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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문학/웹소설 : "정상" 33

웹소설: 정상(Normal) - 33. 삼남매 각자의 길

결국 정윤은 남자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들어가 그의 노모와 한 방을 쓴다. 정윤은 그런 상황에서 좋은 성적으로 춘천에 한림대학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고시원으로 들어가 고려대 심리학과에 편입한다. 하지만 얼마 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동생 용진의 우울증에 자극을 받아 지원했지만 정윤은 뼛속까지 과학도였던 것이다. 종옥은 딸을 미국으로 데려 오기 위해 여행사에 의뢰한다. 일단 유학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가족이 미국에 이미 있기 때문에 유학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행사에서 정윤을 어느 부유한 건설업자의 딸로 서류를 만들어 유학을 가능하게 한다. 마침 유학이 유행하던 시기, 서류를 간소화한다고 호적등본을 제외시켜서 그러한 편법이 가능했다. 미국 이민 후 1년 반이 지나 드디어 딸 정윤도 미국 가족의 품에 안긴다. ..

웹소설: 정상(Normal) - 32. 이민 신고식

그 흑인 택시기사는 경자 가족에게 흑기사였다. 그는 택시회사에 알아 보더니 델라웨어에서 내쉬빌까지 견적 1500불이라고 한다. 경자가족이 불쌍하게 보였는지 그 기사는 자기 차로 가면 900불에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한다. 그 길로 그 기사의 비좁은 승용차에 네 가족과 기사가 먼 길을 떠난다. 한 시간쯤 지나고 그 기사는 뒷자리에 앉고 용진과 용준이 번갈아 가며 운전을 한다. 테네시에 막 접어 들 즈음, 그 기사는 생각보다 먼 거리에 당황하기 시작한다. 낙스빌에서 쉬는 중에 그 기사는 여기가 목적지 아니냐며 이제 돌아 가겠다고 우긴다. 내쉬빌과 낙스빌을 혼동한 것이다. 결국 세 시간을 더 운전해서 내쉬빌에 도달한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 그 기사는 경자가족의 아파트에서 혼자 잠에 들고 경자가족은 청소일을..

웹소설: 정상(Normal) - 31. 고물차인가 똥차인가

내쉬빌로 이사를 하고 나서도 여전히 종옥의 가족은 차를 살 형편이 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정씨의 차를 타고 일을 가고 정씨가 장을 볼 때 그 참에 따라 가야했다. 정씨는 이런 상황을 통해 종옥가족의 노동력을 최대한 이용한다.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에 대한 대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준 것이다. 정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종옥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어떤 사람이 차를 판다고 하여 구입하게 되었다. 1994년 당시 그 차는 1976년산 여행용 다지 벤이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바닥은 냄새나는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그 차 주인은 알고보니 공짜로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1500불에 넘긴다. 아무리 고물차지만 처음으로 차가 생긴 종옥의 가족은 날..

웹소설: 정상(Normal) - 030. 두 가지 태몽

경자가 첫 째 딸 정윤을 낳고 2년 뒤 아들 용진을 낳을 때, 경자가 꿈을 꾼 것이 있다. 큰 개 두 마리가 경자를 쫓아 오더니 시간이 지나자 앞에 오던 개만 보이고 뒤에 오던 개는 사라지고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같은 시기에 시어머니 봉운도 태몽을 꾸는데 이 번엔 개가 아닌 소 두 마리가 언덕배기를 넘어 오는데 한 마리는 겨우 넘어 오는데 뒤에 따라 오던 소는 넘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미처 넘지 못한 소가 마음에 걸린 시어머니는 경자가 둘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겠다고 하자, “아니다. 뒤에 오던 소도 마저 넘어 와야 하지 않겠냐? 며느라?” “그런 가요? 어머니?” 셋째를 낳을 당시, 경자네 식구는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고 셋째를 낳는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모든 걸 감수하고 시어..

웹소설: 정상(Normal) - 029. 야학 선생 용진

춘천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를 그만 두고 용진은 누나 정윤의 권유로 누나가 교사로 있는 S야학에 교사로 봉사하게 된다. 강원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 야학은 가건물로 되어 있었고 학생수는 대략 40여명에 교사는 10여명 정도이다. 연구주임인 김선생이 용진에게 무슨 과목을 원하는지 묻는다. 용진은 고등부 수학을 맡는다. 고등부 학생들은 용진과 비슷비슷한 또래이고 한 남자 학생은 용진과 불과 몇 달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한 번은 그 학생이 연구주임인 김선생에게 훈계를 받는다. “박선생이 아무리 나이가 비슷해도 선생님은 선생님이야. 알겠지?” “예, 선생님..” 한 번은 용진이 학교에 없는 사이에 중등부 수학 선생이 고등반에 들어와선 학생들에게 중등부 수학 2차 방정식 문제를 풀게 한다. 그 선생은 한림..

웹소설: 정상(Normal) - 028. 헐크 용진

용진이 대학 1학년을 마친 다음 해 1992년 겨울, 학교에 아르바이트 신청을 해 두었는데 연락이 왔다. 춘천역 건너편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로 배정 받은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 보니 넓은 공터 중간쯤에 2층 사무실 건물이 있고 저기 저 구석에 작은 공장이 있다. 우선 용진은 사무실로 들어가 전무를 만나 학교를 통해 오게 되었다고 보고를 한다. 전무는 용진을 공장으로 안내를 하고 공장장인 안씨 아저씨와 인사를 시킨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래요. 잘 해 봅시다.” 안씨 아저씨는 짜리몽땅하고 빵빵하게 생긴50대 중반이었다. 용진은 한 달 쯤 되어 공장의 일을 다 마스터했고 안씨 아저씨는 용진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자주 자리를 비우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자동차에 완성된 번호판을 붙이..

웹소설: 정상(Normal) - 027. 용진이 대학가다

용진이가 정신적으로 약하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던 고3 담임 선생님은 용진의 대학 합격을 다른 학생들의 합격보다 더 흐뭇해 하신다. 게다가 담임은 용진의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걸 안다. 얼마 전 4/4분기 교납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대신 용진이가 집에 있는 녹용을 교무실로 가져와 담임선생님께 교납금 대신으로 할 수 있는지 여쭤 본 적이 있다. 그 녹용은 미국에 계신 아버지가 보내준 것이었다. 아버지는 급한대로 그것을 팔아서 교납금으로 쓰라고 하신 것이다. 평소의 성격 대로라면 교무실 울렁증이 있는 용진이가 교무실까지 찾아와 녹용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담임은 용진의 그런 면에 짐짓 놀란 기색이다. 그래서 담임은 용진에게, “엄마께서 시키셨니?” “아니요, 제 생각이에요.” 용진 스스로도 자기 자신..

웹소설: 정상(Normal) - 026. 상훈이의 선물

용진은 친구를 사귀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저 옆에 앉은 짝이나 아니면 자기에게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는 친구와 가깝게 지낼 뿐이었다. 고2때, 용진에게 먼저 다가 온 친구, 혁이 있었다. 하지만 용진은 혁의 깍쟁이 같은 성격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래도 용진은 내키진 않았지만 먼저 다가온 혁과 졸업할 때까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고3으로 진급하는데 선택과목이 공업과 화학인 학생들은 하나의 반에 배정되게 되었는데 혁은 용진과 같이 공업과 화학을 선택과목으로 한다. 그렇게 하여 3학년으로 올라가서도 혁과 용진은 한 반이 된다. 어느 날 평소에 대화도 잘 하지 않던 한 친구가 용진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한다. “용진아, 혁이가 너에게 일부러 접근 한 거 아니? 나랑 친구하자.” “…..!” 하지만 용..

웹소설: 정상(Normal) - 025. 용진의 스티그마, 그 시작

푹푹 찌는 1989년 여름, 방학이라 해도 학생들은 피서는 커녕 오히려 보충수업에 들어간다. 공부, 그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양 학생들은 딱딱한 교실 의자에 앉아 건조한 지식뭉치를 꾸겨 넣고 있다. 더욱 예민해져 버린 용진의 마음은 쩍쩍 갈라지는 마른 땅이다. 촉촉한 가랑비는 오지 않고 살인적인 열기만 더하고 있다. 용진은 더욱 지쳐간다. 마음이 다 말라버려 감정마저 무뎌져 간다. 용진은 어느 때 부터인가 학교조차 가지 못하고 방구석에 쳐 박혀 나오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밥 먹을 때만 입을 벌린다. 그나마 다행이다. 밥이라도 먹으니. 아들의 상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생각했는지 경자는 교회 교육전도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용진은 방구석에서 뭘 하는지 그나마 컴퓨터를 친구..

웹소설: 정상(Normal) - 024. 개밥

구슬치기, 개 뼉다구, 땅따먹기, 오징어포 등등의 놀이를 하며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던 용진이 어느새 중학교에 올라가게 된다. 중학교 1학년 때엔 공부의 양만 조금 늘어났을 뿐 초등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뛰어 놀며 어린 티 그대로 지낸다. 하지만 북한군도 두려워 한다는 중2가 되자 용진의 정서가 눈에 띄게 불안정 해지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 그러다 가도 쾌활 할 때엔 반 친구들과 팔씨름을 하며 반 전체를 다 이겨 버리는 에너지도 솟는다. 외관상으론 힘 쌔 보이지 않는 용진이 신기했는지 반 친구들이 용진의 팔뚝을 잡아 주물럭 거려 본다. 하지만 근육의 양은 다른 친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용진이 우울모드로 들어간 어느 날 그럴 때마다 용진은 자기의 그런 감정상태를 가족들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

웹소설: 정상(Normal) - 023. 냉동차

한편 아빠 종옥은 뉴욕에서 슈퍼마켓 점원으로 일 하다가 주인의 신임을 얻어 일찍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타인종의 종업원 중에 몇몇이 종옥을 시기하여 냉동차에 얼려 죽이기로 작당을 한다. 우연히 그들의 수근거림을 듣게 된 어떤 종업원이 있으니 바로 종옥이 언젠가 작은 은혜를 베푼 역시 타인종의 마이크라는 젊은 청년이었다. “마이크, 오늘도 점심 안 싸 온 거야?” “예.” “그럴 줄 알고 내가 하나 더 싸왔지. 자. 이거.” 비록 햄과 치즈를 넣은 보 잘 것 없는 샌드위치였으나 마이크는 종옥의 친절에 평소 고마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종옥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고 우연히 마이크가 그들의 작당을 알게 된 것이다. 종옥은 아무래도 이 슈퍼마켓에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음을 판단하고 ..

웹소설: 정상(Normal) - 022. 은빛봉

아버지 종옥의 미국행 이후 몇 년 후 예전에 사우디에 2년간 건축일을 하고 돌아온 외삼촌도 다시 해외로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또 사우디로 갈지 매형이 있는 미국으로 갈지 고민하던 외삼촌은 만기일 직전이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결정을 하는 바람에 누나인 경자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사우디로 가면 돈을 내지 않고 미국으로 가면 1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기 때문에 그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동생! 미국으로 갈 때 돈이 들어도 사우디 보다 돈을 더 많이 버니까 더 이득이잖아?” 누나의 그 말에 동생은 거의 한 달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날 은행 문 닫기 직전에 결정을 하여 가까스로 송금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경자의 동생은 그 해 겨울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떠나는 날 경자는 삼남매를 춘천 사글..

웹소설: 정상(Normal) - 021. 63빌딩

용진이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대호, 광수, 상길이와 학교에서 사총사로 지내면서 가끔 그들은 소아과 원장 아들인 광수네 집에 가서 놀곤 했다. 천주교인인 광수는 철학과 교수인 아빠와 병원 원장인 엄마 사이에서 나온 첫아들이다. 광수는 두 살 아래의 예쁜 여동생이 있었고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병원 윗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화투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부르마블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 때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아휴~! 냄새. 너네들 발에서 발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광수의 엄마셨다. 광수의 엄마는 과일을 내미시며, “잘 놀다 가거라?” 하시며 바쁜 걸음으로 병원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한창 놀던중 광수가 진실 게임을 하자고 한다. “우리반 여자아이들 중에 누굴 좋아하는지 각자..

웹소설: 정상(Normal) - 020. 노처녀 히스테리

용진이 초등학교 4학년인 1982년, 국어시간. 용진은 공책에 필기를 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선생님의 손에 잡히어 앞으로 끌려 나간다. “용진아, 글씨가 이게 뭐니? 개발 새발이쟎니?”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른 즈음의 여자 선생님은 용진의 따귀를 인정사정 없이 후려 갈기기 시작한다. 용진은 항변할 새도 없이 뒤로 나가 떨어져 앞줄 걸상에 부딪혀 주저 앉아 버린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용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잠시 후 그저 울기 시작한다. 그 여선생은 평소엔 용진에게 잘 대해 주었다. 청소시간, 청소하는 아이들중 그래도 용진이 가장 믿음직 스러웠는지 이웃학교에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고 사회시간엔 교실 벽에 붙일 대한민국 지도를 용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용진에게 관심과 기대를 하던 ..

웹소설: 정상(Normal) - 019. 신고해?

건강한 신체만이 재산이었던 종옥은 그에 맞게 직업 또한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어 왔다. 미국에 체류하고 처음으로 한 일은 지붕일 이었다. 그런데 시작한지 한 달이 훌쩍 지나도 사장은 월급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할 수 없이 종옥은 사장에게 급여 얘기를 꺼낸다. “사장님, 한국에 애들엄마가 돈이 급하다는데 언제 줄 수 있습니까?” “조금만 기다려. 박형. 언젠가 줄거니까 걱정마.” 빈털털이인 종옥과 그 일행은 그 사장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기거하며 식사라고 해봐야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기 일쑤였다. 이제 미국에 발을 디뎌 열심히 일을 하여 한국에 송금해야만 하는 종옥 일행은 자기들의 신분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장 밑에서 못질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두 달이 가까워 올 즈..

웹소설: 정상(Normal) - 018. 종옥의 불볍체류

용진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어리숙 하고 친구도 사귀지도 못하고 공부도 못했다. 그러다가 4학년으로 올라가 언젠가 전학 온 대호라는 친구와 하굣길을 같이 걷다가 친구가 된 이후로 성격도 밝아지고 학업성적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대호는 쾌활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다. 그런 대호와 친구가 되니 자연스럽게 닮아 가는 것이다. 대호는 사귐성도 좋아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그래서 덩달아 용진이도 대호의 친구와 친구가 되었다. 대호는 승부욕도 강해서 시험을 보고 나서는 꼭 단짝인 용진의 점수와 비교를 하곤 했다. 그에 비해 용진은 시험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용진아, 너 산수 몇 개 틀렸니?” “다섯 개 틀렸는데?” “아… 난 네 개 틀렸는데. 내가 더 잘했네? 아싸 이겼다!” “한 개 차이 가지고 뭘 그렇게 좋아..

웹소설: 정상(Normal) - 017. 형제는 나약했다

큰아들 용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79년, 종옥은 불안정한 목수일을 접고 소양극장 건너편 모퉁이에 중앙세탁소를 개업한다. 그 세탁소 뒤엔 춘천 시청이 있고 시청 앞엔 오래 된 놀이터가 있다. 용진은 동생 용준이와 매일 그 놀이터에서 논다. 놀이터엔 짓궂은 아이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고 용준도 그런 개구장이에 속한다. 곱슬머리 용준은 자주 놀이터에서 자기 보다 큰 애들과 싸우곤 했다. 동생이 불리해 지면 싸움과는 거리가 먼 형 용진은 아빠의 세탁소로 달려가 아빠의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아빠! 큰 일 났어요. 용준이가 맞고 있어요!” “용진아, 그렇다고 아빠한테 달려 오면 어떻게 하니? 형인 네가 동생을 도와 줘야지!” 용진은 그제야 자기가 겁쟁이라는 걸 깨닫고 다시 놀이터로 달려간다. 가서 보니 용준..

웹소설: 정상(Normal) - 016. 종옥, 두부를 먹다

종옥의 그 욱 하는 성격은 아마도 깊은 상처에서 기인할 것이다.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맞는 광경을 보고 누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사람이 있을까. 종옥도 사람인지라 어머니를 때리는 박영감의 뒤통수를 재떨이로 가격한 바람에 서늘한 철창에 갇히게 된다. “죄수 1588!” “… … 예..” “당신을 살인미수죄 형사법 제 ??호에 의거 10년형에 선고한다.” 동생 종술은 어린 나이에 죽고 어머니 봉운은 혼자 불구의 몸으로 박영감의 집에서 외로움과 멸시를 견디며 산다. 감옥에 갇힌 종옥은 어머니 걱정으로 편할 날이 없다. 한편 종옥을 담당했던 형사들이 이런 종옥의 딱한 사정을 알고 종옥을 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한다. 마침내 감옥에 갇힌지 2년 만에 종옥은 풀려나고 친구가 건네주는 두부를 와그작 깨물어 먹는다. “..

웹소설: 정상(Normal) - 015. 길순의 우울증

경자의 어머니, 길순이 예수를 믿기 전의 일이다. 길순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대개 그런 사람이 우울증에도 잘 걸리는거 같다. 남편 오연동은 젊은 시절, 술통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다.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들어오면 폭군으로 변했고 4남매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도망 쳐 버렸다. “술 가져와!” “여보, 매일 밤 왜 이렇게 술 만 마시고 들어 오세요!” “사는게 재미 없어! 사는 게 도대체 뭐냐고!” 그런 남편을 다 받아 주던 길순은 점점 우울에 빠졌고 결국 심각할 정도로 까지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연동은 읍내 무당을 불러 아내 길순의 병을 고치려 한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굿판을 벌이고 나면 재산이 눈에 띄게 줄어 버렸으나 길순의 우울증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웹소설: 정상(Normal) 014 - 총살의 위기

경자의 가족은 모두 여섯 식구. 아기 때 죽은 경자의 바로 위 언니까지 살아 있다면 모두 일곱 식구다. 1950년 여름, 북한군이 남으로 남으로 밀고 내려와 남원까지 붉은 인공기가 꽂혔다. 큰오빠 기승은 18세로 막 청년의 문턱에 이르렀고 아버지 연동은 큰아들이 북한 의용군에 끌려 가게 될까 걱정을 한다. 그래서 가족들을 모아 놓고 의논을 한다. “여보, 얘들아. 너희들도 알겠지만 이 남원땅에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으니 이제 곧 의용군을 모집 할 거야. 기승이가 딱 해당이 되는데 어서 피신을 해야 겠다.” “그럼 어디로 피난을 가면 좋죠? 기승아빠.” “ 대산면으로 갑시다. 그곳은 아직 북한군의 손이 닿지 않았을 거야. 친구가 거기 살고 있으니 그 곳으로 갑시다.” 그 날 저녁, 미군의 쌕쌕이(전투기) 가..

웹소설: 정상(Normal) 013 - 연탄가스 1

경자는 그 나이에 이미 부모로 부터 독립을 해서 해당화 미용실 옆에 붙어 있는 단칸방에 기거한다. 밤이면 똑딱 똑딱 여자 구두굽 밟는 소리가 나고 왠지 그 집터가 을씨년 스럽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길순이 딸을 보러 저녁에 연탄불도 갈아 줄겸 딸의 거처에 들른다. 연탄을 갈아주고 경자의 방에서 딸과 담소를 나누며 저녁을 먹는다. “엄마, 오늘 밤은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아니다. 니 아빠 병수발도 해야 하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마.” 그 날 밤 혼자 경자는 엄마가 갈아 준 연탄불 아랫목에서 몸을 지지며 잠을 고이 잔다. “어.. 왜이러지? 내가...” 경자는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마당에 쓰러지며 대변을 쏟는다. 그렇다. 연탄가스를 마신 것이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쓰러져 있는 경자를 ..

웹소설: 정상(Normal) 012 - 경자를 뒤 덮은 그림자

같은 시기 경자의 가정도 전라북도 남원에 있는데 경자의 나이 이제 6살 되던 해 6.25 전쟁이 터진다. 6.25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6.25이후 경자의 어릴적 이야기를 꺼낸다. 경자는 수줍음 많고 토실토실 건강한 여자아이였다. 위로 12살 위인 큰오빠 오기수, 8살 위의 언니 오순자, 바로 위 언니도 있어야 했으나 경자가 태어나기 전에 돌림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3살 아래 남동생 오기환. 어느날 동생 기환이를 놀린다고 뒤에서 몰래 등을 확 밀쳤다가 기황이가 기절을 해서 경자가 그 때 크게 놀란적이 있다. 그리고 큰 개에 쫓겨서 엄청 놀란 적도 있다. 그리고나서 몇 년 후 경자가 11살이 되던 해 마루에서 엄마 길순의 무릎에 머리를 고이고 평화롭게 누워 있는데 갑자기 경자가 크게 울어대는 것이..

웹소설: 정상(Normal) 011 - 모성애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오는 과정중에 과격한 중국인들에 의해 살해 당하는 일본인 도망자들도 있었다. 여기저기 일본인들이, 살던 집과 사업체를 조선반도에 둔채 허겁지겁 짐을 싸서 일본으로 도망을 한다. 40여년 동안 이웃 나라의 피를 뽑아 먹던 일본은 순식간에 무너져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마라고 이를 갈며 본토 섬으로 돌아가는 일본인들도 있었다. 진수의 네 가족은 고향땅인 전라북도 남원에 도달한다. 지리산의 기운이 자욱한 남원의 한 변두리에 주인 없이 버려진 집을 수리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진수는 일본군에게 고문을 심하게 받은 터라 거동이 힘들어서 그의 아내 봉운이 농사일과 삵바느질로 힘은 들어도 정말 처음으로 해방된 조국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 평화와 행복도 잠시 ..

웹소설: 정상(Normal) 010 - 몽둥이

봉운은 아픈 몸을 뉘이며 옛날 지아비(남편) 생각에 잠긴다. 일제의 어두운 하늘 아래 철도 공무원이었던 남편 박진수는 착실하고 강직한 사람이었다. 대동아 전쟁(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년 12월 일제는 조선인 중 신체 건장한 20대 남성을 착출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진수도 선발이 되어 대동아 전쟁에 나가게 된다. 일제 식민지 하에서 나라의 주권을 잃어버린 조선인으로서는 일본군이 되는 것이 당시에는 보통이었고 자연스런 일이었다. 진수는 평소에 조선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본인들에게 원한을 품지도 않았다. 일제 때 태어나서 일제의 먹구름 아래에서 성장한 진수의 뼛속 깊이 일제의 식민 교육과 일본의 우월의식이 진수의 뇌리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진수는 조선인이었지만 일본군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