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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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 오빠 짱 - 나는 그녀에게 조종 당해도 좋다
오빠 짱 이 말은 아무리 들어도 기분 좋은 가스라이팅 나는 그녀에게 조종 당해도 좋다 그 말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신나게 거의 모든 말은 가스라이팅 상대의 무심코 던진 말에 영향 안받는 사람 있나 유튜브를 몇 시간씩 들으며 우리의 말과 행동은 이미 제어되어 있다 좋은 설교와 법문 재밌는 강의를 들으며 눈물샘, 웃음보가 열린다 그런 가스라이팅은 그녀의 오빠 짱 그 한마디 말처럼 달콤하다 이 시 또한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 2023. 6. 30 유튜브로 듣기
2023.07.01 -
[e시] 위 내시경 - 헬리코박터균의 전쟁선포
위 내시경 나이 오십 나이를 먹은 만큼 먹은 밥, 김치찌개도 셀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뱃속은 가스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적당히 좀 먹으라 꺼억 꺽 댄다 한국에 들어간 김에 누나의 권유로 위 내시경을 해 보니 헬리콥터 수십 만 대가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한 제균 약 2주치를 적진에 투하하니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설사라는 부상병이 속출하고 있다 인생 자체가 전쟁인데 위장 뿐이랴 온실 속 화초도 괴롭다 2023. 6. 29
2023.06.30 -
[e시] 그녀의 뱃살
그녀의 뱃살 그녀의 넉넉함이 궁금함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녀를 알고 삼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서울 한강변, 홍제천을 자전거 질주하고도 배고프지 않은 오후 5시, 좀 이른 저녁, 그녀는 보쌈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배고프니? 나의 질문에 그녀는 그냥 궁금해서.. 보쌈 정식 두 개를 시켜도 그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오다가 사 들고 온 찐옥수수를 베어 먹는 그녀가 신기하다 집에 돌아와 참외를 깎아 그녀는 다섯 조각 나는 세 조각 함포고복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첨듣는 사자성어에 무식함이 드러난 나 고상한듯 모지란 신랑은 그런 아내의 넉넉한 외모가 그 호기심, 궁금함에 기인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궁금하지 않도록 심심하지 않도록 그녀의 호기심을 그때그때 풀어줘야 함이 처방임을 몸소 깨닫지만 이제 며칠 후면 멀리 다..
2023.06.25 -
[e수필] 우리 집안의 두목, 대니
우리 집안의 두목, 대니 네 살 박이 조카 대니가 난 생 첨으로 여름성경학교에 갔다. 시간이 되어 제수씨가 대니를 데리러 갔는데 대니가 팔짱을 꽉 끼고 씩씩거리며 의자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놀란 제수씨가 선생님께 여쭤보니 첫 날 오리엔테이션에 오지 못한 대니가 명찰을 반납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명찰을 뺏으려 하는 선생님에게 대항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선생님과 대니가 옥신각신 신경전을 벌이다가 엄마가 나타나 겨우 이해시킨 것이다. 대니 입장에서는 줬던걸 다시 뺏으려 하니 부당하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늦둥이에 위로 두 누나가 있고 온가족의 관심을 받는 대니는 애기 때부터 일곱 식구와의 관계로 다져진 사회성으로 성경학교 선생님과 신경전을 벌일 만큼 네 살 짜리 답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께 ..
2023.06.03 -
[e수필] 넝쿨의 생사는 인간의 생각에 달려있다
예전엔 간판을 기어 오르는 넝쿨의 줄기를 싹둑 잘라 간판이 보이게끔 했는데 올해는 왠지 멋있어 보여 그냥 두었다. 그랬더니 간판의 1/3을 가려서 손님들이 간판을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을 좀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두기로 했다. 좀 가렸어도 어떤 직종인지 추측할 정도는 되고 어떤 신비감을 자아내어 오히려 신비주의 마케팅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노골적으로 다 보여 주는 것 보다 어느 정도 가린 것이 더 궁금증을 유발하고 눈에 잘 들어온다. 간판을 덮은 넝쿨은 아마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올해는 왜 안 자르지? 그 이유를 안다면 간판을 더 멋지게 홍보하려고 넝쿨의 방향을 잘 조절해 줄까? 넝쿨의 생사는 인간의 생각에 달려 있다. 2023. 5. 26
2023.05.26 -
[e수필] 분통 터진 개근상
분통 터진 개근상 때는 1980년대 초 중반, 두 살 아래 남동생 성주는 누나와 형과 달리 없는 형편이지만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이웃 친구 제상이 엄마가 동네에서 멀지 않은 DG유치원에 아들이 단짝 친구 성주와 함께 유치원에 다니기를 원했기 때문에 성주 엄마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제상이 엄마는 성주엄마의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은 지 알리 만무했다. 성주 엄마는 자존심도 있고 막내 아들이라도 유치원에 보내자는 마음으로 그 DG유치원에 등록을 시켰다. 어린 성주는 엄마가 무리를 한다는 걸 아는지 몸살이 나도 꾹 참고 성실하게 유치원에 다녀서 출석 도장을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다 받는 억척을 보였다. 반면 단짝 제상이는 꾀병을 부리다 등교하는 날 보다 결석하는 날이 더 많았다. 어느 날 유치원에..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