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머타임 해제그 첫날

 

 


어젯밤 10시에 잠든 몸깨어 보니 2시였다. 4시간이라는 부족한 수면시간으로 오늘을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단잠을 잔 느낌이 좋아서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제꼈다컴퓨터는 이미 서머타임 해제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1시로 맞추어 놓은 상태이게 왠 떡아니떡이라기 보다는 피(Blood)피같은 한 시간우선 컴퓨터 언어인 자바스크립트 진도를 나갔다이쪽 분야가 붐이 일어나서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여 과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을지 불안하나 딱히 내 처지에 할만한 공부는 이것이니 하는 수 밖에.

 

어느덧 컴퓨터의 시계는 3시를 가리켰다잠은 오지 않으나 불 끄고 스마트폰으로 잔잔한 인디음악을 틀어놓고 누었다. 2시간이 흘렀을까잠은 잔듯 하나 그 소리는 계속 들리는 그런 애매한 잠. 4 5락이라 했나이 나이에 시험 볼 일은 없으나 4시간 수면이 정도 잤으면 충분하다는 합리화를 하고 자리를 털었다미국에서 듣는 요즘 한국의 소식은 참담하기만 하다언제쯤 북한의 위협없이 그리고 불평등한 환경을 뜯어 고치고 살만한 나라가 될지이 미국도 살기 힘들다고 남의 나라 간섭 않고 고립주의로 가려는 형편이다

 

속이 비어 뭐 좀 먹을까 냉장고를 여니 얼마 전 애틀란타에서 사온 헛개차 힘찬하루가 있어 한 컵 들이켰다위장이 시원해져 왔다삶은 달걀 두 개 먹고 커피도 마시며 아침을 때웠다조카들도 부시시 일어나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는다아침 9성가대 연습이 있어 20마일 떨어진 내쉬빌 한인교회로 향한다머리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으나 그렇다고 썩 개운한건 아니다발성연습을 시작으로 한 시간이 넘는 찬양연습을 하고 2부예배를 드린다순간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찬양속 노랫말작지만 아멘이 절로 나오는 목사님의 설교찬양의 출력은 눈물말씀의 출력은 아멘소리기도의 출력은 무릎이다



 

우리 교회에는 기도의자가 있다장시간 기도할 때 다리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장만한 것이다무릎꿇음에 아픔이 동반하지 않아 처음엔 이렇게 편하게 기도해도 하나님이 들으시나 의문이 들었는데 이렇게라도 무릎을 꿇음으로써 하나님 앞에 낮아진다는 생각이 든 이후로 그 기도의자를 애용한다예배가 끝나고 친교실로 간다점심은 비빔밥하지만 1시에 베드로 선교회에서 회식을 하면서 선교회 회장님이 의료선교팀도 함께 먹자고 하여 교회 근처 하나비 일본식당으로 갔다찌라시 하나를 어머니와 나눠 먹고 스시가 잔뜩 나와서 오랜만에 실컷 먹었다

 

올해 마지막 의료봉사로 Iglesia Evangelica 히스패닉 교회로 간다앞에 여자 집사님 NMY의 차를 뒤 따라 가다 신호대기에서 “Homeless Hungry(배고픈 노숙자)” 푯말을 들고 쩔뚝거리는 50대 나이즈음의 한 아줌마가 차도를 서성인다앞에 가던 여자 집사님이 경적을 울려 그 노숙자를 부른다돈을 건낸다그 바로 옆의 백인 아저씨가 잘 포장된 음식을 건낸다곧 겨울이 온다눈물이 핑 돈다그 순간 신호가 바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 교회에 도착하고 의료장비와 약을 부린다순박한 라티노의 얼굴들이 미소로 반긴다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 주고 비타민을 나눠준다차례로 혈압과 당을 체크하며 독감예방 접종도 하고 의사인 권사님이 진료를 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나도 당을 체크해 보니 172가 나온다아까 과하게 먹은 스시 때문인거 같다언제 제대로 공복에 측정해 봐야 겠다진료를 다 끝내고 헤어진다집에 와서 저녁 먹을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아침에 마신 헛개차로 대신한다. 5시 반졸음이 쏟아진다양치질도 하지않고 양말을 신은채 잔다깨어보니 7시 반일요일인데도 직장에 불려간 동생은 아직 오지 않는다공부를 할까 하다가 또 글을 쓴다.내 머릿속 산재해 있는 오늘을 끄집어 내어 글자로 옮긴다인터넷이라는 바다에 쏟아 붓는다지금 이 시각은 밤 9 21하지만 서머타임이 해제된 오늘 이 시간 이 몸은 10 21헷갈린다스산한 11월 가을이 옆구리를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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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6 [21:26]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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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Nashville Pak) 가문의 숨겨진 역사


- 타박상을 조심하라


우리 가문에는 친할아버지(박진수)와 삼촌이 타박상으로 이른 나이에 돌아 가셨다. 일제때 할아버지는 일본군에 들어가시게 되었고 만주 일제 공군기지에 장교로 근무하셨다. 아버지의 증언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할아버지 숙소에 봇짐장수가 찾아왔고 할아버지는 무언가를 그에게 건네셨다고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독립자금이었다. 

어느날 그 공군기지에 불이 났는데 억울하게도 할아버지가 조선사람이라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고문을 받았다. 곧 해방이 되고 할아버지 가족은 남으로 이주하셨다. 하지만 극단적인 조직에 의해 할아버지는 일본군 이었다는 겉모양만으로 2차 고문을 받아 30대 중반의 나이로 돌아 가실 수 밖에 없었다. 

삼촌(박종술)은 중학생의 나이로 고등학생들과 축구를 하다가 상대 선수의 무리한 공격으로 무릎에 큰 부상을 당하셨다. 불쌍히 여긴 학교측은 모금을 하여 수술비를 마련했으나 의붓아버지가 그 돈을 가로 채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그만 어린 나이에 돌아 가셨다. 홀로 남은 아버지는 2년간 방황하다 정신을 차리고 "이 몸은 태평양을 지키겠다."라는 각오로 해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였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의붓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학대를 목격한 아버지(박종옥)은 마루 위에 있는 재떨이로 의붓아버지의 머리를 가격하여 살인미수로 감옥에 가게 된다. 2년후 아버지는 출소하시고 지금의 어머니를 아내로 맞아 1983년 아내와 삼남매를 한국땅에 두고 생계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어지러운 세상을 거친 1세대 2세대 어른들의 피땀의 결과로, 우리 후손들은 그 뒤를 미국땅에서 이어가고 있다. 누나는 오하이오에서 교수로 있는 남편과 직장생활을 하고 동생은 미육군 소령으로 조기은퇴하여 클락스빌에서 군교육자로 일하며 한가정의 아빠로 고생하고 있다. 

나는 한창 공부하던 중 병을 얻어 휴학하고 부모님을 도와 옷수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글쓰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있다. 글쓰는 것에 비해 독서량이 부족한 걸 절감하여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한 권 읽기 실천을 하고 있다. 남은 세월동안 읽기와 쓰기로 '나'라는 인간을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이제 나의 필명을 그린(글인 > 글쓰는 사람)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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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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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순간 ]

가게 연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손님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다가 벌러덩 넘어져 빤스바람으로 밖으로 튀어 나왔다.

어머니와 나는 놀라서 괜찮냐고 묻자 그 여자 손님은 창피하다며 괜찮다고 했다.

옷을 다 갈아 입고 카운터에 선 그 손님에게 무안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한마디 던졌다.




"You are the first person falling down in the fitting room since 2001. You made a historical moment in our shop."

"2001년 가게 문 연 이후로 탈의실에서 넘어진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당신이 우리가게에 하나의 역사적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창피한 분위기는 서로 웃음으로 무마 되었다.

2016. 11. 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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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알고나 덤비자

Essay 2018.09.28 06:47

 알고나 덤비자


좌익과 우익,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날씨 화창한 봄의  가운데 미싱을 돌리며 일하는 어머니와 나는 갑자기 놀란다정전이  것이다나는 먼저  가게에 가서 우리 가게만의 정전인지 확인을 했다그런데 옆가게는 불이 훤하게  있다미싱  돌린다고 과부하가 걸릴리 없다고 생각하며 전기제어 박스를 열었다역시 모든 스위치가  있었다 시간 후에 찾으러 온다는 바지 지퍼 맡긴 손님이 있는데 정전이 됐으니 난감하게 됐다.

 

2년제 전기과를 나온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기계량기  Service Equipment(전봇대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처음으로 제어하는 박스) 걸어  보았다우리 상가 건물은 3개의 가게로 이루어 졌는데  남자가 에어컨을 고치려는지 드라이버로 나사를 빼고 있었다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3개의 스위치박스중 자기가 엉뚱한  내렸다는  깨달았는지 정정을 하곤 미안하다고 한다.

 



우리 가게로 돌아 가는데 어머니가  쪽으로 급하게 걸어 오시며 전기가 들어 온다고 외치신다 에어콘 기술자는 엉뚱한 스위치를 내리고 에어콘을 고치려  것이다잘못하면 감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어머니는 어떻게 그쪽으로 돌아가  생각을 했냐고 하신다전기과를 나와서 풀어 먹진 못하고 미싱을 돌리고 있지만  배움으로 여러 삶의 문제중 전기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자신이 있다고 해야하나?

 

이번 19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좌익과 우익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여러 언론매체의 목소리를 들으며  혼란을 느꼈다좌파에 섰다가 우파에 섰다가 도무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지금까지도결론이 나지 않는다그래서 어제 한국현대사   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나의 한국 현대사에 대한 무지로 여러 유튜브 언론매체에 휘둘렸다고 해야 하나 몇주 동안  혼이  나갔다가 정신을 차린  하다.

 

페이스북에 열나게 공유했던 정치적 영상들은  비공개로 돌렸는데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와 정치적 성향이 반대일  같은  명의 페북 친구가 나와 절교했다나는 하나에 꽂히면 정신을  차린다나의  극단적인 성격마흔 중반을 넘기기 전에  고쳐   있을까?

 

2017. 5. 1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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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 있는 아이제시카

 





아직은 다섯 제시카는 결국 촛불을 끄고 말았다.

 

토요일인 어제한겨울이지만 날씨가 맑고 따뜻했다바로 어제 멤피스에 사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송사리가 오랜만에 이곳 내쉬빌로 3시간을 운전해서 나를 보러 왔다그의 아내 지수씨가  고칠걸 보내면서 향기나는 양초  개를 선물로 보내왔다내가 양초 좋아하는걸 어찌 알고…   송사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날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교회에서 구정 윷놀이를 즐기고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양초가 생각이 나서 불을 붙여 식탁 중앙에 놓았다그랬더니 제시카가 생일인줄 알고 흥분을 하며 자기가 촛불을 끄겠다고 난리다그런거 아니라며   먹고 끄라고 하니 알아 들었는지 조용히 밥을 먹는다그런데  먹는 중간중간 끄고 싶어서 안달이다.

 

그래도  먹고 꺼야돼하며 주의를 주었더니 가만히 보고만 있다그리곤 빨리  먹으라고 재촉한다하도그랬아서  이기는  그래 꺼라 했더니  먹으면 끄겠다고 한다은근히 원칙이 있는 아이로군하며 웃었다그런데 할머니가 그런 제시카가   보이셨는지 그냥 끄라고 하신다제수씨도 끄라고 하고 결국 나도 끄라고 하니 이제야 호흡을 들이마시곤 ~! 하며 끈다.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거에 재미를 느낀다그런 천진난만한 아이의 생활 하나하나를 보며 우리 어른은 즐거워 한다앞으로 매일 저녁식탁에  양초에 불을 댕겨 운치있는 저녁을 먹고 마무리로 제시카에게 불을 끄도록 해야 겠다.

 

멤피스  친구의 아내가 얼마 하지 않는 선물이지만 제시카에게 또한 우리에게 적지 않은 즐거움을  양초로 하여금 누리게  주었으니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통할   선물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같다는 생각을  본다 

 

2017. 1. 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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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날짭잘한 선물

 


지난 어머니날 아침 일어나자 마자 헐레벌떡 컴퓨터를 켜고 어머니에게 드릴 카네이션 사진을 첨부한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인쇄했다거실로 내려가니 엄마는 탁자에 앉아 벌써 뭔가를 드시고 계셨고 5 짜리 조카와 제수씨가 부엌에 있었다.

 

나는 100불짜리 지폐가  편지봉투를 엄마께 드렸다엄마는 바로 뜯어 읽어 보신다어느 구절에서 엄마는 울컥 하셨다그걸 지켜 보던 조카 제시카도 운다할머니가 우시니 제시카도 따라 우는구나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제수씨 말로는 그게 아니란다.

 

셈이 나서 우는 거란다어머니날인 오늘삼촌은 할머니께 뭔가를 드리고 할머니는 감동까지 하는데 자기는 엄마한테 드릴게 없어서 운다는 것이다그리곤 제수씨는 제시카에게  자체가 선물이야!” 한다.



 

작년 어머니날엔 카드를 사서 드렸는데 카드  디자인 문구를 한글로 해석해서 적어 드렸다 카드를 엄마는 버리지 않으시고 아직도 책상 위에 올려 놓으셨다.

“RELAX(긴장을 풀고) .. ESCAPE(피신을 하고) .. REFRESH(한숨 돌리고) .. RELEASE(놓임 받고) .. RENEW(다시 새롭게 되다)”

나름대로 의역을 해서 써서 드렸는데 왠지  단어들이 좋다고 하신다.

 

울보 제시카의  우는 이유를 듣고  독특한 아이라 생각했다어머니날 당일에 급하게 준비한 선물인데 그것에도 감동하는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했다아예 준비하지 못해 흘리는  제시카의 눈물 또한 제수씨에게는 딸의 마음이 녹아진 짭잘한 선물이 아닐까.

 

2017. 5. 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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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어요

 


생명나무라는 속(구역)에서 신앙생활 한지 2올해 새롭게 속 식구들이 재편성되어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J 라는 집사님 가정이 있다어제 속회(구역예배모임을 갖었는데 월요일인 오늘 그 집사님의 한마디 말을 묵상하며 일을 했다.

 

부목사님의 수고로 만든 속회모임을 위한 삶의 적용 질문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삶 속에서 시험 당한 일 나누기.. 내 차례가 돌아 왔을 때 나는 별로 생각 나는게 없어서 그 날 있었던 작은 사연을 짧게 나누었다별 기대 없이 던진 나눔의 말에 몇몇 분이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연을 연달아 말씀 하시는게 아닌가.

 

나의 그 날 있었던 사연은 이렇다주일 친교후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화장실 쪽으로 걷는데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는 어느 남자 집사님과 마주쳤다안녕하세요꾸벅 인사를 하자 내 어깨를 툭 건드리며 어깨 펴고 다니라고 하신다기 죽어 보인다는 선의의 충고셨다예전에도 그런 충고를 몇 번 받아 본 적은 있으나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물론 그 사연은 시험 들거나 상처 받을 만한 건 못 된다그저 할 얘기가 생각 나지 않아 그 날 있었던 일그러니까 단기기억에 저장 되어 있는 따끈따끈한 작은 생활상을 얘기 했을 뿐이다그 사연은 꼬리를 물고그래서 장가를 못간다던가그렇게 걷는게 내 스타일이라던가그럼 내 모습 이대로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성을 만나야 겠다는 훈훈한 결론으로 내 오른쪽 B 형님께 바통을 넘겼다.

 

속회 모임은 이야기 나눔으로 무르익어 가고 밥 먹을 시간이 지나가는 차에 인도자님이 마지막 한가지 질문을 던지신다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어 산을 옮긴다면 무엇이 이루어 지면 좋겠습니까그러자 인도자님 바로 옆에 앉은 그 J 집사님이 첫 이야기 타자로 지명이 되었다새롭게 들어 온 그 집사님은 아이 셋과 아내를 먹여 살리느라 이마에 고생이라는 글자를 새기셨다.

 

그 집사님이 그 질문에 잠깐 머뭇 하시더니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어요그러자 나를 비롯한 속회 식구들이 연민과 당황과 놀람을 적당히 배합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그 집사님 아내분의 덧 붙이는 말이 더 걸작이다나는 더 살고 싶은데이 세상을 더 누리고 싶은데?

 

오늘 가게에서 그 집사님의 말을 묵상하며 일을 했는데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하나님이 천국은 만드셨지만 그 천국에 거할 사람은 금방 창조할 수 없으셨나보다이 험한 세상을 거쳐야만 갈 수 있게 하셨구나그러자 어머니께서 이러신다이 세상 험한 꼴 겪지 않고 천국으로 직행하면 천국이 천국이겠느냐이 세상에서 고생 좀 해 봐야 천국이 좋은걸 알지?

 

집사님은 이 세상에서의 고생을 얼마나 겪으셨는지 몰라도 내일 당장 가고 싶을 정도로 천국에서의 안식과 평화를 갈구하시는 것이다그 마음 나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성경에도 이 세상은 악한 자에 처해 있다고 쓰여 있지 않는가기도 하고 찬양 부르고 마음이 평안 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광풍이 부는 마음으로 성내고 짜증이 나는 일이 다반사이니 말이다.

 

이 세상과 천국죽음이 그리 멀지 않다은하철도 999를 타고 갈 데 까지 가는거다 .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디든 가게 된다면 부디 천국에서 만나길…. 지금 여기서는 그저 희미하게 알고 희미하게 바라 볼 뿐이다내게 아직 겨자씨만한 믿음도 없어서 일까그 집사님처럼 난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으니 말이다. 아니면 고생을 덜 했던지... 

 

2017. 3. 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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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특별한

 


평상시 옷을 고치는 노동으로 먹고 사는 나는 얼마 노동절 연휴에 우리 옷수선집 작업대 조명을 신식으로 바꾸고 스위치 하나로 조명과 아이론 전원을 통제하는 공사를 했다. 대학 전공으로 전기기술을 배운 덕에 기술자를 부르지 않고 내가 직접 시도해 것이다. 또한 전기공사 일을 적이 있어서 경험을 믿고 어설프나마 연장을 챙겨 가게로 갔다.

 

올해 들어 우리 옷수선집 명의를 어머니에서 아들인 나로 변경했다. 그런 과정에서 소방서 직원이 우리 가게 전기배선을 점검 하다가 조명을 비롯한 군데 지적을 것이다. 간의 시간을 주고 기간내에 고칠 것을 요구하였다. 만기일이 9 중순인데 지난 9 3 노동절에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15 사용해 침침하고 복잡한 조명을 싹둑 잘라 걷어 치워 버리고 아주 산뜻한 LED 조명,  20 암페어 전선 그리고 20암페어 스위치를 구입해 와서 혼자 뚝딱뚝딱 하루 종일 땀을 흘렸다. 사이 명의 손님이 왔다가 그냥 갔다. 오후 4시쯤 되어 배선이 되었다. 제어박스 스위치를 올리고 벽에 설치한 스위치를 켜자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스위치를 내리자 제어박스에서 소리가 나며 꺼지는 것이다.

 

뭔가 배선에 이상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아도 계속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나도 집에 오지 않는 형인 나에게 동생이 가게로 찾아 왔다. 동생은 유튜브를 검색해 보더니 스위치에 개의 하얀 전선을 바로 연결하고 접지선을 돼지꼬리로 만들어 스위치 자체에 연결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대로 보니 과연 정상적으로 스위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밤이 늦어 내일 새벽에 일어나 가게 청소를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가게에 나가 진공청소기를 돌리는데 손님이 앉는 벤치 바로 위의 선반이 무너져 내렸다. 순간 놀람에 이어 바로 감사함이 찾아 왔다. 지난 17 동안 선반이 가만히 있다가 손님이 없는 조용한 새벽시간 청소하는 시간에 무너져 내렸으니 타이밍이 얼마나 절묘한가.

 

만약 손님이 앉아 있거나 하는 상황에서 무너졌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치우는 것이 그렇게 힘들거나 귀찮지가 않았다. 9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설치하신 오래 선반인데 조명을 새롭게 고치자 선반도 덩달아 나도 주세요. 하는 듯이 때에 맞추어 무너진 것이다.

 

올해 가게 명의를 나로 옮기고 조명도 새롭게 하고 선반도 무너지고 했으니 2018 올해는 뭔가 새롭게 거듭나는 해로 삼자. 옷수선일을 시작한지 12년이 지난 올해 아직 나는 일이 천직이라는 확신이 없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꿈의 직업을 생계를 위해 땀을 흘리면서 찾아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뱃속에 돈을 있는 천재성이 다섯가지는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으니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지만 어렴풋이 인생의 연장(tool) 아직 찾고 있다.

 

노동절, 일주일이 지난 오늘, 힘들게 가게 조명을 바꾸고 글로 남기는 것은 살아오면서 내가 하는 ,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마음이 내켜 우리 가게가 새로워 졌듯이 또한 뭔가 새로워 지고 싶은 갈망이 있음을 확인한다. 그래서 일까 오늘 오후 왠지 머리 숯이 적은 , 가발을 쓰면 어떨까? 하고 가발가게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접고 말았다. 지금 있는 머리나 유지하고 나름대로 가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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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9 [8:35 PM]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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