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이끌지 않는 글 - 지퍼를 고친 오늘

2017. 6. 25. 14:01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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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이끌지 않는

     

   지퍼를 고친 오늘

 

 

토요일인 오늘, 6월이 지나고 있다. 가게는 한가하여 돈은 적으나 몸은 편하다. 해마다 일이 터지는 프람시즌 드레스는 더이상 가져 오지 않으니 같다. 부모님이 하시는 옷수선 가게에 발을 들여 놓은지도 년이 넘었다.

 

얼마 찾아가지 않는 오래된 옷들 정리해서 팔려고 놓았다. 그리고 카운터에 “ON SALE (판매중)” 푯말을 붙였다. 나흘이 지났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옷을 고치러 왔지 사러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는지 푯말이 눈에 들어 오지 않나 보다.

 

옷과 친하지 않는 내가 지난 십여년간 옷을 고쳐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 오다니. 그나마 지퍼는 나의 생리에 맞다. 후줄거리는 옷은 손에 잡히지 않아도 고정된 지퍼는 손에 어느새 익숙해 졌다. 물론 처음 지퍼를 아버지로 부터 배울 12불을 벌기 위해 4시간 생똥을 생각하면 이렇게 돈을 벌어 굳이 살아야 하나? 그런 캄캄함이 몰려 오곤 했다.

 

오늘 아침 전화 통이 가게로 걸려 온다. 나의 셀폰으로 자동 넘어 온다. 나는 으레 제껴 버린다. 문자로 답하려는 것이다. 손님에게 일일이 통화하는 것도 스트래스다. 그래서 문자로 손님들과 소통한다. 손님은 오늘이 결혼식인데 브라이드 메이드 드레스 지퍼가 벌어져 입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건은 통화를 했다. 손님이 얼마나 다급한지 문자를 하고 전화를 다시 걸었기 때문이다.

 

그럼 가져와 보라고 하곤 끊었다. 얼마 여자손님과 여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 왔다. 과연 드레스 지퍼는 가관도 아니었다. 어디서 했는지 보이지 않는 지퍼(Invisible zipper) 천에 박음질 까지 놓아 엉망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박음질한 실을 떼어 내고 벌어지는 지퍼 대가리(슬라이더) 이빨에 균형을 맞추어 아래까지 내린 다시 올리면 거의 80% 고쳐 진다.

 

다행이 드레스는 그렇게 하여 10분만에 고쳐 졌다. 1 30분에 찾으러 오겠다고 했으니 있다가 문자를 보내어 되었음을 알렸다. 너무 빨리 문자를 보내면 일의 가치가 떨어 지므로 나는 시간 문자를 보낸 것이다. 가격은 일한 만큼 매겼다. 가격을 보시곤 어머니가 벌컥 하신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지금 살아 계신 어머니는 주로 가격 때문에 싸우셨는데 아버지의 가격 매김은 나와 계산법이 같았다. 싸우시던 때가 생각이 나서 나는 어머니께 드린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의 입김으로 가격을 20불로 했다. 정황상 손님은 급하게 찾아야 하는 비상사태인지라 비록 일은 금방 끝났지만 일에 가치를 많이 부여하는 어머니의 계산법을 따른 것이다.

 

지퍼는 이빨이 나가면 폐기해야 하는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방법이 있었다. (thread) 이빨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치과기공에서 왁스로 이빨 모양을 빌드업하듯. 그래서 며철 전에도 잠바 지퍼 이빨 나간거 청바지 실로 이빨을 빌드업 해서 고쳐 주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같다. 실과 플라스틱은 강도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옷을 고치는 것이 왠지 슬슬 천직이 되어 가는건가.  그렇게 하기 싫던 일이 말도 통하지 않는 미국땅에서 뾰족히 만한게 없어 하다보니 몸에 베어간다. 보통 미국사람들의 검소하게 입는 스타일 덕분에 옷수선이 먹히는 사업이다. 오래된 옷도 고쳐가며 유행 거의 없이 즐겨 입으니 말이다. 옷을 고치던, 몸을 고치던, 마음을 고치던, 구두를 고치던  고침, 치료 치유는 회복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그런 종류의 직업은 성격상 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업의 귀천은 없고 직업의 성격만 남는다. 글의 제목 목적이 이끌지 않는 애시당초 편하게 쓰고자 하는 글쓴이의 의도를 저버리고 결국 목적이 뚜렷한 명제를 남겨 버렸다. 언제나 글은 쓰다보면 방향이 잡히기 마련인가 보다.

 

 

2017. 6. 24 [23:45]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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