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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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오류(Error) - 35: 옷수선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옷수선은 한국에서 그렇게 대접받는 직업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세탁소와 양복점 경험이 있는 종옥은 교회친구의 강권으로 옷수선 사업을 준비한다. “박집사, 그렇게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그동안 청소를 한거야! 당장 가게 자리 알아봐!” “아니, 우린 아직 영어가 약해서 할 수 없을거 같애. 잘못해서 손님 옷 망치면 어떡해.” “그런 걱정 할거 없어. 헬로우, 땡큐 할 줄 알지? 그럼 됐어.” 종옥과 경자는 마침 청소를 아무리 오래 해도 카드 빚 갚기 힘들고 전망도 보이지 않아 친구의 말을 듣고 가게 자리를 알아본다. 처음 알아 본 곳은 집 근처 허미티지인데 그곳 한인 세탁소 주인이 펄쩍 뛰며 싫어한다. 경자는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하는데 문득 이쁜이에게 전화하라는 메..
2024.11.01 -
웹소설: 오류(Error) - 34: 2층집
종옥이 미국으로 돈 벌러 가기 전 어느 저녁식사시간, 그의 어린 큰아들 용진에게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 용진은 어린 마음에 이런 말을 한다. “아빠, 2층집에 사는게 소원이에요.” 사글세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종옥은 철부지 아들의 말을 마음에 담고 미국에서 홀로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근면 성실해도 종옥의 호주머니에 구멍이 났는지 가족에게 생활비는 커녕 혼자 생활하는 것도 버겁다. 그러다 10년이 지나 가족과 함께 내쉬빌에 터를 잡고 산지 1년이 흐르고 어느 한인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아주 싼 값의 2층집을 마련하게 된다. 용진은 그 어린 시절 아빠에게 했던 그 철 없는 말을 떠 올리며 피식 웃는다. “아빠, 소원 풀었네요. 헤헤.”“허름하지만 어쨌든 2층집이지?” 종옥은 비록 돈은 벌지 못했..
2024.11.01 -
[e시] 미용실에서
미용실에서어머니 머릴 보니 파마 할 때가 지났네 삼십분 거리 미용실 양 미용사의 소식 보따리 H 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부터 왠만한 언론보다 나은 정보통 동네 소식이 가위질 소리에 실려 보도된다 머리를 말며 주고 받는 가벼운 대화는 응고되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부수고 깔끔해진 어머니의 파마머리는 외적 미용에 더해 내적 치유까지 좋은 기운을 얻고 나선다수고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2024.09.03 -
[e시] 인류의 퍼즐
인류의 퍼즐 NaCl 수 많은 조각 퍼즐이 산산히 흩어졌다 한 조각 이라도 없으면 재미 없다 전체의 한 그림을 보아야 각각의 조각이 모아진다 인류는 각각의 개체로 흩어져 있으나 하나의 지구 공동체 그 전체의 그림을 향하여 여기서 펑 저기서 삐그덕 맞추느라 소란스럽다 어쨌든 인류의 퍼즐은 맞춰진다 퍼즐 조각 하나만 낙오 되어도 인류의 큰 그림은 하나도 재미없다 그러므로 모두가 소중하다 똑.같.이. ------------ inspired by Rev. Paul Kang's Sermon 2014. 11. 23
2024.08.30 -
[e수필] 동해를 East Sea라고 말하는 일본손님, 다케이
아주 오랜만에 단골 이었던 일본 손님, 다케이가 오늘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우리가게에 왔다. 원래 드라이클린만 가져오던 손님인데 언젠가부터 우리가게가 드라이클린을 안하고 옷수선만 한 이후로 이 손님은 발길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왠 일로 왔는데 다름아닌 어린 아들 셔츠 안쪽에 꺼끌꺼끌한 플라스틱 같은게 딱 달라붙어 있어서 그걸 떼러 온 것이다. 이미 그걸 떼려고 시도를 했는지 약간 상처가 나 있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천을 안쪽에 데고 박아 주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렇게 해서 주었다. 어린 아들이 입어 보곤 괜찮은지 고개를 끄덕인다. 다케이는 동해를 Sea of Japan이 아니라 East Sea라고 말해 줄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다. 비록 그는 일본계이고 나는 한국계이지만 우린 ..
2024.07.21 -
[한국방문기] 아내는 나의 무엇을 보고 신기했나?
아내는 나의 무엇을 보고 신기했나? 미국에 사는 나, 한국에 있는 아내를 1년에 한 번, 약 3주간 만나러 간다. 올해 2024년 프람이 막 끝나는 5월에 우리 옷수선 가게는 손님들에게 미리 문자를 보내어 6월 한달간 임시휴업임을 알리고 구글과 옐프에도 미리 6월 한달 문 닫는다는 걸 표시를 해야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장시간의 휴가를 준비하고 떠난 한국행. 이번이 아내와의 상봉 4번째다. 이번에 아내는 제주여행을 계획해 놓았다. 약 10일간의 제주여행 그리고 서울 아파트 집에서 머물며 아내와 나는 푹 쉬었다. 아내는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내가 한국에 오게 되면 같이 휴가를 보내게 된다. 대중교통이 영 쉬원치 않은 미국에서 오래 산 나로선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은 정말 ..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