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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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조] 꼬마 조카의 감사인사
꼬마 조카의 감사인사 할미가 큰 맘 먹고 거금을 깨어 산 것 다섯 포 놀이 모래 삼촌이 낑낑 옮겨 조카는 삼촌만 감사 할미 돈은 안 보여 2023. 9. 13
2023.09.14 -
[e시] 거미의 패시브 인컴
거미의 패시브 인컴 실과 바늘로 벌어 먹는 옷수선집 구석데기에 지 몸에서 뽑아낸 실로 집을 엮고 그 안에서 먹이를 기다리며 명상에 잠긴 팔자 한가한 놈이 있다 손님을 또한 기다리는 가게주인은 미싱에 실을 꿰고 드르륵 옷을 고치지만 이놈은 때때로 끊어진 집을 수선할 뿐 그 놈이나 주인이나 먹고 살기위해 실을 뽑고 실을 꿴다 가만히 그놈을 물끄러미 바라 본 주인은 그 놈이 자기보다 낫다는 생각 하나 하루종일 실로 옷을 고쳐야만 하는 주인의 패시브 인컴에 대한 꿈을 이 놈은 태생적으로 획득했으니 주인의 실은 돈 주고 구입하나 이 놈의 실은 평생 공짜 2023. 9. 10
2023.09.11 -
[e수필] 소음을 들으며 - 소음이 더이상 소음이 되지 않을 정도까지 되다
소음을 들으며 옆가게가 오랫동안 좋은 이웃으로 있다가 얼마 전에 파산을 하여 문을 닫았다. 곧 바로 어떤 전기회사가 이사를 들어오는지 공사를 시작했는데 소음이 말도 아니다. 바닥을 버핑으로 까내는 작업 같은데 우리 가게까지 소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어머니는 귀마개까지 하셨다. 거의 일주일간 소음 속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 옆가게에 찾아 들어가 언제 끝나는지 물었더니 3일 후에 끝난다고 한다. 언제 끝나는지 알고 나니 소음을 참는 게 좀 더 수월해 졌다. 하루 종일 바닥을 깎아내는 소음을 들으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그 소음이 귀에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소음이 배경음악이라도 되는듯 편안하게 들렸다. 그 소음을 일주일 넘게 계속 들으니 이 귀가 완전히 적응해 버린 것이다.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을 하곤..
2023.08.24 -
[e시] 얼어 죽을 시인 - 시인은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가?
얼어죽을 시인 어쩌다 장기자랑에 시낭송을 하였네 나는 그런 사람 아니네 어찌됐는지 그럭저럭 했네 다들 잘해서 똑같이 백 불씩 받았네 어느 분 말씀에, 당신이 일등이라며 추켜 세우니 낯이 뜨겁네 한동안 복도 지나기 엉거주춤 친교실에 들어서니 어느 분이, 시인님 오셨네 어이쿠, 얼어 죽을 시인 나는 얼음이 되었네 2023. 7. 3
2023.07.04 -
[e시] 오빠 짱 - 나는 그녀에게 조종 당해도 좋다
오빠 짱 이 말은 아무리 들어도 기분 좋은 가스라이팅 나는 그녀에게 조종 당해도 좋다 그 말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신나게 거의 모든 말은 가스라이팅 상대의 무심코 던진 말에 영향 안받는 사람 있나 유튜브를 몇 시간씩 들으며 우리의 말과 행동은 이미 제어되어 있다 좋은 설교와 법문 재밌는 강의를 들으며 눈물샘, 웃음보가 열린다 그런 가스라이팅은 그녀의 오빠 짱 그 한마디 말처럼 달콤하다 이 시 또한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 2023. 6. 30 유튜브로 듣기
2023.07.01 -
[e시] 위 내시경 - 헬리코박터균의 전쟁선포
위 내시경 나이 오십 나이를 먹은 만큼 먹은 밥, 김치찌개도 셀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뱃속은 가스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적당히 좀 먹으라 꺼억 꺽 댄다 한국에 들어간 김에 누나의 권유로 위 내시경을 해 보니 헬리콥터 수십 만 대가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한 제균 약 2주치를 적진에 투하하니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설사라는 부상병이 속출하고 있다 인생 자체가 전쟁인데 위장 뿐이랴 온실 속 화초도 괴롭다 2023. 6. 29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