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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짤한 문학/Essay 62

[e수필] :: 갈래길에서 나뉜 나의 존재 - 양자역학적 선택의 기로에서

갈래길에서 나뉜 나의 존재 양자역학적 선택의 기로에서 일주일 내내 방구석에서 나가지 않다가 휴일인 오늘 오후 찬공기를 가르며 동네 산책길을 유튜브 들으며 걷는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는 갈래길에서 짐짓 머뭇거리다 이내 오른쪽으로 발을 내딛는다. 바로 그 전에 나의 두뇌에서는 왼쪽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대략 46%는 있었다고 할 때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그 의식은 어디로 갔나. 이 현실적 거시세계에서는 이 몸이 둘로 나눠질 수 없다. 하지만 미시세계, 원자의 세계에서는 파동으로 또는 입자로 존재하며 뚜렷한 위치를 정할 수 없다. 그저 확률로 가늠할 뿐이다. 그 갈래길에서 머뭇거리던 나의 의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이며 비록 오른쪽으로 가고자 하는 54%의 의지에 의해 온 몸이 오른쪽으로 움직였으..

짭짤한 문학/Essay 2021.02.14 (2)

[e수필] :: 음흉 아기 다니엘

음흉 아기 다니엘 아직 두 살도 안 됐다. 2주 후면 딱 두 살이다.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난 다니엘은 말 습득도 빠르다. 어제 식구들 이랑 저녁을 먹는데 국을 들이키던 다니엘이 “시원하다~!”를 연발하더니 바로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말을 내뱉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자 제수씨가 이빨에 끼었다는 말이라고 한다. 초콜릿 견과류 :: $28.44 식탁에다가 바로 침이 튈 뻔 했다. 요즘 또 많이 쓰는 다니엘의 어휘는 “괜찮아”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괜찮”까지만 끊어 쓰다가 어떤 문법적 깨달음이 왔는지 “아”를 붙인다. 급하게 걸어가다가 넘어 질 때나 모서리에 부딪히기만 하면 스스로 “괜찮아!”하며 가족들의 걱정을 붙들어 매 준다. 유난히 잘 다치기도 해 선지 “괜찮”이라는 어휘를 이른 나이에 터득했다. 지..

웃음은 최고의 명약 - 어린 조카 대니의 웃기는 언어생활

웃음은 최고의 명약 어린 조카 대니의 웃기는 언어생활을 보며 우리 집엔 총 일곱명이 산다. 늦둥이 막내 조카인 두 살 짜리 대니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누나 둘과 아직은 정정하신 할머니의 영향으로 말 배울 기회가 많다. 게다가 삼촌인 나도 가끔 말을 거니 다양한 말을 배운다. 언젠가 저녁을 먹는데 내가 고개를 돌려 살짝 기침을 했는데 그러자 마자 앞에 앉은 대니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크지 않은 목소리로 “블레스 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미국에 산지 27년이 넘은 나도 아직 “블레스 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오지 않는데 말이다. 바로 어제는 조카 제시카와 바둑알로 알까기를 하고 있는데 저쪽 메트리스 위에서 장난을 치던 대니가 발을 헛디뎠는지 “오, 쉿!” 그러는 것..

짭짤한 문학/Essay 2021.01.10 (2)

[사진과 글]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가다

그녀와 보낸 한국에서의 2주, 그 마지막 날. 그녀는 서울에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티켓을 끊었다. 다행이 그 날, 날씨가 맑았고 미세먼지도 적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안내원들은 우리 둘을 사진에 담기 위해 포즈를 취하게 했다. 나중에 사진을 구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리라. 엘리베이터 안내를 맡은 여직원들의 표정이 왠지 안 되어 보인다. 어두운 곳에서 하루종일 일해서 왠지 우울할 거 같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깔끔한 옷차림에 능숙한 말투로 우리를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심심하지 않게 사방에 스크린에서 비디오가 상영되었다. 다 올라와 보니 서울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녀와 함께 왔기에 즐거웠지. 혼자 왔다면 그 재미가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이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약 1시간..

[수필] 벌레와 오래 살다 보니

벌레와 오래 살다 보니 내 방 벽에는 기어다니는 벌레가 가끔 출몰한다. 처음 목격한 것은 아마도 언 7년 전 즈음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나 싶다. 그 생김새가 정말 징그럽고 민첩하기 까지 했다. 보이는 대로 사전이나 수첩으로 쳐서 짜부를 시켰는데… 여기서 잠깐, 짜부가 어찌 보면 일본어 같은데 검색을 해 보니 찌부러지다, 짜부러지다와 연관된 표준어라고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그 이름 모를 벌레가 최근에도 벽에 스스로 나타났다. 며칠 전 밤엔 오른쪽 귓속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서 잠을 깬 적이 있는데 그 날 하루 종일 내 귓속에 벌레가 들어갔나? 불안해 졌다. 하지만 귓밥을 파고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 부스럭 소리가 나지 않아 안심을 했다. 어쩌면 그 벌레가 내 귓속에서 초상을 치..

코로나 이 적막함에 나비가 찾아와 말을 걸다

코로나 이 적막함에 나비가 찾아와 말을 걸다 얼마 전 나는 유튜브에 나 같은 40대 노총각이 있나 보려고 검색을 했다. 그런데 눈에 확 띠게 촌스럽고 허술해 보이는 썸네일의 영상이 “독거 노총각”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왔다. 나는 아무 주저함 없이, 그러니까 클릭 율 100%로 그 영상을 클릭했다. 그 영상의 내용은 별거 없었다. 남자 혼자 장 봐 와서 너저분한 방에 홀로 앉아 라면 끓여 먹으며 정말 할 일이 없는지 영수증 내역까지 하나하나 읊어 주는 영상이었다. 그 영상 외에도 나는 수 편을 연달아 보고 뭔가 팍 느낌이 와서 구독을 눌렀다. 그의 구독자수는 만 명이 훌쩍 넘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채널이었다. 그에 비하면 내 채널, 짭짤한 시인은 일 년이 넘도록 구독자 이제 겨우 서른 명 밖에 안 되는 ..

짭짤한 문학/Essay 2020.05.24 (2)

구글 애드센스(Adsense) 광고 정지를 당하다

애드센스 광고 정지를 당하다 티스토리 블로그와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애드센스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고자 시도한지 3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약 한 달 전 무효 트래픽이 확인되었다면서 광고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구글링해서 알아 보니 약 한 달 후면 다시 정상화 될 거라 해서 앞으로 몇 일 후면 다시 광고배너가 내 블로그와 웹사이트에 나타나리라 기대하고 있다. 광고정지를 당한 이유는 구글측에서 내가 제 3자에게 광고 클릭을 부탁하거나 유도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게 그럴 것이 어느 날 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광고클릭을 백 번 이상 한 것을 통계 페이지에서 확인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누군가는 나를 아는 사람 일거 같은데 나로 하여금 돈을 벌게 해 주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거 같다..

[감상문] 물증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 박상우 시인

[감상문] 물증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 박상우 시인 기억과 사진 머릿속에 기억은 사라질 수 있다. 건망증으로 치매로.. 이 삶은 소중하다. 그래서 시인은 기억만으로는 섭섭하다고 말한다. 100년 동안 간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중한 추억을 사진첩에 껴 놓고 물증으로 남겨야 한다. ---- 차용증서 있는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유방, 당신의 마음을 잠시 차용하여 쓸 뿐이다. 또한 나의 불알, 나의 마음을 당신에게 아름다운 포장지에 싸서 줄 테니 차용증서나 써 놓고 가져 가시오. 유방, 불알, 마음 이란 서로 나누는 추억의 내용 또한 차용증서라는 물증, 즉 흔적이라도 남겨야 한다. 왜냐하면 섭섭하니까. ---- 출생신고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출생신고와 같은 물증이 따라온다. 그런 물증이 없이는..

짭짤한 문학/Essay 2020.05.08 (2)

나는 왜 구독자가 늘지 않을까?

나는 왜 구독자가 늘지 않을까? 나는 좀 심각한 사람이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물리적인 머리가 아닌 심리적인 머리가… 머리가 벗어졌다. “존재를 위한 존재” 라는 제목 얼마나 골치 아픈가? 이런 ‘시’를 사람들에게 읽으라고, 아니 들으라고 올리니 사람들이 듣다가 나가지? 방금, 내 나이 또래 40대 독거 노총각 유튜버 구독했다. 어느 누구의 댓글을 보니, B급도 아닌 C급이지만 진솔해서 구독한다고 한다. 그의 동영상을 세 편 보았다. 철자법도 간혹 틀리는 엉성한 영상이지만 킥킥 웃으며 보았다. 어쩌면 구석 구석 틀린 철자법이 설정 일 수도 있다. 그의 구독자는 만 명이 훌쩍 넘었다. 나는 2020년 4월 20일 현재,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일 년, 고작 26명 달성. 그 스물 여섯 분은 정말 독특한 취..

짭짤한 문학/Essay 2020.04.20 (2)

영화 “기생충” 관람후기

오늘 이곳 내쉬빌에서 오마니와 함께 영화 "기생충(Parasite)"을 봤다. 으리으리한 그 박 사장의 저택 밑바닥에 미로같이 구불구불한 음침한 지하실이 마치 창자를 연상케 하고 무슨 이유인지 그 안에서 칩거하는 우중충하게 생긴 가정부의 남편이 기생충을 상징하는듯 하다. 어쩌면 박 대표 가족은 그저 지구라는 창자 안에 좀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고 사는 십이지장충 일 수 있고 반 지하 김씨 가족은 냄새나는 항문 근처에 요충일 수도 있다. 누구나 지구는 우리가 영원히 살 곳이 아님을 안다. 누구든 주어진 수명을 살다 떠나야만 한다. 누구나 떠나야 한다면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든 못 먹고 못 살든 잘 먹으면 그저 때깔 좋은 귀신이고 못 먹으면 때깔 험한 귀신일 뿐이다. 이 땅이 왜 생겼을까. 결국 떠나야 ..

데이트 비용에 대한 단상 - 지갑이 닫힌 여자들

40대 노총각과 노처녀가 데이트를 하는데 데이트 비용을 전부 남자가 부담한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여자는 전혀 지갑을 열지 않는다. 그래도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어 식당이며 영화관이며 놀이동산이며 전부 다 지불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 여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남자를 보며 정말 자기를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은 자기가 식사 비용을 부담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그 날 따라 남자는 괜히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오랫동안 내가 비용을 전부 지불 했는데 여자가 한번도 사지 않는것은 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증거 아닐까? 그 두 남녀가 그 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남자는 내심 여자가 내 주기를 바라고 있고 여자는 이번엔 자기가 내야 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고 그런데 마음이 쫀..

치과에서

치과에서 잘 하는 치과는 대개 대도시에 있는지라 네 시간이나 운전해서 애틀랜타로 갔다 저번에 내 치아를 손 보았던 그 치위생사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아마도 중국계나 베트남계 여자 치위생사인듯 처음엔 한인인 줄 알고 한국어로 말을 꺼내자 약간 인상을 쓰며 영어로 한다. 언어 스트레스를 느끼는 모양이다. 한인치과에서 한인 치위생사를 기대한 나는 좀 실망했지만 어쩌겠는가 이민자 영어로 말을 거는 그 치위생사 이민자 영어로 대답을 하는 나 초콜릿을 먹으면 이빨에 자극이 온다고 말하자 이빨을 너무 새게 닦아서 그런단다 본격적으로 이빨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그 치위생사 손길이 다소 거칠다 저번 치위생사의 상냥하고 조심스런 손길과 대조된다 그 거침이 어쩌면 경력이 오래된 것을 말해 준다라고 스스로 안심시키며 계속 입을..

천생연분이란 정해져 있는가?

천생연분이란 정해져 있는가? 마흔 중반이 넘도록 장가가지 못하는 수 많은 남자들 중 하나인 나는 지구 어디에 선가 나의 인연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것은 결정론적 세계관에 젖은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창세기에 하나님이 선악과를 에덴동산에 두고 아담과 하와에게 먹지 말라고 하신 것은 그들이 선악과를 먹을 수 밖에 없게끔 프로그램(코딩)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선악과를 먹고 안 먹고는 전적으로 아담과 하와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하나님도 그저 가능성만을 염두 해 두실 뿐이라는 견지를 지지한다. 수 많은 기혼자들은 그들의 만남이 그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운명으로 여기고 살아 갈지 모른다. 이 것은 결정론적 세계관을 받아 들였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 심리 상담가 - 글쓰기

무료 심리 상담가 – 글쓰기 현재 시각 새벽 3시 25분. 한참 자다 일어 난 줄 알고 깨어 시계를 보았을 때는 새벽 1시 2분 이었다. 그 이후로 잠이 오지 않아 깜깜한 방, 메트리스에 누워 유튜브를 듣다가 그래도 잠이 오지 않자 부엌에 있는 아로마 떼라피 알약을 삼키고 올라 왔다. 잠을 충분히 자야만 다음 날 피곤하지 않게 일을 하는데 이 글을 쓰고 좀 더 잠을 청해야 겠다. 잠이 오지 않아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미주 한인 자살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기사가 떴다. 특히 젊은 나이층이 급증했다고 한다. 나 역시 예전 힘든 시기에 자살충동을 많이 겪었다. 그 때에는 왜 이리 마음이 힘들었는지 걸핏하면 우울했고 번민했고 괴로웠다. 한창 예민하던 고2, 그 때부터 글을 쓰게 된 것도 괴로운 마음 때문이었다. ..

멀쩡한 우체통을 뽑으라니

멀쩡한 우체통을 뽑으라니 우리집 앞길은 우리 동네(Subdivision)에서 차들이 가장 빠르게 달리는 직선도로이면서 내리막길이다. 몇 년 전 두 번이나 우리 우체통이 내려오던 차에 의해 박살이 난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우체통을 새로 박았다. 그 이후로 몇 년 동안 별 탈 없이 그 우체통은 굳건히 서 있다. 그런데 약 2주 전, 동네 사무실에서 우리 우체통의 모양이 동네 표준과 다르다고 바꾸라는 이메일이 왔다. 우리는 누가 신고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옆집 흑인아저씨가 귀뜸을 해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옆에 옆에 집에 사는 어느 은퇴한 백인남자가 우리 집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 뒤뜰에 덱(Deck)을 만든 적이 있는데 철거하라는 신고가 있었고 얼마 전엔 동생이 고기를 굽기 위해 뒤뜰에..

그 판매원 누나의 진심

그 판매원 누나의 진심 중학교 1학년, 아주 어리지만도 그렇다고 성숙하지도 않은 시기,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나는 사소한 장난으로 손가락에 상처가 났지만 그냥 그대로 둔 채 친구들이랑 선물가게에 갔다. 여기저기 손님을 끌려는 판매원 누나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지갑에는 삼 천원이 접혀 있었다. 한 판매원 누나가 내 손가락의 상처를 발견하고 밴드를 붙여 주겠다고 했다. 나는 왠지 쑥스러우면서도 이 누나가 상품을 팔려는 의도적인 행동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조금 들었다. 그런 마음 때문이었는지 밴드만 붙이고 그 누나의 상점을 바로 벗어나 멀리 떨어진 다른 가게에서 반찬통 하나를 샀다. 왠지 그 누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누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 아니든지 간에 나의 상처난 손가락은 ..

아담이 동물들의 이름을 지은 이유

창세기에는 아담이 하나님의 창조물인 동물들의 이름을 짓는 장면이 나온다. 시인 김춘수 선생님의 시 “꽃”에서 어떤 사물에 이름을 불렀을 때에 그 것이 꽃이 되었다고 한다. 그 시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KN95 Face Mask on FDA List, 10 Pack 아담이 주위에 그저 뛰어 다니는 동물들에게 이름..

짭짤한 문학/Essay 2019.06.25 (2)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보고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보고 청상과부인 어머니와 사는 어린 옥희라는 여자아이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1960년대 흑백 영화이다. 대충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옥희는 역시 과부인 친할머니와도 함께 산다. 어느 날 옥희 엄마의 죽은 남편의 친구가 옥희의 집 사랑방에 하숙을 들어오게 된다. 그 남자는 옥희를 매우 귀여워 해 주고 잘 놀아준다. 옥희는 그 아저씨를 아빠와 같이 따르고 좋아한다. 옥희의 엄마는 애초부터 그 남자가 집에 들어설 때부터 부끄러워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엄마는 수절을 지키는 것을 운명으로 여기며 산다. 하지만 그 시대 상황은 이미 과부가 재가해도 아무 흠이 되지 않는 시대였다. 오히려 수절을 지키는 것을 바보라고 할 정도 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옥희의 엄마는 속마음과는 다르게 ..

하기싫은 옷수선, 하지만 고마워

건물청소업 - 전기공사 - 우체국 - 치과기공 - 옷수선 위 직업들은 미국에서 26년간 살면서 했거나 하고 있는 직업이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종사하고 있는 직업은 12년이 넘은 옷수선인데 미국사람들이 워낙 손재주가 없다보니 비교적 손재주 있는 한국사람들이 잘 하는 옷수선이 먹고 사는데 괜찮은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옷수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가고자 머릿속은 다른 데 가 있다. 기술 좋으신 어머니가 함께 하시기에 유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은연중 나는 불안하다. 나이 많으신 엄마가 언젠가 일을 못하시게 될거란 생각은 나를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 것은 글쓰기와 코딩을 좋아하는 내가 이 두 가지로 부의 추월차선, 즉 단시간..

짭짤한 문학/Essay 2019.06.18 (2)

사슴, 애만 놓고 가지요

사슴, 애만 놓고 가지요 뒤뜰에 계시던 우리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집으로 뛰어 들어 오신다. 바로 집 뒤뜰 나무 밑에 갓 태어난 아기 사슴이 혼자 엎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집 뒤뜰엔 사슴 같은 동물이 가끔 와서는 엄마가 가꾸시는 텃밭을 망가뜨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몸까지 풀고 간 것이다. 어미 사슴이 급했는지 새끼를 사람 사는 곳에 겁도 없이 놔 놓은 것이다. 동생이 잔디를 깎고 남은 풀을 나무 밑에 부어 놓았는데 그 풀 이불 위에 편안히 엎어져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아기 사슴 곁으로 다가가도 아기 사슴은 위협을 못 느끼는지 가만히 있다. 처음에 우린 새끼가 장애가 있어서 어미 사슴이 버리고 간 줄 알았다. 그래서 동물보호소(Animal Control)에 전화 했더니 하루 안에 어미가 새끼를 데리..

마음의 폭풍이 지나간 후

이제 내 나이 40대 후반에 접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나이는 적어도 60은 되어야 한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대, 그것도 40대 후반이라는 현실에 아직 미혼인 나로선 이제 결혼같은 건 내려 놓아야 한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온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옷수선이다. 혼자 가게에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드레스와 양복을 하시기에 우리 가게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옷수선 가게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 없이는 이 가게가 제대로 돌아 갈 수가 없다. 최근 일주일 넘게 이 마음이 지옥을 경험한 이유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하고 일흔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에..

경찰! 움직이지마!

경찰! 움직이지마! 우리 옷수선 가게에는 유난히 경찰이 많이 온다. 이곳 경찰 국장도 우리 가게 단골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경찰 손님이 여러 개의 유니폼 셔츠 품을 몸에 딱 맞게 줄이려고 왔다. 평소 운전하다가 길가에 경찰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잡으며 마음이 쫄리는데 가게에서 보는 경찰 손님은 왠지 전혀 무섭지가 않다. 방탄조끼를 입은 그 경찰은 셔츠를 하나하나 입으며 나는 핀으로 바디라인을 살려 찝는다. 그러는 와중에 움직이지 말라고도 하고 똑바로 서 있으라고도 하고 뒤로 돌아 서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말은 대개 경찰이 범인에게 하는 말인데 재봉사인 나는 경찰에게 큰소리를 내고 있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나에게 꼼짝 못한다. 핀을 몸에 가까이 대면 스스로 팔을 들어 올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대로 복..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短點)에 대한 고찰 단점이란 낱말은 흔히들 나쁜 습관 같은 의미로 알고 있다. “단점”에서 “단”은 “짧다”라는 뜻이다. 짧은 건 오래 가지 못한다. 멀리 가지 못한다. 하지만 단점이 혼자 있지 않고 적절한 곳에 심겨지면 오래 가고 멀리 가는 장점이 된다. 잘 알려진 대로 “내향적”이라는 성격은 요즘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재인식 되어지고 있다. 그것은 내향적인 성격이 잘 어울리는 환경과 상황을 만날 때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말을 심하게 더듬는 한 총각이 몇 년 간 웃지 않고 우울해 하는 처녀를 만났을 때 어쩌면 그 처녀는 웃음을 터뜨릴 지 모른다. 거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굳이 장점과 단점으로 양분해서 38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

한나 누나 고마워!

한나 누나 고마워! 어제였던가? 저녁식사 중 일곱 살 배기 조카, 제시카가 삼촌인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했다. 그 어린 나이에 할 만한 질문이 아니기에 말이 될 만한 문장으로 만들기가 그 나이엔 어려운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대충 들리는 단어가 몇 개 있었다. 싱글, 애기, 힘들어서 등등의 낱말이 뒤죽박죽 섞인 문장의 질문을 한 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제시카의 질문은 무엇일까? 약 한 달 전, 함께 사는 동생이 늦둥이 아들을 보았다. 위로 누나도 두 딸, 아래로 남동생도 두 딸만 있었다가 동생이 아들을 낳으니 우리 집안으로서는 경사였다. 원래 예정 날은 3월 23일인데 2월 28일, 가게에서 어머니와 미싱을 돌리는 오후, 급하게 동생에게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