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필] 몸은 의사, 옷은 재봉사에게

2022. 10. 20. 01:02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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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문을 닫고 바로 손님 스크럽 바지에 넣을 끈을 사러 조앤(JoAnn)에 가다가 뒤쪽에서 경찰차 여러대의 싸이렌 소리가 났다.

3차선 빨간불 신호대기 상태라 그리고 경찰이 피해 가겠지 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바로 내 뒤에서 왱왱거린다.

얼떨결에 차를 전진하였는데 내 차가 바로 빠져 옆으로 비켜야 경찰차들이 신속히 지나가는데 굼뜬 내 차에 속이 터졌는지 여자 경찰이 메가폰을 꺼내어 나에게, "Get out of the way!!" 하며 길을 비키라는 것이다.

그제서야 길어깨 쪽으로 비켜 주었다. 무슨 일인지 급한 일로 달려 가시는 경찰님의 길을 막아 섰으니 좀 더 굼뜨며 계속 떡 막았다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혀 갈 수 있었을까?

 



아마 경찰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로 위에 무법자처럼 권위를 휘두르는 쾌감때문일까? 위험한 직업이지만 그 파워의 맛은 짜릿할지도 모른다.

공공연히 일어나는 미국 경찰의 과도한 진압과 사망사고는 경찰 제복에 스며있는 그 권위가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잘 맞고 적절한 의복은 그 사람의 성격을 더 뚜렷하게 하고 직장에서의 일을 더욱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선지 옷수선집에 찾아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가게주인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의사는 사람의 몸을 고치지만 재봉사는 사람의 옷을 고친다. 몸은 그 사람 자체로 죽고 사는 문제고 옷은 그 사람의 정체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러기 때문에 옷이 찢어지거나 맞지 않으면 정체성에 흠이 생긴다.

몸은 직접적인 아픔을 느끼지만 옷은 내 몸이 아니면서도 내 몸에 밀착되어 여러 기능을 하기에 은연중에 내 몸의 일부인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찢어지거나 맞지 않는 옷은 그래서 왠지 아픔까지는 아니어도 불편한 것이다.

몸은 아프지만 옷은 불편한 정도다. 그래서 옷수선이란 직업이 괜찮은 것이다. 내 차 뒤에서 성질을 내며 메가폰으로 비켜달라고 했던 그 여자경찰의 제복을 좀 더 편하게 고쳐 주고 싶다.

2020.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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