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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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이야기 - 손님에게 옷 찾아가라고 전화했다가
미국 옷수선 이야기손님에게 옷 찾아가라고 전화했다가 우리 옷수선 가게는 안 찾아 가는 옷이 거의 없다. 그 비결은 매일 손님에게 옷 찾아 가라고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도 깜박깜박하는 현대사회에서 옷수선을 맡기고 까맣게 잊어 버리는 건 일반적이다. 문자로 손님의 기억을 되 살려 주면 손님들은 너무 좋아한다. 실컷 일 하고 찾아가지 않으면 그것처럼 허무한 게 없다. 나이 많은 손님들은 대개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서 통화를 해야 하는데 어제 Ms. Lee라는 할머니에게 기장 줄인 바지를 찾아 가라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남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받았는데 내 말을 자세히 들으려 하지도 않고 무조건 노, 노, 노를 외치며 딱 끊어 버리는 것이다. 그는 내가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스팸 전화인 줄로 안 ..
2024.11.03 -
[미국 옷수선 이야기] 근육맨 손님의 건망증 - 무의식적 근육 자랑을 위한 건망증?
근육맨 손님의 건망증 우리 옷수선 가게에 아주 가끔 셔츠를 딱 맞게 고치러 오는 자레드라는 젊은 백인손님이 얼마전 네 개의 셔츠를 맡기고 갔다. 그런데 이번엔 네 개중 하나를 입은채 들어와서 탈의실 커튼 치지 않고 바로 핀을 꼽았다. 나는 다른 일을 하느라 어머니가 대신 그 손님의 셔츠에 핀을 꽂았다. 한참 후 그 손님이 핀 꽂힌 세 개의 셔츠를 들고 카운터로 와서 나는 인보이스에 셔츠 세 개라 적었다. 그러나 분명 세 개인데 자레드가 네 개라고 우긴다. 그러더니 나머지 하나는 입고 있다며 자기 몸을 가리킨다. 갈아 입을 여분의 셔츠를 깜박하고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웃통을 홀라당 벗고 그 셔츠를 추가한다. 그리곤 맨몸으로 굿바이한다. 가끔 YMCA에서 근육운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데..
2024.05.10 -
[미국 옷수선 일기] _ Trust no one | 아무도 신뢰하지 말라?
Trust no one 아무도 신뢰하지 말라? 오늘 가게 문닫기 20분 전에 어느 우락부락한 남정네가 가죽조끼에 위 문구가 적힌 패치를 달러 들어왔다. 이 손님이 이런 패치를 선택한걸 보니 살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당했나 보다. 그런데 온전히 이 패치의 문구대로 살려면 우리 가게도 들어오면 안된다.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데 옷수선집 주인인 나를 어떻게 믿고 이 가죽조끼를 맡기나.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오직 믿을 이는 하나님 밖에 없다. 사람은 믿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믿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사랑은 좋은 감정이라고 했을 때 그 손님은 우리 가게에 호감을 가졌기 때문에 믿고 찾아온 것이다. 어쨌든 아무도 믿지 말라는 그 패치는 조끼에 부착되기 위해 믿음을 필요로 했으니 그 ..
2023.11.23 -
[미국 옷수선 이야기] _ 그 손님의 씨니어 디스카운트
그 손님의 씨니어 디스카운트 그 손님과의 한 시간은 낭비인가 이득인가? 영업시간 2시간을 남긴 오후 3시, 아직 해야할 일을 많이 남긴 바쁜 시간, 어느 백인 노인 손님이 여러 개의 카키바지를 들고 들어온다. 저기 메디슨에 B 세탁소에서 헴을 했는데 시접이 너무 짧아 맘에 들지 않아 가져왔다고 한다. 핸폰에 시접을 넓게하기 위해 또 다른 천을 댄 바지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할 수 있냐고 한다. 일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보통 헴보다 비용이 많이 들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이 손님은 나를 붙잡고 이것저것 묻고 별의 별 말을 다 하며 거의 1시간이 지났다. 나는 영어연습한다 생각하며 그 손님을 받아 주었다. 그 손님은 어디 갈 데가 있는지 그냥 가려고 하면서 나의, 일이 많으면 비용이 더 든다..
2023.11.15 -
[e수필] 돈 40불 버는데 1년이 걸리다
돈 40불 버는데 1년이 걸리다 약 1년 전 어떤 백인 여자 손님이 찢어진 쿠션 커버를 우리 가게에 맡긴 적이 있다. 그 당시 꼭 찾아 갈 것처럼 중요하게 여겼기에 나는 디파짓 받을 생각도 없이 맡았다. 다 고치고 문자를 보냈는데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나중에 회복하면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손님은 거의 1년이 지나면서 총 다섯 번의 문자를 해도 찾으러 오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 번 더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우편료를 온라인으로 보내 줄 테니 소포로 보내 줄 수 있냐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집에 배달해 주겠다고 했더니 개스비를 주겠다며 액수를 알려 달라고 한다. 집주소를 보니 가게에서 거의 50분 거리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개스비 5불에 고친 비용 25불 해..
2022.07.01 -
[미국 옷수선 일기] :: 가족의 안전을 위한 환불 - 30불
가족의 안전을 위한 환불 - 30불 몇 년 간 조용했다. 미싱 돌리는 소리 외엔 그다지 시끄럽지 않았는데 오늘 주말 한 손님이 츄리닝 세 개를 테이블에 놓더니 저번에 해 간 건데 왼쪽 오른쪽이 1인치 차이 난다며 긴 쪽에 맞춰서 다시 해 달라고 한다. 짧은 쪽에 맞추는 건 가능해도 긴 쪽에 맞출 수는 없어서 혹시 몰라 한 번 입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안 입어 볼려구 용을 쓴다. 그래도 다행히 탈의실로 인도했다. 입은 채 바지 뒷 기장을 보니 거의 정확히 맞았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이젠 앞이 다르다고 우긴다. 그래서 한 쪽 신발에 걸린 걸 자연스럽게 놓아 보았더니 마찬가지로 거의 같다. 손님 다리는 왼쪽 오른쪽이 서로 1인치 다르다고 말해주니 아니라고 하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크래딧 카드 영수..
202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