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시인 자세히보기

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13

전기 없인 살아도 물 없인 못 산다

전기 없인 살아도 물 없인 못 산다 어제 가게에서 일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인 오후 3시 50분, 손을 씻으려고 수돗물을 트니 히마리 하나 없는 물줄기가 졸졸 나오는 것이었다. 근처 수도공사를 하나보다 생각하곤 대충 씻고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큰 걸 보고 물을 내리는데 허탕을 치신다. 옆가게에 가서 물어 보니 아직 화장실을 안 갔는지 확인해 본다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역시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수도공사가 끝나지 않았구나 하곤 기다리기로 했다. 물이 나오지 않으니 코로나 시대에 청결함을 유지 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몇 시간이 흐르고 점심이 다가와도 물은 나올 생각이 없다. 아침에 어머니가 받아 놓은 빗물로 대충 손을 씻고 건물 관리 사무소에 ..

가게 주인에게 덤탱이 씌우려는 그 손님은 과연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 옷수선집에서는 일하는 주인이 왕인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주인의 심기가 어떠 한지 어떤 손님은 주인의 기분을 묻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손님은 좀 센 손님이다. 한 일주일 전 잠이 부족한 상태인 어느 날, 한 백인 할머니 손님이 BMW에서 딱 내리곤 트렁크에서 쿠션 하나를 들고 마스크를 쓰며 들어 온다. 나와 어머니도 주섬주섬 마스크를 쓴다. 그 손님은 좀 까다로운 일을 시킨다. 그 쿠션을 반으로 잘라서 지퍼 쪽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쿠션 크기를 반으로 잘라 달라는 것이다. 그럼 속에 솜도 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그렇게 반가운 일이 아니고 잠도 부족해서 나는 아무래도 말투가 그리 정중하지 못했다. 그 손님은 남는 천과 솜에 대해서는 언급도..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를 자주 안 보던 내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네플릭스에 가입했다. 온 가족 7명이 보기 때문에 한 달 13불 정도는 투자 할 만 했다. 며칠 전 밤중에 내 방에서 혼자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요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세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여 영화가 더 실감이 났다. 영화내용은 대충 이렇다. 펀드회사에 과장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딸 아이 하나 있는데 엄마에게 가겠다고 조르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부산에 사는 이혼한 아내에게 딸을 데려다 주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사람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결국 기차는 중간에 멈추게 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에게 당하지 않으려 난리가 난다. 그..

미국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세상이 뒤집어 졌다. 코.. 머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힘들다. 우리 옷수선집도 임시휴업에 들어간지 2주가 넘어 간다. 세탁소는 필수업종이라서 영업을 해도 되는 사업이라지만 세탁소와 형제지간인 옷수선집은 내 생각에 필수업종은 아닌 것 같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시국에 가게 문을 잠근 체 어머니와 함께 안 하던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은 바로 마스크 제작. 이 미국은 절대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하다. 일주일 전인가? 우리 손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 지역 여러 병원에 마스크 조달을 담당한 사람인데 마스크 300개를 만들어 기부해 줄 수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 무기한 휴업상태에 들어가서 재정적으로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지역사회를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흔쾌히 ..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아마도 3월로 접어 들면서 였던가? 가게에서 일 하는 하루 하루의 느낌이 점점 달라지다가 19일인 어제와 20일인 오늘을 겪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이곳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급격히 느끼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켜 놓고 일하는 옷수선집 환경은 일 하면서 세상 분위기와 상황을 그때 그때 알게 해 준다. 또한 손님들의 표정과 상태를 보니 어제와 오늘,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손님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은 두 명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손님도 오전에 몇 명 왔을 뿐 오후엔 거의 오지 않았다. 막바지 6시 퇴근시간 20분 남겨 놓고 한 사람이 들어 왔는데 가끔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홈리스였다. 글쎄 홈리스인지 확실히 모르나 우..

[미국 옷수선 이야기] 말 한마디 잘 했더니

말 한마디 잘 했더니 예전에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패딩 잠바 어깨에 동그란 패치를 달아 준 적이 있는데 최근에 다시 달아 달라고 가져 온 적이 있다. 잠바 재질이 얇아 패치를 떼었다 다시 달면 상처가 남을 게 뻔 했다. 그 손님은 이 패치 무늬 방향이 어깨 선의 각도와 같아야 하지 않냐며 다시 가져 온 것이다. 다시 일을 하기 애매한 일이라 어떻게 말을 할까 잠시 궁리하던 끝에 반짝하고 생각이 떠 올랐다. 어깨에 다는 패치는 패치의 문양이 팔의 방향과 각도가 같아야 하고 어깨선은 그 패치의 중앙을 맞추기 위한 것 뿐이라고 일러 주었다. 사실 우리 가게에서 패치 달 때 거의 모든 경우에 경찰 유니폼이든 군복이든 그 방법으로 패치를 달아 왔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손님도 내 말에 수긍이 갔는지 낯..

동생이 경찰서로 달려간 이유

동생이 경찰서로 달려 간 이유 며칠 전 이곳 경찰 한 명이 도망자를 쫓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는 기사가 떴다. 그 경찰은 겨우 서른 한 살 밖에 되지 않는 세 살 짜리 아이의 아빠였다. 얼굴사진을 보니 언뜻 낯이 익은 듯 했다. 이름도 그리 생소하지 않아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하니 똑 같은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그 손님 옷이 아직 찾아가지 않은 채 옷걸이에 걸려 있고 액수도 101불이나 되었다. 옷 고치느라 수고는 하였으나 이미 운명을 달리한 손님이니 혹시나 가족이 찾으러 오면 절반만 받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이 그 죽은 경찰이 우리 손님이고 101불이나 되는 청구액의 옷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그 옷을 경찰서에 가져가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경찰들은 대개..

미국 옷수선 이야기 -- 실수를 하다

실수를 하다 비교적 꼼꼼한 나는 웬만해선 실수를 하지 않는다. 실수는 같이 일 하시는 엄마의 단골메뉴이다. 그 날 따라 무슨 바람이 나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손님 바지 햄을 해 보았다. 긴 레깅스 여자 바지를 반바지로 만드는 것인데 그만 접는 선에 무심코 가위를 댄 것이다. 이미 싹둑 자르자 마자 나는 화들짝 놀라 점프를 했다. 후덕(작업대) 건너편 엄마도 덩달아 놀라신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찌 할지 궁리를 한다. 우선 반바지이니 좀 더 짧아져도 어쨌든 반바지이다. 좀 더 야한 핫팬츠가 되지만서도. 어쨌든 최대한으로 기장을 확보하자. 그래서 두 번 접을 것을 한 번 접어 오바로끄로 처리했다. 실수를 한 바지라 그런지 연속으로 일이 잘 되지 않았다. 미싱으로 박는데 곧게 박아지지 않고 삐뚤게 박아졌다.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껌 볼 머신의 추억

껌 볼 머신의 추억 2001년, 내쉬빌 북쪽 10마일 지점인 헨더슨빌에 처음 옷수선집을 개척하기 전, 그 자리는 미용실이었다. 그 미용실에 있던 껌 볼 머신 자판기를 우리 가게에도 계속 두었다. 1센트 페니만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각양각색의 동그란 껌볼 중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내려왔다. 18년이 지난 2019년 바로 어제 아주 오랜만에 어떤 여자손님이 두 자녀를 데리고 우리 옷수선집에 찾아왔다. 그 두 자녀 중 큰 아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미싱을 돌리는 자리 바로 옆을 가리키며 자기가 3살 때 엄마따라 이곳에 왔을 때 미스터박이 내게 패니를 주어 껌볼 하나를 빼 먹었다는 것이다. 현재 스무살이고 아직 그때가 생생한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껌 볼 머신은 사라지고 대신 ..

착각과 고지식

착각과 고지식 늦은 오후, 여자아이 둘과 할머니 그리고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언니뻘 되는 여자아이가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어 보고 어머니는 핀으로 품을 찝고 나는 청바지 허리 줄이는 작업을 마저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아빠로 보이는 사내가 갑자기 문을 확 열고 나가더니 차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 즉시 아차, 그 남자 이 손님들과 가족이 아니라 또 다른 손님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다고 본인도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머니와 궁시렁 궁시렁 별난 손님 다 본다. 이러면서 일을 계속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손님이 다시 들어온다. 이미 그 아이손님은 갔고 이 남자가 하는 말이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 왔다고 한다..

약혼녀 맘대로

미국 옷수선집 이야기 약혼녀 맘대로 약간 기분이 들 떠 보이는 멀대 같은 젊은 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 다리 통이며 허리 그리고 기장을 수선한 양복바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탈의실에서 입고 거울을 보며 잘 맞는지 확인한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지 좋아한다. 계산을 하고 나가다가 이런 말을 던진다. “내 약혼자한테 마음에 드는지 보여 줄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오해 했는지 몰라도 마치 약혼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다시 가져 오겠다는 말로 들리니 기분이 좀 상했다. 자기 옷 자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 자기 아내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미국남자 손님이 좀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여자들의 파워가 더 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꼬장꼬장하게 생긴 어떤 수염 난 할아버지 손님이 바지 두 개를 들고 우리 가게에 들어온다. 허리를 2인치씩 줄여 달라고 한다. 바지에 붙어 있는 42인치라고 적혀 있는 꼬리표를 들춰 보여주며 40인치로 해 달라는 것이다. 옷수선집 오랜 경험상 꼬리표의 치수가 항상 정확한 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 할아버지의 허리에 줄자를 뺑 둘러 재어 보았다. 그랬더니 38인치가 나온다. 그래서 결국 탈의실에서 입어 보게 하였다. 핀으로 허리 뒷쪽을 찝고 그 바지를 재어 보니 38인치이다. 그 할아버지는 깎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인상을 하며 가격을 깎기 시작한다. 바지 하나당 허리 줄이는데 15불을 받는데 10불에 해 달라고 우긴다. 바지 단 줄이는 것이 12불인데 말도 ..

손님에게 들킬뻔

손님에게 들킬뻔 한 일주일 전, 어떤 나이 지긋한 백인손님이 조끼, 셔츠, 양복자켓 등을 여러 개 가져왔다. 5년 전 맞춤으로 해 입은 옷인데 살이 빠져서 입지 못하다가 아까운 마음에 돈을 들여 고치기로 마음 먹고 우리 옷수선 가게를 찾은 것이다. 어머니는 조끼와 자켓을 주로 하고 나는 셔츠와 바지를 주로 하는데 요즘 어머니가 몸도 예전 같지 않으시고 일감도 많이 채워져 있어서 비교적 까다롭고 힘든 조끼 네 개를 다른 옷수선집에 보냈다. 갯수가 많아서 우선 다섯 개의 셔츠와 자켓을 먼저 하고 그 힘든 조끼 네 개는 나중에 끝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먼저 해 주기로 했던 옷을 찾으러 그 손님이 왔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이 손님의 옷 일부를 다른 곳에 보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