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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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이야기 - 손님에게 옷 찾아가라고 전화했다가
미국 옷수선 이야기손님에게 옷 찾아가라고 전화했다가 우리 옷수선 가게는 안 찾아 가는 옷이 거의 없다. 그 비결은 매일 손님에게 옷 찾아 가라고 문자를 보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도 깜박깜박하는 현대사회에서 옷수선을 맡기고 까맣게 잊어 버리는 건 일반적이다. 문자로 손님의 기억을 되 살려 주면 손님들은 너무 좋아한다. 실컷 일 하고 찾아가지 않으면 그것처럼 허무한 게 없다. 나이 많은 손님들은 대개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서 통화를 해야 하는데 어제 Ms. Lee라는 할머니에게 기장 줄인 바지를 찾아 가라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남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받았는데 내 말을 자세히 들으려 하지도 않고 무조건 노, 노, 노를 외치며 딱 끊어 버리는 것이다. 그는 내가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스팸 전화인 줄로 안 ..
2024.11.03 -
[e수필] :: 손님이 서둘러 나간 이유 -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하여
손님이 서둘러 나간 이유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하여 내 안에 성령이 떠나간 상태, 그것은 곧 매일의 부딪히는 일들을 이 약하디 약한 내 마음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로 그런 상태인 어느 날, 스트레스로 가득한 채 미싱을 돌리고 있었다. 평소에 반갑게 맞이할 독일 노부부가 우리 가게에 들어 오는데도 나는 인상을 쓰고 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제가 오늘 좀 스트레스가 있네요.” 그 두 노부부는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서 그 노부부가 다시 왔다. 그 때는 내 안에 성령이 있었고 스트레스도 잘 관리가 되어 있었다. 남편 분인 위튼씨가 내 얼굴을 보더니 평안해 보인다고 한다. 나는 괜히 장난삼아 오늘도 좀 스트레스가 있어요. 했다. 그랬더니 두 분 다 놀라며 서둘러 일을 ..
2021.08.09 -
[ 미국 옷수선 일기 ] :: 가격은 습관이고 익숙함이다
가격은 습관이고 익숙함이다 한 3년 전인가? 초로의 오래된 단골 여자손님이 있었다. 주로 기본적인 바지 헴(기장 줄이기)를 맡기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어려운 걸 맡겼다. 당연히 우리는 가격을 더 매겼다. 하지만 그 손님은 비싸다며 안색이 변했고 그 이후로 발길을 끊었다. 그런데 최근 그 손님이 다시 우리 가게를 찾아 왔다. 여섯 개나 되는 바지 기장을 줄이려고 왔는데 미안한지 거동이 조심스럽고 나중에 찾아 가면서 자기가 우리 옷수선집에서 이런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까지 말을 한 거 같다. 그 손님이 가고 나서야 그 말을 알아 들었다. 영어 청취력이 약한 탓도 있지만 원래 형광등이다. 며칠이 지났지만 그 손님에게 다시 우리 가게에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야겠다. 사업은 상품(서비스)에 가격..
2021.03.12 -
가게 주인에게 덤탱이 씌우려는 그 손님은 과연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 옷수선집에서는 일하는 주인이 왕인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주인의 심기가 어떠 한지 어떤 손님은 주인의 기분을 묻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손님은 좀 센 손님이다. 한 일주일 전 잠이 부족한 상태인 어느 날, 한 백인 할머니 손님이 BMW에서 딱 내리곤 트렁크에서 쿠션 하나를 들고 마스크를 쓰며 들어 온다. 나와 어머니도 주섬주섬 마스크를 쓴다. 그 손님은 좀 까다로운 일을 시킨다. 그 쿠션을 반으로 잘라서 지퍼 쪽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쿠션 크기를 반으로 잘라 달라는 것이다. 그럼 속에 솜도 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그렇게 반가운 일이 아니고 잠도 부족해서 나는 아무래도 말투가 그리 정중하지 못했다. 그 손님은 남는 천과 솜에 대해서는 언급도..
2020.07.04 -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를 자주 안 보던 내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네플릭스에 가입했다. 온 가족 7명이 보기 때문에 한 달 13불 정도는 투자 할 만 했다. 며칠 전 밤중에 내 방에서 혼자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요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세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여 영화가 더 실감이 났다. 영화내용은 대충 이렇다. 펀드회사에 과장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딸 아이 하나 있는데 엄마에게 가겠다고 조르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부산에 사는 이혼한 아내에게 딸을 데려다 주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사람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결국 기차는 중간에 멈추게 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에게 당하지 않으려 난리가 난다. 그..
20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