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용진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79, 종옥은 불안정한 목수일을 접고 소양극장 건너편 모퉁이에 중앙세탁소를 개업한다.  세탁소 뒤엔 춘천 시청이 있고 시청 앞엔 오래  놀이터가 있다. 용진은 동생 용준이와 매일  놀이터에서 논다. 놀이터엔 짓궂은 아이들이 더러 있기 마련이고 용준도 그런 개구장이에 속한다. 곱슬머리 용준은 자주 놀이터에서 자기 보다  애들과 싸우곤 했다. 동생이 불리해 지면 싸움과는 거리가   용진은 아빠의 세탁소로 달려가 아빠의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아빠!   났어요. 용준이가 맞고 있어요!”

 

용진아, 그렇다고 아빠한테 달려 오면 어떻게 하니? 형인 네가 동생을 도와 줘야지!”

 

용진은 그제야 자기가 겁쟁이라는  깨닫고 다시 놀이터로 달려간다. 가서 보니 용준은 코피를 흘리며 주저 앉아 울고 있고 덩치  상대 아이는 달려 오느라 헉헉 대는 용진을 노려 본다.

 

!  동생을 어떻게 한거야!”

 

너도 맞아 볼래?”

 

!”

 

 

용진은 배를 얻어 맞고  자리에 주저 앉아 숨을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그렇게 용진은 겁장이에다가 싸움도 못하고 용준은 무모하면서도 싸움도 못했다.  형제는 힘의 논리에서 항상 약자에 속했다.  그런  아들을 보는 아빠 종옥은 속이 상해서  아들 용진을 자주 나무라곤 했다. 강하게 자라기를 바랐지만 천성이 순한 용진은 그러한 아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옛날 동생을 어이없이 잃은 종옥은 용진을 자기 자신에, 용준을 죽은 동생 종술에 이입하여 일찍 끊어진 형제애를  아들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었다. 비록 강하지 못한  아들이지만 서로  놀고 그런대로 우애가 있어 만족하는 것이다.

 

종옥은 거창하게 세탁소 사장이라지만 자주 가게로 찾아 오는 술친구 때문에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한다. 술값은 거의 모든 경우 종옥이 내기 일쑤였다. 친구가 내겠다고 해도 결국 종옥은 자기가  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사실을 알게  옆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경자에게 일러준다.

 

정윤엄마, 애기아빠때문에 힘들겠어. 친구 좋아하고  좋아해서 언제 돈을 벌어?”

 

경자는 사실 신혼초 부터 친정어머니의 이혼하라는 말씀을 들으며 살았다. 경자는 남편으로 부터 제대로 생활비를 받아  적이 거의 없기에 성격이 점점 독해져서 처녀적에 순한 양이었다면 결혼해서 독사로 만들었다고 남편에게 불평을 늘어 놓곤 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경자가 미용기술이 있으니 종옥이 돈을  벌어도 굶지 않고 살지 않는가. 종옥은 생활력 강한 아내를 믿고 자신의 부족한 경제관념을 고치려 하지 않는 모양이다.

 

 

종옥은 세탁소를 결국   하지 못하고 정리하고 만다. 한국땅에서 계속 실패를 경험한 종옥은 해외로 눈길을 돌린다. 친구들과 미국 플로리다 유람선 선원비자로 떠나게 된다. 용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83년도인 것이다. 누나 정윤은 6학년이고 막내 용준은 2학년. 한창 자랄 나이에 아빠가 멀리 미국으로 떠나는데 삼남매는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혼자 삼남매를 키울 경자는 애써 눈물을 감춘다. 1 후에 돌아 올지 5 후에 돌아올지   없는 남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경자는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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