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가족이 함께 사니 좋다

2019. 11. 15. 14:38이야기/시인의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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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참 힘들었다. 몸이 아닌 마음이. 가게 앞에 손님차가 딱 들어 서면 평상시와는 다르게 가슴이 조여 왔다. 손님이 오면 돈을 버는 것인데 왜 싫은가 하고 반문 할 수 있지만 요즘엔 돈 버는 건 둘째고 손님 이 들어오는 것 자체에 힘겨워 하고 있다. 

 

이러한 마음상태에서 벗어나려 해도 소용없다. 늪에 빠진듯 더 빠져든다. 이러한 마음이 요즘 나의 신앙상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나의 신앙상태를 1부터 10까지 등급을 매긴다면 1이다. 바닥인 것이다. 신앙은 곧 영적인 상태를 말한다. 공허함, 우울함, 상실감 등의 감정은 곧 영적인 것인데 그러한 영적 감정이 바닥을 치고 있다. 

 

가게 문을 닫기 1시간 전, 인도 손님으로 보이는 노부부와 손녀가 들어왔다. 따따따 거리는 영어발음에 1불 2불에 목숨을 거는 손님이라 그리 반갑지 않다. 오늘도 당연히 가격을 따진다. 바지 헴 하나 인데 현금을 줄테니 세금을 깎아 달라는 것이다. 마음도 좋지 않은 상태에 그런 말을 들으니 나는 아예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 마음으로 일을 하니 일에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집에서 유튜브나 블로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왠지 부러워 지기 시작한다. 사람을 대하는 일 자체가 힘에 부치니 나는 아무래도 사람 만나지 않는 칩거형 작업을 하는 일을 찾아야 겠다. 지금 떠오르는 일은 블로거인데 지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정말 파워 블로거가 된다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 같다. 

 

 

그 인도 손님들이 나가고 나는 유튜브로 개그맨 김병만이 나오는 달인을 연속으로 보았다. 이런 마음에도 웃음이 나오니 신기했다. 한 열 편 정도를 보고 문 닫을 준비를 하는데 웃음은 그 때 뿐이었다. 이러한 마음의 먹구름은 좀처럼 쉽게 지나가지 않는다. 

 

어머니와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다. 불고기와 야채 그리고 새우젖에 먹었다. 조카들은 이미 먹고 올라가 있고 동생과 어머니와 먹었다. 동생은 허리통증으로 물리치료를 시작할 모양이다. 침도 맞을까 생각중인 모양이다. 매월 15일은 집페이와 생활비 그리고 유틸리티비를 계산해서 제수씨에게 주는 날이다. 14일인 오늘 미리 주었다. 그 옆에서 보던 9살 짜리 조카가 그게 뭐냐며 자기에게도 주면 안되냐고 엄마에게 묻는다. 어린 나이에 돈 맛을 아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어제부터 가족을 모아놓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윗층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동생을 불러오라고 하셔서 게임중에 내려 올 수 없을 것이라 말씀 드렸다. 그래서 결국 약 30분 후 기도를 하셨다. 엄마는 우리 집안에 위기라는 인식이 있으신지 이렇게 하시는 것이다. 둘째아들은 백수가 되어 집에 있고 큰아들은 우울해 하고 추운 날씨에 집안 분위기도 쌀쌀하다. 

 

하지만 돌도 안된 늦둥이 다니엘의 해맑은 얼굴은 가족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찌됐건 낮에 힘겹게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동생가족이 있다는 것이 정말 힘이 된다. 예전처럼 집에 달랑 어머니와 나 뿐이라면 얼마나 적막할까. 적어도 앞으로 2년은 더 함께 살게 될거 같다. 그 전에 내가 짝을 만나게 될지 아직 미지수다. 만약 만나게 된다면 내가 따로 나가 살게 될거 같다. 

 

저녁 9시, 나는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결에 동생이 이불을 덮어주는 걸 느꼈다. 곧 일어나 양치를 하고 이렇게 내 방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클래식 기타연주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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