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Ch.7 - 불청객

2020. 5. 12. 22:23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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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종옥은 외지로 공사를 따서 집에 들어 오는 날이 한 달에도 몇 일 밖에 되지 않았다. 아빠를 보기 힘든 삼남매는 거의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지하며 아빠하고는 심정적으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경자는 남편의 부족한 경제관념을 메꾸기 위해 야매(불법)로 머리를 하게 된다. 처녀시절 남원에서 해당화 미용실을 차리고 몇 년간 했던 실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적성에 맞지 않아 결혼하자 마자 그만 두었던 미용을 형편이 어려워 지자 야매로라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아직 취학 전인 막내아들 용준은, 놀아 주진 않고 머리만 말고 있는 엄마가 못 마땅한지 때도 아닌 밥을 달라고 떼를 쓴다. 보다 못한 손님이 아들 밥 부터 차려 주고 하라고 양보를 한다. 경자는 그제야 아들에게 하얀 밥과 김치와 아침에 먹다 남은 콩나물국을 데워 준다. 신나게 먹고 있는 용준이를 바라보던 손님이 용준에게 묻는다.

 

용준아, 뭐가 그리 맛있니?”

밥도 맛있고요. 김치도 맛있고요. 콩나물국도 맛있어요!”

 

똥배가 불룩한 곱슬머리 꼬마의 우스운 대답에 그 손님은 머리를 다 끝내자 경자에게 오백원짜리 지폐를 내 밀며 아이 과자라도 사 주라고 팁을 준다. 팁문화가 거의 없는 대한민국에서 팁을 받은 경자는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어느 토요일 그날 따라 머리손님이 줄을 잇는다. 손에 파마 약 묻히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경자는 삼남매에게 부족하지 않게 키울 수 있다는 희망으로 고운 손을 아끼지 않는다. 오후 4시나 되었을까? 어지간히 일이 마무리 되고 손님들이 다 돌아간 상태에서 갑자기 녹슨 현관문이 철커덩 열리며 소란스런 여자 둘이 들어 온다. 직감적으로 약간 겁을 먹은 경자는 무슨 일로 오신 분들이냐고 묻는다.

 

여기가 야매로 머리하는 집 맞죠?”

, 맞긴한데, 도대체 누구시길래 남의 현관문을 그렇게 열고 들어 옵니까?”

나는 저기 큰 길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는 S미용실 사장인데 당신때문에 우리 매상이 줄었어! 머리를 할려면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하던가 해야지 이게 뭐야?”

우리가 형편이 좋지 않아 미용실은 차리지 못하고 그냥 집에서 해요. 한 번 만 봐 주세요.”

그건 아니지. 엄연히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야매라니? ~ 이게 미용도구군? 이거 우리가 압수해야 겠어. 다신 집에서 머리하지마!”

 

방에서 놀고 있던 삼남매, 정윤, 용진, 용준이 놀라서 마당으로 뛰쳐 나온다. 상황을 파악한 삼남매는 울며 그 S미용실 사람들에게 나가라고 대든다. 삼남매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엄마의 그 힘든 상황을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엄마, 괜찮아?”

 

큰 딸 정윤이 엄마의 어깨에 손을 대며 묻는다.

 

괜찮아, 정윤아. 미용도구는 다시 사면 되고, 머지않아 이사 가기로 했으니 그곳에서 다시 하면 돼.”

 

어느덧 가을이 되고 변소 옆에 대추나무가 있는데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가 긴 막대기로 대추를 따신다. 대추만 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징그럽게 알록달록한 거미까지 떨어지는 걸 본 용진은 기겁을 하고 도망친다. 대추를 한 바가지 수확한 아버지 종옥은 아내에게 건네며 대추차를 끓이던지 삼계탕을 끓이던지 하라고 이른다. 그렇다. 아빠는 오랜만에 돈을 가져 오신 것이다. 이렇게 종옥이 돈을 가져 오면 경자의 손은 잠시 휴식을 얻는다.

 

주인집 ㅂ씨는 셋방쪽 구석에 대추나무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셋방 식구들이 대추를 따도록 내버려 둔다. 주인집과 셋방은 따로 분리가 되어 있어 대추나무가 주인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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