분이 내 엄마야!”

“동순아, 아니야, 내가 널 낳은 친엄마야. 일 때문에 널 돌보지 못한거 미안해.”

“핑계대지 마요. 아줌마는 아줌마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저 분은 나 밖에 몰라.”

“… …”

 

이미 동순의 뇌리에 단단히 세뇌가 되어 버린걸 안 봉운은 더이상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그만큼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해 초겨울, 종술이 축구하다 크게 다쳤을 때 박영감이 서둘러서 수술을 시켰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오히려 학교에서 모금한 수술비를 가로챈 것은 도저히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이었다. 봉운은 그 사건 이후로 왠지 미심적은 박영감이 자기 아들의 교육을 책임질거라는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고 일에 대한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그 것을 알아챈 박영감은 어느날 봉운이 와이셔츠를 제 때에 다려 놓지 않았다는 꼬투리를 잡아 봉운의 뺨을 갈긴다.

 

 

“당신, 요즘 하는 게 영 맘에 안 들어! 이러면 내가 한 약속 지킬 수가 없지! 내년 쯤에 내 재산 반을 뚝 잘라 줄려고 했는데 자꾸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퍽!”

“헉!”

 

봉운은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동댕이 쳐 지며 일어서지 못한다. 마침 어머니를 보러 온 종옥이 그 광경을 목격한다.

 

“어..어. 당신 우리 어머니한테 무슨 짓이야!”

 

종옥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마루에 있는 재떨이를 들어 박영감의 머리를 가격한다. 어머니는 그 이후로 몸의 반쪽에 풍이 오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박영감은 머리를 크게 다쳤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결국 종옥은 살인미수로 철창에 갇히게 되고 혼자 남은 봉운은 박영감의 집에서 연명을 한다. 박영감이 봉운을 쫓아 내지 않은 것은 봉운이 이혼을 할 경우 재산의 절반을 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YouTube - 짭짤한 시인의 싱거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