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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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옷수선 일기 ] :: 성조기를 걸며 마음엔 태극기를...
성조기를 걸며 마음엔 태극기를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3.1절을 맞이하여 가게 문 옆에 태극기를 달 수는 없고 옆 가게에서 준 성조기를 달았다. 성조기를 꽂으면서도 태극기를 다는 심정으로…. 거의 매일 옆 가게에서는 성조기를 달았는데 3월 1일 이후로 우리 가게에서 성조기를 달자 옆가게에서 국기 다는 것을 소홀히 한다. 우리가 국기를 다니 옆가게에서 그만큼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3.1절 이후로 이제 매일 국기를 단다. 미국에서 단독으로 태극기를 다는 것은 불법이다. 비록 성조기를 달지만 마음으론 태극기도 함께 단다. 우리 가게 안에는 주한미군이었던 동생이 가져온 파주 삼팔선 철사 기념품을 벽에 달고 성조기와 태극기 패치를 붙였다. 손님들이 관심있게 들여 다 보기도 한다. 오래 전 어떤 낯선 사람이 전..
2021.03.11 -
[미국 옷수선 일기] :: 만사가 예사롭지 않다
만사가 예사롭지 않다 3월 4일인 어제만 해도 봄 인양 따뜻했는데 오늘은 오후에도 제법 쌀쌀했다. 점심 후 한 시간이 지났을까? 가게문을 빼꼼히 열고 어느 누추한 남자가 움추린 몸으로 홈리스라면서 뭐라고 나에게 말을 건다. 당연히 돈을 달라고 하나보다 하고 돈 통을 여는데 돈이 아니라 남는 자켓이나 스웨터 있으면 달라는 것이었다. 두 달 전이었을까? 어머니가 실수로 기장을 3인치나 더 자른 케시미어 난방이 구석에 걸려 있다는 걸 어머니가 기억하시곤 그 옷을 그 홈리스에게 전달하신다. 초콜릿 견과류 :: $28.44 좀 땡강했지만 그 홈리스에게 어느 정도 추위를 견딜 수 있어 보였다. 그 옷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오랫동안 걸어만 놓았는데 임자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의 실수로 옷값을 물어 주었지만 ..
2021.03.06 -
[미국 옷수선 일기] :: 조폭손님의 No 마스크
조폭손님의 No 마스크 조폭은 아니겠지만 요즘 온 몸에 문신을 한 거구의 남자들이 우리 가게에 자주 출몰을 한다. 차에서 내리는 그 손님의 얼굴에 마스크가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손님을 향해 습관적으로, “Do you have a mask, please?” 하며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구했다. 어제 이미 마지막 남은 마스크를 어떤 손님에게 주었기에 이 손님이 마스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이 손님의 비말을 마셔야 했다. 다행이도 그 손님이 다시 차로 간다. “쉿(Shit)!!”을 한다. 총을 가지러 가나? 내가 가진 무기는 한국에서 배웠던 태껸 무료강습 4개월과 미국에서 배운 태권도 노란띠와 내쉬빌 텍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가라데 1학점이 전부였다. 오십을 바라보는 이 몸, 삐걱삐걱하다. 창..
2021.02.21 -
[미국 옷수선 일기] :: 그 손님을 믿어야 하나
옷수선 일기 : 그 손님을 믿어야 하나 :: 010 어제 어떤 손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약 한 달 전 청바지 허리 두 개를 했는데 여전히 좀 크다는 것이다.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 해 보니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지금 3월이 되어 가는데 연초에 왔던 손님이다. 초콜릿 견과류 :: $28.44 말로는 옷을 해 오고 일 때문에 여태 입어보지 않다가 최근 입었는데 아직 좀 크다며 다시 해 달라고 한다. 그 당시 그 손님이 가격 가지고 쥐어 짰던 기억이 난다. 청바지 허리 하기가 힘이 든 것인데 어느 베트남 손님은 웃으면서 라도 깎아 달라고 하지, 이 손님은 아주 험한 얼굴로 덥석 주서 먹을 기세로 깎아 달라고 덤비니 일은 일대로 힘들고 대가는 억울하고. 그래도 일이 한가하여 그 손님이 원하는 가격에 했었다. ..
2021.02.18 -
[미국 옷수선 일기] :: 한방 먹다 :: 얌체 손님
[ 옷수선 일기 : 한 방 먹다 008 ] 온 몸에 문신을 한 그 남자의 친구가 오늘 아침 청바지를 찾아가면서 잘 했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그러면서 저쪽에서 커피를 마시고 계시는 엄니를 향해 손을 흔들며 땡큐 땡큐한다. 그래서 그거 내가 했다고 하자, 당신들 한 팀 아니냐고 한 방을 먹인다.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인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어리둥절 했다. 2021. 1. 21 [옷수선 일기 : 얌체 손님 009]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막 지났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어오는 손님이 간혹 있다. 한 젊은 남자 손님이 맨 얼굴로 들어오길래 마스크 없는지 물어 봤더니 없다고 하여 가게에 여분 하나를 주었다. 로봇 청소기 :: $299.99 며칠 후 그 손님이 옷을 찾으러..
2021.02.08 -
미국 옷수선 일기 :: 손님의 외모 때문에
[ 옷수선 일기 007 :: 손님의 외모 때문에 ] 며칠 전 보기에도 징그런 뱀가죽 잠바를 입고 온 한 남자가 우리 가게에 들어왔다. 온 몸에 문신이 있고 머리도 아주 희한하게 하여 나와 어머니는 약간 겁을 먹었다. 대개 점잖은 용모의 손님이 많은 우리 가게에 뉴욕 할렘가에서나 볼만한 사람을 보니 지역사회가 커지면서 다양한 사람이 생기는구나 했다. 그 가죽잠바는 겨드랑이에서 손목까지 폭을 줄이는 일이었고 어제 찾으러 왔다. 입어보곤 맘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친구들에게 소개하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 전 날 그 손님의 친구도 청바지 품 줄이러 왔었다. 그 손님 또한 문신이 있고 거구에 질이 안 좋아 보였지만 실상 다른 까다로운 손님에 비해 대하기가 편했고 전혀 어처구니 없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
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