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Ch. 8 - 동생의 죽음

2020. 5. 18. 10:31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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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종옥의 가슴에는 피에 젖은 역사와 더불어 생긴 깊은 상처가 여러 개 있다. 그의 하나 밖에 없는 동생 종술이 중학교 시절에 억울하게 어이없이 죽은 것이다. 때는 6.25 전쟁직후 종술은 전교학생회장을 맡을 정도로 영민했다.  어느 날 고등학교 형들과 축구시합을 하던 중, 상대 선수의 무리한 공격으로 무릎에 큰 부상을 당하여 수술을 해야만 했다. 종술의 딱한 사정을 들은 학교측은 모금을 하여 수술비를 마련한 후, 어머니 이봉운에게 전달한다. 그걸 알아챈 의붓 아버지 박영감이 욕심이 생겨 어머니가 숨겨 놓은 수술비를 찾아 내 가로 챈다. 그동안 단순 절도로만 생각했던 종옥은 그런 줄도 모르고 동생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신문을 돌린다.

 

, 이제 무릎에 감각이 없어. 하지만 괜찮을 거야. 너무 무리하지 마.”

아니야. 오래 두면 큰 일 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잖아. 조금만 더 참아. 빨리 돈 벌어서 수술 시켜 줄께.”

, 고마워.”

 

형은 추운 겨울, 찬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패달을 돌린다. 하지만 신문만 돌려 가지고는 그 엄청난 수술비를 마련하기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다.

 

 

종술아, 형 돌아 왔다. 배 고프지. 형이 호떡 사왔어. 먹어 봐.”

형이 먼저 먹어. 나는 엄마가 얼마 전에 밥 차려 주신 거 먹어서 괜찮아.”

 

종옥은 점점 약해 져 가는 동생을 보며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급해져 왔다. 다음날 새벽, 종옥은 신문을 돌리기 위해 일어 나는데 너무 고요히 자는 동생 종술이 이상했는지 종술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종술아, 자니?”

“… …”

종술아!”

“… …”

 

그 날로 종옥은 더이상 신문을 돌리지 않는다. 동생의 장례는 초라하게 치뤄졌고 멍해진 형 종옥은 울음도 나오지 않는다. 삶에 의욕을 잃은 종옥은 또 다른 일제의 침탈을 막기 위해 평소에 태평양을 지키 겠다고 다짐하며 해군사관학교를 목표로 공부하던 의욕 조차 상실하게 된다.

 

어머니 이봉운이 일찍 재가 하게 된 것은 남편 박진수가 해방 직후 친일파로 몰려 극단적인 단체에 의해 고문을 받아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 어려운 시대에 두 아들을 홀몸으로 키운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고 얼마 전 소개로 알게 된 박영감이란 사람이 어머니 이봉운에게 흥정을 해 온 것이다.

 

봉운씨, 나에게 시집와서 집안 일과 농사일을 도와 주면 내가 당신 두 아들 공부는 내가 다 책임짐세.”  

 

그 말에 넘어간 이봉운은 마음에도 없는 재혼을 덥석 하게 되고 일제 때 재산을 불린 박영감의 아내라고는 하지만 거의 종살이나 다름이 없었다.

 

여보, 당신은 여자라고 하지만 왠만한 남자보다 일을 갑절은 하는구려.”

“… …”

내한테 아들 하나 낳아주고 재산을 두 배로 늘려주면 종옥이 종술이는 내가 책임지지.”

 

하지만 이미 박영감은 몰래 종술이 수술비를 가로 챘듯 전혀 종옥이와 종술이에게 십원 한 장 쓸 마음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어머니 이봉운은 두 아들의 교육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집안 살림이며 농사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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