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 맘대로

2019. 3. 8. 12:21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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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집 이야기

 

약혼녀 맘대로

 

약간 기분이 들 떠 보이는 멀대 같은 젊은 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 다리 통이며 허리 그리고 기장을 수선한 양복바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탈의실에서 입고 거울을 보며 잘 맞는지 확인한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지 좋아한다.

 

계산을 하고 나가다가 이런 말을 던진다. “내 약혼자한테 마음에 드는지 보여 줄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오해 했는지 몰라도 마치 약혼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다시 가져 오겠다는 말로 들리니 기분이 좀 상했다.

 

자기 옷 자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 자기 아내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미국남자 손님이 좀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여자들의 파워가 더 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엄마의 영향권이 아내에게로 넘어가 아내의 날개 아래서 숨 죽이는 연약한 남편들의 삶?

 

아직 결혼 전인 나는 이 글을 맺으며 여자들이 무서워 지기 시작한다. 오늘 어머니의 잔소리에 속이 좀 불편했기 때문일까. 아내는 어머니의 연장선에 있는 존재일까. 모자지간과 부부지간은 엄연히 다르겠지만 그 양복바지 찾아가는 그 남자를 보면서 아내가 어머니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 찍소와 사느니 앵무새와 사는게 낫다고 하는데 요즘 같아선 차라리 찍소가 낫지 않을까? 생각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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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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