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에 해당되는 글 16건

밥솥과 손님

Essay 2018.10.27 23:30

과 손님



토요일, 어쩌면 손님이 가장 붐비는 요일. 중간선거 투표하러 갔다 온 1시간 동안 어머니와 동생이 투표장 처럼 몰리는 가게 손님 때문에 한창 볶아쳤다 한다. 점심이 다가오는 경적소리. 그건 다름아닌 압력밥솥 증기 배출소리. 탈의실에 이미 손님이 옷을 갈아 입고 있는 탓에 나중에 온 손님은 어쩔 수 없이 밥솥이 한창 난리를 치고 있는 방으로 안내를 했다. 


좁은 옷수선가게에 탈의실을 두 개나 만들 수도 없고 밥 먹고 쉬는 작은 방을 임시 탈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하필 밥솥이 칙칙 소리를 내는 그 때에 그 젊은 여자 손님은 그 방에서 옷을 갈아 입은 것이다. 다 입고 나오는 그 여자손님은 말은 않지만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웃음과 황당함이 적절히 배합된 그 묘한 표정은 그 한국산 압력밥솥의 친절한 인공지능의 "밥을 저어 주세요!" 라는 안내에 약간 혼이 빠진 듯하다. 




미국에서 밥 먹고 산지 2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매일 밥과 국과 김치다. 가게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촛불을 켜 놓고 스프레이를 뿌린다. 예전에 비해 한국음식 냄새에 거부감을 표하는 손님이 거의 없다. 오히려 한국음식점 소개를 부탁하는 손님이 더러 있다. 어떤 손님은 아예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고개를 숙이며 "안녕히 계세요!" 하며 나가는 손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듯 하나 귀엽기 까지 하다. 


손님에게 친절해야 하는데 이 마음이란 것이 일정하지 않아서 바이오리듬을 타며 어쩔때는 손님이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손님과 짦게나마 즐거운 대화를 하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때에 되도록이면 친절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손님을 대하는 모든 업무가 로봇으로 대체될지도 모르는데 항상 친절한 로봇이 변덕스런 인간보다 진정 나을까 싶다. 


가게 임시 탈의실에 압력솥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손님을 받기까지 한다면 나의 감정노동은 끝이다. 과연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 되는 것인가? 현재 내 삶의 의식상태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라면 여가시간은 10%정도다. 이제 앞으로 그 반대가 된다면 나는 그 여가를 얼마나 재밌게 보낼까. 어쩌면 그 여가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생산적인 취미활동이 되지 않을까? 아니, 앞으로는 일과 취미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취미가 곧 일이 되고 일이 취미가 되는 그런 재밌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제발 그런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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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7 [11:17 PM]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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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진 울음 비

디카시 2018.10.27 15:38



Evaporation of water on the land

Saturated steamy heart ascends to sky

Tears from 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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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저래도 흥



옷수선 

하다보면

두 가지 손님 부류


깐깐한 손님 절반

모호한 손님 절반


차라리 확실한 태도 자로 잰 듯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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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4 [9:32 PM] 

오늘 모호한 손님 때문에 일을 두 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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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 아줌마

Essay 2018.10.24 21:09

찍소 아줌마

NaCl


"Have a good day~!" (좋은 하루 되세요) 이 말은 결코 가게 주인의 인사말이 아니었다. 우리 가게, **옷수선과 거래하는 **세탁소 주인 아줌마는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분이다. 오늘도 옷을 찾으러 갔다가 어떤 손님이 그 아줌마에게 정다운 인사를 건냈는데 그 아줌마는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반면 주인 아저씨는 애교도 있고 수다가 좀 있으신 분이다. 앵무새랑은 살아도 찍소랑은 못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말 많은 아저씨가 찍소인 그 아줌마와 어떻게 살까 궁금했다. 상대방이 뭐라고 말하면 도통 반응이 없으셔서 아마도 아저씨가 답답증에 걸릴 거라 생각했다.

어느날 컴맹인 아저씨가 인터넷이 안 된다며 나를 집으로 호출을 했다. 그날 저녁 나는 그 아줌마의 다른 얼굴을 보았다. 가게에서는 손님에게 말 한마디 안 하던 아줌마가 집에선 아저씨에게 말풍선을 마구 터뜨렸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을 안하고 답답해서 어찌 살까 했는데 낮 동안 입에 지퍼로 채워 스트래스, 짜증 같은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가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다 쏟아 부으시는 것이다. 아줌마는 말 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시는 분이다. 그 스타일이 통했을까? 그 곳 단골들은 아줌마가 반응이 없어도 그러려니하고 깨끗하게 잘 세탁이 된 결과물을 통해 아줌마를 신뢰하는 것 같다. 

표정도 없고 대꾸도 안 하지만 항상 변함없고 성실한 삶의 내용을 알아 챈 손님들은 아줌마의 침묵 속에서 다정한 인사 못지 않은 묵직한 인사를 느끼는 것은 아닐까. 서구사회의 영향으로 마음은 꼭 표현해야 안다고들 말하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촉이 있음을 안다. 육감이라고도 하고 촉이라고도 하는 그런 감각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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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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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Salty Poet

2018.10.24 06:46


환영합니다!

Welcome!



미성년기를 한국에서 살면서 

춘천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대학 알바)

춘천 파출소 방범(대학 알바)

노가다 (발바닥에 못박힘 / 인대부상)

중학생(상철이) 영어/수학 과외(꼴찌가 반에서 상위권으로)


성인이 되기 직전

미국으로 이민


오자마자


청소(Janitor) 12년


전화번호부 배달, 지붕(Roofing), 페인트, 아파트청소, 목수조수

치과기공 견습(Dental lab), 우체국(US postal Service Sorter)

전기공사(Electrician helper) 2년


옷수선으로 생계 유지 한지 현재까지 12년


 써서 먹고 사는 그 날까지 실, 바늘, 미싱은

나의 밥줄(Source of income)


1973년 지구(Korea)에서 태어나(Born)

1993년 반대편 땅(USA)으로 이주(immigrated)


2018년 현재 

25년 동안 쭉 내쉬빌, 테네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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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블로거의 책 링크 ]


- 전자책 -


     1. 디지탈 연애(시조집 - 한글/영문판) : 86편 수록

일상과 생각과 느낌을 짧은 시조에 담음


구입처 링크 (Click to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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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나님의 오류 / The Error of God (한글/영문) - (41편)

흔들리는 세상의 오류와 하나님(자유시)


구입처 링크(Click to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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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포의 프람드레스 - 수필집(한글) - (70편) 

미국이민 체험기(1993~2018)


아래 표지를 클릭하시면

다운로드 페이지로 이동





구글북에서 구입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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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목욕탕에서 - 동시집(한글) - (73편)

추억과 동심


아래 표지를 클릭하시면

다운로드 페이지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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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반디북스) 


1. 송충이의 솔잎공장(시집) : $11.60 (146 쪽)

 방황의 초기 어눌한 시들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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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나님의 오류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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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지탈 연애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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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NaCl -


책 수익은 내쉬빌 한인 네트워크의 운영비로 쓰이고

내쉬빌 한인 네트워크의 수익 100%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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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libertyinnorthkorea.org



2017 @Rock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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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짭짤한 시인"에 대한 해명


석유자원도 짭짤한 돈

공부한 지식도 짭짤한 돈

노동의 땀도 짭짤한 돈

영혼의 문자화, 시 한편도 짭짤한 돈이

되어 다함께 먹고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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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인 두 

NaCl


미국 남부, 사투리 심한 작은 도시인 이곳에서 작은 가게를 하며 가장 대하기 힘든 손님은 백인 노인들이다. 이름이 '스킵'인 백인 남자 노인과 '로버타'라는 백인 여자 노인이 있는데 그 분들은 처음 우리 가게에 들어 설 때 부터 BMW와 캐딜락을 딱 주차 해 놓고 어머니와 나를 무시하는 시선과 말투로 일관했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났을까? 그러던 말던 우리는 꼼꼼히 일을 해 주고 친절히 대하려 애를 썼다. 그러자 언제 부턴가 그 두 노인의 눈빛이 수그러지고 말투도 좀 부드러워 진거 같다. KKK의 본부가 있다는 이곳에서 살면서 은근히 동양인 내리깔고 보는 백인들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우리 할 일 하다보면 그들도 이러면 안되겠다 싶은지 태도가 달라진다.




미 전역에서 흑인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폭동으로까지 이어지려 한다. 이런 골 깊은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선 흑인들이 폭동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흑인들에 대한 백인의 나쁜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 인종차별은 어쩌면 피부색깔 보다는 삶의 질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만약 어머니와 내가 그 두 노인들에게 감정대로 대했다면 그 두 손님은 더이상 우리 가게를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법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의 마음까지는 바꾸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인종갈등을 해결하는 첫 단추는 내 마음을 지키고 성실한 자세로 사는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을 깨고 더 나아가 존중해 주는 마음까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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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그 행운의 액땜

NaCl


누나와 두 조카 딸, 동생 내외와 두 조카 딸, 어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매형을 제외한 아홉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삼겹살을 조용히 구워 먹는 수요일 저녁, 별안간 내 옆에 앉아 오물오물 먹던 동생의 막내 딸 네 살 짜리 제시카의 입에서 쿵하고 소리가 났다. 그 작은 손이 입을 막고 있다. 몸을 앞 뒤로 흔들며 먹다가 얼굴 높이의 상에 입을 찧은 것이다.

몸을 웅크리고 입을 막고 있을 뿐 신음소리조차 없다. 동생이 말하길, 제시카는 너무 아프면 아플수록 울지 않는다고 한다. 놀란것도 있지만 부끄러워서 그런단다. 이 상황에서 제시카의 할머니, 즉 나의 어머니가 처녀시절 추억담을 꺼내신다. 

초등학생 때였을까? 교회학교 아동부 찬양대 연습을 하러 가는 언니들을 따라 교회에 갔다. 불행이도 교회에서 넘어져 입을 다쳤다. 부끄러워 입을 막은채 찬양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입을 막고 있는 동생이 이상하여 한 언니가 왜 입을 계속 막고 있냐고 묻는다. 그제서야 입에서 손을 떼는데 입 주위가 피 범벅이다. 




스무살이 채 안 되어 어머니는 미용사가 되어 이십대에 해당화 미용실을 개업했다. 그 동네에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좀 모자란 청년이 있는데 한 역술인 할아버지가 그 청년을 불쌍히 여겨 한 3년 간 산에서 역술을 가르쳐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게 하였다. 그 이후로 간간히 해당화 미용실에 출근을 하며 손님들 육갑을 짚어주며 용돈을 벌곤 했다. 

어머니도 그 청년이 불쌍하여 자주 토정비결을 보곤 하셨는데 그 뽕뽕이 총각이 이런 질문을 한다. 

      "미용사! 얼굴에 상처 있어?"
      "어...어릴적 다친 입가에 작은 상처가 있는데.. 왜?"
      "휴...다행이다. 얼굴에 상처가 하나도 없으면 어른이 되어 크게 수술 할거야."

형제중에 가장 토실토실 건강하게 자란 어머니. 악한 영, 귀신도 시샘한다고 한다. 만약 어머니의 고운 얼굴에 티 하나 없다면 귀신들이 몇 십년 간 어머니 주위에서 시샘하다가 결국 일을 내고 만다는 것이다. 다행히 찬양연습 하러 교회에 가는 언니들 졸졸 따라 갔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니 천만 다행으로 입을 크게 다쳐 액뗌을 한 것이다. 

일흔이 막 넘으신 어머니. 여태까지 혈압이 좀 높으실 뿐 건강히 아직까지 일을 하시며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살고 계신다. 지금 제시카의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누나는 바람 쐬러 쇼핑몰에 갔다. 거실에서는 동생이 엄마를 찾는 막내 딸을 달래고 있다. 아직 입이 아프다고도 하고 목 마르다고도 한다. 뽕뽕이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그 분은 아마 그 업종에서 대단한 분이 되셨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영적인 눈이 뜨여 엄청난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식사중 신음소리 조차 내지 않던 제시카가 뒤늦게 아빠에게 안겨 울음을 그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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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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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냄비

Essay 2018.10.22 21:32

마음냄비

 

 

냄비에 물을 끓여 라면을 넣으면 따끈한 라면 한사발을 먹을 수가 있다냄비에 물을 붓고 된장 넣고 파와 버섯고추등을 넣어 끓이면 구수한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내 마음이 냄비라면 이 마음에 무얼 넣어 끓일까오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어느날은 꿀꿀하고 어느날은 괴롭고 어느날은 상쾌하고 어느날은 즐겁다

 

그것은 내 마음에 무엇이 담겨져 있는가에 따라 나의 기분과 말과 행동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내 마음에는 오감즉 눈촉을 통해 세상의 정보가 들어간다그리고 이 마음엔 예전에 경험했던 수 많은 정보가 저장되어 있어서 언제고 다시 불러 올 수 있다과거의 정보와 현재 접하는 정보가 섞여 내 마음에 담기고 그 마음에 따라 나의 기분이 달라지고 말과 행동이 나온다

 

마음엔 우울한 정보가 담겨 있는데 말과 행동을 즐겁게 내는 것은 고통이다누군가 인사를 한다안녕하세요? (How are you?) 나는 아직까지 중학교에서 앵무새처럼 외운 "I am fine!" 을 외친다미국에서 산지 20년이 넘어도 그 인사에 대한 응답은 주입식 교육의 마포자루에 단단히 제어 되어있다언젠가 손님에게 "How are you?" 했더니 "I'm hanging in there." 하는 것이다힘든 상황인데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참 좋은 대답이라 생각했다



 

나는 싫으나 좋으나 주구장창 "I am fine! Thanks!" 하고 말았는데 그때마다 자질구레한 응어리가 차곡차곡 쌓인거 같다상대방의 인사에 솔직하게 답변하면 실례가 되는듯 우리는 마음에도 없는 "I am fine"을 기계적으로 대답한다말은 그래도 표정과 말소리의 억양과 느낌으로 "I am fine"이란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손님중에 억지로 "I am fine"을 하는 내 얼굴을 보며 "Are you ok?" 하며 묻는다손님도 가게주인이 기분 좋아야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에 가게주인의 심기를 묻는 것이다내 마음에 담아지는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을까그 우울한 정보를 제때에 배출시키고 내 마음의 냄비를 설거지해야 새롭고 상쾌한 정보를 담아 요리할 수 있는데 저저번주 내내 나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울감에 사로 잡혔다가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며 마침내 마음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이 닳고 닳은 마음냄비이 찌그러진 냄비를 수없이 설거지하며 앞으로 남은 반평생은 이 냄비에 가급적 좋은것만을 추려서 넣어야 겠다같은 호수를 보더라도 강태공의 마음냄비에 담긴 것으로 보면 낚시도구를 챙기게 되고 수영선수의 마음냄비에 담긴 것으로 보면 물안경과 수영복을 챙긴다이 세상을 보는 눈은그래서 각 사람마다의 마음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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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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