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나에게 돌을 던지시오

2019. 11. 17. 12:01이야기/시인의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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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오늘, 도저히 일을 못할거 같아서 집에서 쉬고 있는 동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밖으로 나갔다. 교회에서 빌려온 책, "연금술사"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서관문을 열려고 하니 굳게 닫혀 있었다. 12시에 연다고 적혀있다. 미국 도서관 정말 일 설렁설렁 하는구나. 그래서 결국 도서관 뒤 산책로를 걸었다. 

 

날씨가 추워선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가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스마트폰을 보는척 하고 인사를 회피했다. 내 마음이 도저히 인사할 상태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혼자 걸으니 마음이 더 차가워 졌다. 그렇게 40여분을 걷고 차에 돌아와 "연금술사"를 읽어갔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나는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주인공인 양치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내용인거 같은데 읽는 내내 핵심을 잡아내지 못하고 글자만 줄줄 읽은 기분이다. 

 

워낙에 유명하고 감동적인 책이라고 해서 그 감동을 나도 느껴보고자 꾹 참고 읽었는데 거의 하루를 투자해서 다 읽은 직후 허탈함이 몰려왔다. 나의 이해력이 너무 초라했다. 패배감도 몰려왔다. 그렇게 극찬을 받은 책인데 나는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하니 내가 좀 바보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번주 내내 가게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심적으로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손님 하나하나 받는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별 일도 아닌 일에 이렇게 힘들어 하다니. 이래 가지고서야 이 세상을 어찌 살겠는가. 그래서 온라인사업을 꿈꾼다. 사람 접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동수익을 올리는 그런 시스템. 참 편한 사업같다. 하지만 그 시스템을 일군다는 것이 엄청난 노력과 영감을 필요로 한다. 

 

일 끝나고 가족은 어머니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 나는 혼자 집에서 그 지루한 책 "연금술사"를 꾸역꾸역 읽어갔다. 나중에 제수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돌아오는 길에 외식을 할 생각이니 식당으로 오라는 것이다. 나는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한참 후에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고 엄마가 얘기 좀 하자고 하셔서 엄마 방으로 갔다.

 

어젯밤 엄마는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며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어 괴로워 하다가 내일 아침엔 아들이 밝은 얼굴로 일어 나겠지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어제보다 더 안 좋은 상태로 일어 났다. 그래서 결국 동생이 나 대신 일을 한 것이다. 엄마와 오랫동안 가까이 하루종일 생활 하다보니 서로간에 막 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의 퉁명스런 말투 그리고 나의 퉁명스런 말투. 누가 먼저 인지는 모르나 서로 그렇게 그런 말투를 주고 받으니 삶에 부정적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었다. 

 

유튜브에 각종 건강에 관한 정보들이 넘쳐 난다. 밀가루 먹지 말라. 우유 먹지 말라. 그런 소리들이 이젠 정말 잔소리같이 느껴진다. 있는거 그냥 맛있게 먹을란다. 이것 저것 신경쓰며 먹을려니 소화가 안될거 같다. 엄마도 힘들어서 말투가 곱게 나오지 않으시겠지. 나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무니 자존감이 추락하고 우울해 졌다. 이런 우울이 이제 단련이 되어선지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나에게 주어진 조건과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음에도 나는 감사함도 없고 행복함도 없다. 이런 나에게 욕할 사람은 욕 디랩다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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