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스승

 

 

방구석에 쳐 박혀 시만 쓰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 시인은 걸작의 시 한 편을 뽑아내기 위해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도

이건 시 답지 않다고 스스로 시인합니다

그러다 시장하여 집 근처 시장 국밥집에 들어 갑니다

 

그 국밥 집 욕쟁이 할머니가 

그 시인에게 습관적으로 욕을 해 대며 주문을 받습니다

 

평소에 고상한 말에만 익숙했던 그 시인은

그 할머니의 거친 욕을 듣더니

눈이 번쩍 떠집니다



 

그 할머니의 욕 안에

가공하지 않은 구수한 언어와

압축된 고된 삶의 언어를 발견합니다

 

그 시인은 결국 그 할머니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그 할머니의 시다바리로 취직합니다

 

돈도 거의 안받고

욕도 먹고

국밥도 먹고


매일 눈이 떠집니다

하루에 두 번


욕 먹을 때 한 번

국밥 먹을 때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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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0 초고

2019. 1. 22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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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 연애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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