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은 친구를 사귀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저 옆에 앉은 짝이나 아니면 자기에게 먼저 다가와  걸어주는 친구와 가깝게 지낼 뿐이었다. 2, 용진에게 먼저 다가  친구, 혁이 있었다. 하지만 용진은 혁의 깍쟁이 같은 성격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 그래도 용진은 내키진 않았지만 먼저 다가온 혁과 졸업할 때까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3으로 진급하는데 선택과목이 공업과 화학인 학생들은 하나의 반에 배정되게 되었는데 혁은 용진과 같이 공업과 화학을 선택과목으로 한다. 그렇게 하여 3학년으로 올라가서도 혁과 용진은  반이 된다. 어느  평소에 대화도  하지 않던  친구가 용진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한다.

 

용진아, 혁이가 너에게 일부러 접근   아니? 나랑 친구하자.”

“…..!”

 

하지만 용진은 그렇게 말하는  친구와 친구가 되지 못한다. 왠지 어색했기 때문이다. 용진은 혁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기에게 먼저 다가온 혁과 단짝으로 3 중요한 시기를 보낸다. 용진에게는   명의 친구가 있는데 1  하굣길에서 우연히 같이 걷게  홍이라는 친구다. 용진은  친구를 통해 처음으로 포르노 비디오를 보게 된다. 용진 보다 2살이  많았던 홍은 용진에게 이런 비디오를 보여줘도 되나 하고 걱정을 한다.

 

용진아, 이런 비디오 보고 충격 먹어서 나중에 성인이 되어 결혼 못하는 사람도 있데.”

괜찮아. 그냥 보자.”

 

 

 

 

마지막으로 용진에게  명의 친구가  있었다. 이름은 상훈. 3학년때 같은 반이 되었다. 누군가 용진을 깎아 내리고  좋은 말을 하면 상훈은 용진의 편이 되어 막아 주곤 했다. 3 거의 끝나가는 가을 어느 , 용진이와 상훈이 함께 거리를 걷는데 우연히 음반가게를 지나간다.  

 

용진아, 우리 여기 들어가자.”

 

용진은 상훈에 이끌려  음반가게에 들어간다. 상훈은 이것저것 둘러 보더니 카셑테잎 하나를 골라 용진에게 건넨다. 카셑테잎에는 사랑으로 가는  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이렇게 용진은 친구로부터 처음으로 즉흥적인 선물을 받아 본다.

 

용진은 2때와 달리 3  정신적 어려움 없이  지낸다. 그래서 대학에도 합격하게 된다. 상훈이도 용진과 같은 K대학교에 들어간다. 상훈은 건축학과에, 용진은 생물응용공학과에 들어간다. 혁과 홍은 전기에 낙방하고 후기에 들어간다.

 

아버지 종옥은 영주권이 없었으나 가족을 미국으로 초청하여 함께 살기를 열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뉴욕 봉제공장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무릎이 상하게 되고 누구의 소개로 뉴저지 농장에 관리자로 휴식을 취할  들어가게 된다.  일로 종옥의 가족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종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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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1989 여름, 방학이라 해도 학생들은 피서는 커녕 오히려 보충수업에 들어간다. 공부,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양 학생들은 딱딱한 교실 의자에 앉아 건조한 지식뭉치를 꾸겨 넣고 있다. 더욱 예민해져 버린 용진의 마음은 쩍쩍 갈라지는 마른 땅이다. 촉촉한 가랑비는 오지 않고 살인적인 열기만 더하고 있다.

 

용진은 더욱 지쳐간다. 마음이  말라버려 감정마저 무뎌져 간다. 용진은 어느  부터인가 학교조차 가지 못하고 방구석에  박혀 나오지 않는다. 일주일 내내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먹을 때만 입을 벌린다. 그나마 다행이다. 밥이라도 먹으니. 아들의 상태를  이상 두고   없다 생각했는지 경자는 교회 교육전도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용진은 방구석에서  하는지 그나마 컴퓨터를 친구삼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없는 형편에 경자는 우울해 하는 아들을 위해 빚을 내어  비싼 286 컴퓨터를 구입한 것이다. 밤이 되면 용진은 일기장에 마음속에 흐트러져 있는 생각과 감정을 꺼내 놓는다. 우울한 날은 글씨체가 어둡고 즐거운 날은 글씨체가 밝다. 용진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용진의 마음이 일기장에 그대로 나타난다.

 

경자가 교회 전도사의 도움을 청하게   바로  일기장에 쓰여진 엄청난 내용의  때문이었다. 아들이 말을 하지 않아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저 눈치만 살피던 경자는 아들의 일기장을  순간 경악을  것이다.

 

 

 

 

어느  교육전도사가 용진의 집에 방문을 했다.  번도 대화해   없는 교육전도사와 비좁은 방에서 대면하는 용진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용진아,  야한 잡지 같은거 보니?”

“...... ..”

 

전도사는 용진의 문제를 사춘기의 성으로 봤는지 그쪽으로 질문 하나를 꺼낸 것이다. 이것 저것 전도사는 대화를 시도하다가  생각 없이 이런 말을 던진다.

 

동생은 성격이 활달하니?”

 보다는 나아요.”

교회는 성격 활달한 사람이 필요하단다.”

 

 말을 용진은 자기 자신이 어디에도 쓸모 없는 존재라는 뜻으로 받아 들인다. 전도사는 결국 용진의 방을 나와 경자에게 무거운 표정으로 말한다.

 

용진이가 상담의 차원으로는    같습니다. 병원에 데려가 보셔야   같아요. 집사님.”

, 전도사님. 그럼 어느 병원으로 가면 좋을까요?”

춘천 도립병원으로 가세요. 언제 저와 같이 용진이 데리고 갑시다.”

 

용진은 자신이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는 것에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낙인을 찍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도립병원 원장이  장의 질문지를 용진에게 내민다. 두뇌가 멈춰버린 듯한 용진은 학교 시험같은 질문지에 겨우 겨우 답을 단다. 결과는 정상이다. 하지만 원장은 용진을 위해 약을 처방하고 경자에게 이런 말을  준다.

 

어머니, 정신적인 질병은 신앙이 도움을   있습니다. 용진이 믿음을 갖을  있도록 도와 주세요.”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용진은 어느  갑자기 입이 돌아가고 몸이 비틀어진다.   보고 놀란 경자는 아들을 이끌고 한의원을 찾아간다. 장님인 한의사는 용케도 용진의 몸에 침을 놓는다. 간호 조무사는 용진을 격려해 주고 싶었는지 옆에 있는 경자에게, “아드님이 키가 크네요!” 한마디 한다.

 

그러나 침을 맞아도 좀처럼 풀리지 않자 경자는 도립병원을 다시 찾아간다. 결국 해독제 주사를 맞고는 용진의 몸이 풀어진다. 아직 정신질환 약의 개발이    당시 부작용이 많은 것이다.

 

이렇게 용진은 2 처음, 우울증이 생긴 이후 3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약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인지 용진은 회복이 되었고  해를 무사히 넘기고 3 된다. 2 담임 선생님은 용진의  취약함을 알고 용진의 3 담임선생님에게 특별히 부탁을 한다.

 

용진의 3학년 교실 정면에 걸린 급훈은 다름 아닌 먼저 인간이 되자.”였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은 그렇게 액자에 급훈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부적과 같은  급훈은 일년 내내 학생들의 정신에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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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치기,  뼉다구, 땅따먹기, 오징어포 등등의 놀이를 하며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던 용진이 어느새 중학교에 올라가게 된다. 중학교 1학년 때엔 공부의 양만 조금 늘어났을  초등학생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뛰어 놀며 어린  그대로 지낸다. 하지만 북한군도 두려워 한다는 2 되자 용진의 정서가 눈에 띄게 불안정 해지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

 

그러다 가도 쾌활  때엔  친구들과 팔씨름을 하며  전체를  이겨 버리는 에너지도 솟는다. 외관상으론   보이지 않는 용진이 신기했는지  친구들이 용진의 팔뚝을 잡아 주물럭 거려 본다. 하지만 근육의 양은 다른 친구들과 별반 다를  없다.

 

용진이 우울모드로 들어간 어느  그럴 때마다 용진은 자기의 그런 감정상태를 가족들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울감과 함께 죄책감까지  안게 된다. 간혹 텔레비젼에 아주 감동적인 TV문학관같은 드라마를 보게 되면 그런 우울감을 잊고 어느 정도 벗어나곤 한다.  

 

2 때부터 시작된  용진의 우울증은 정확히 말하면 조울증이다. 일정한 주기로 용진의 삶은 우울과 에너지 넘치는 시기를 번갈아 가며 반복한다. 그러한 반복은 용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할 아주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짐덩어리로 여긴다.

 

그러한 상태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기에 엄마께서 작은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용진아,  실업계 고등학교로 올라가지 않을래?”

“……, 엄마  성적이면 인문계 충분히 들어가요.”

 

아마도 엄마는 형편이 어려워 선지 아들에게 그런 제안을 하신 모양이다. 하지만 용진은  당시 인문계를 가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고정관념이 용진을   나락으로 빠지게  줄이야.

 

학력고사의 마지막 세대를 사는 용진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하고 본격적인 공부벌레가 된다. 노력파인 용진은 무식하게 공부한다. 하지만 아주 뛰어난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그저 반에서 10 안에  정도에 머문다. 매달 시험을 보며 등수가 비슷한 친구들 끼리는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

 

 

 

 

교실에 걸린 급훈은 대충 이런 문구다. “1초도 아껴 쓰자.” 시계의 초침이 째깍째깍 움직일 때마다 학생들의 샤프심도 째깍째깍 거린다. 수학 쪽지 시험을 치룬 어느 , 수학을 가르치시는 담임 선생님께서 용진의 시험지를 보신다. 용진은 내심 칭찬을 기대한다. 30개의 문제 중에 3개만 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기대를 하셨던지,

 용진아,  3개나 틀렸니?”

용진은 아무 말도 못한다.

 

지금까지 칭찬을 받아  적이 거의 없는 용진은 아버지의  자리에 점점 우울과 망상이 스며든다. 2학기가 되자 교실에 걸린  급훈이 아이들을  죄어 온다. 중간고사를 치루는데 시험지의 문제를 전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지리멸렬한 집중력의 용진. 결국  재적 64  34등으로 떨어진다. 평소 말도 걸지 않던 비슷한 등수의 어떤 친구가 용진에게 말을 건다.

 

무슨 일이니? 용진아?”

“……, 모르겠어. 바보가   같아.”

 

 즈음 영어 수업 중에 이런 속담을 배운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공부만 하고 놀지 않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

 속담을 듣곤 자신의 바보 같은 상태의 원인을 공부벌레가  데에서 찾는다. 하지만 용진은 원래의 등수를 회복하기 위해 잠시 쉬었다가  열심히 공부한다.

 

바보 같은 용진을 멀뚱히 쳐다보던 짝이 한마디 던진다.

 또.라.이지?”

하지만 용진은 고개를  숙인  치욕스러워 하기만  , 짝에게 맞대응으로

그럼  머저리냐?”

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저렇게 용진은 힘겹게 1학년을 마치고 1989년을 향한 겨우살이에 들어간다. 엄마는 여전히 집에서 머리를 하시고 겨울이라 연탄 난로를 설치한다. 어디서 얻어  키우는 강아지는 성대에 이상이 있는지 평생 짖지도 못하고 그저 낑낑대기만 한다.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 붙은 개밥을 연탄 난로에 녹여 다시 강아지에게 준다. 강아지는 자신의 운명으로 체념한    없는 개밥에 킁킁 냄새를 맡더니 어쩔  없이 먹는듯 하다.

 

용진도  개밥같이  없는 사춘기를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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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빠 종옥은 뉴욕에서 슈퍼마켓 점원으로  하다가 주인의 신임을 얻어 일찍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사실을 알게  타인종의 종업원 중에 몇몇이 종옥을 시기하여 냉동차에 얼려 죽이기로 작당을 한다. 우연히 그들의 수근거림을 듣게  어떤 종업원이 있으니 바로 종옥이 언젠가 작은 은혜를 베푼 역시 타인종의 마이크라는 젊은 청년이었다.

 

마이크, 오늘도 점심    거야?”

.”

그럴  알고 내가 하나  싸왔지. . 이거.”

 

 

 

 

비록 햄과 치즈를 넣은    없는 샌드위치였으나 마이크는 종옥의 친절에 평소 고마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종옥에게  위기가 찾아왔고 우연히 마이크가 그들의 작당을 알게  것이다. 종옥은 아무래도  슈퍼마켓에서  이상    없음을 판단하고 사표를 낸다.

 

한국에서 아내 경자의 위기가 있었다면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남편 종옥의 위기가 있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여서  사실을 알게   부부는 하늘에 감사하게 된다.

 

한국에서 아내가 야매로 머리를 하기에 종옥은 일자리를 잃어도 심적으로  압박감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생활이 어려워 지는 아내는 하루하루 쌀독에 비어가는  걱정에 남편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눈물을 뚝뚝 떨구며  내려간 편지지는 남편에게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경자는 삼남매에게는 전혀 내색   하지 않는다. 삼남매는 그저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정도로만 인식할  학교 다니기 바쁘다.

 

둘째 용진은 중학교에 올라간 이후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학생의 개성을 살리는 교육이 아닌 오로지 거의 모든 학생의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교육환경에서 점점 용진은 답답해 하고 심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었다.

 

막내 용준은 초등학생의 나이에 이미 훌쩍  버렸고 5학년이 되어 벌써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학교에서 돌아  용준은 가방을  던져 놓곤 비좁은 다락방으로 올라가 버린다. 학교에서 돌아   같은데 보이지 않는 막내아들을 찾는 경자는 무심코 다락방에 올라가 본다. 그러자 용준이 가만히 누워 천장을 응시하는 것이다. 경자는  모습에 짐짓 놀라 살그머니 내려온다.

 

  정윤은 공부  하는 똑똑한 모범생이지만 역시 사춘기의 예민한 여학생이다. 어느  어느 암기과목 선생님이 시간만 낭비하게 하는 숙제를 잔뜩  주어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모자란 정윤은  숙제를 하지 못하고 학교에 간다. 바로  수업 시간에 결국 정윤은  선생님의 야단을 맞게 되는데 당돌한 태도를 취하는 정윤의 뺨을  선생님의 오른손이 가격을 한다.  번도 맞아  적이 없는 정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은  맞은 볼을 어루만진다.

 

쉬는 시간 교무실로 불려  정윤은  선생님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는다. 아이들이  보는 상황에서 선생님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없이 따귀를 때렸다는 것이다. 정윤은 그럭 저럭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들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종옥은 수퍼마켓에서 나와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 본다. 그러다가 던킨 도넛샾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돈을 넉넉히 보내주지 못하는 종옥의 사정을 아내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럴 거면 한국으로 아예 들어오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종옥은 가족을 미국으로 초청해야 겠다는 일념으로 아내를 설득한다. 그러나 아직 불법체류자 신분인 종옥의 설득은 힘이 없다.

 

5 군사정권의 한국은 수시로 체류가스가 안개와 같이 자욱했다. 종옥은 아무래도 미국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나은 환경이라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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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종옥의 미국행 이후    예전에 사우디에 2년간 건축일을 하고 돌아온 외삼촌도 다시 해외로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우디로 갈지 매형이 있는 미국으로 갈지 고민하던 외삼촌은 만기일 직전이 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결정을 하는 바람에 누나인 경자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사우디로 가면 돈을 내지 않고 미국으로 가면 100만원이라는 거금이 들기 때문에 그로서는 고민이   밖에 없었다.

 

동생! 미국으로   돈이 들어도 사우디 보다 돈을  많이 버니까  이득이잖아?” 누나의  말에 동생은 거의  달을 고민하다가 마지막  은행  닫기 직전에 결정을 하여 가까스로 송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경자의 동생은   겨울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떠나는  경자는 삼남매를 춘천 사글세방에 남겨두고   같이 떠나는 일행과 봉고 승합차를 대절해서 김포공항에 동생을 배웅하러 간다.

 

오후가 되고 하늘은 먹구름이 끼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날이 어두워 지고 9 뉴스에 전국적으로 폭설주의보로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삼남매는 은근히 엄마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시절 핸드폰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저 기다리던 삼남매는 자정이 다가와도 오지 않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을  같은 걱정으로 폭설이 내리는 밤하늘 아래  길가에 나란히 서서 도로 쪽을 바라본다.  시간을 그렇게 추위속에  있었을까. 어렴풋이 엄마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제사 안심이  삼남매는 엄마에게 달려가고 경자는 왈칵 눈물이 떨어 진다. 그렇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눈으로 바뀌며 꽁꽁 얼어 경춘도로가 빙판이 되자 봉고차가 미끄러져 하마터면  절벽으로 떨어질   것이다. 다행이 봉고차의 바퀴가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뭔가에 끼어 절벽으로는 떨어지지 않고 차가 90도로 들어 올려지면서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가 찢어지고 사람 살려!”, “ 죽네!”  외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자는  와중에  앞에 뭔가 은빛의 봉이 나타나  봉을 힘껏 잡고 버티어 전혀 다친곳이 없게 된다.

 

 

 

 

다행이 모두 차에서 뛰어 내리자 주위에 미리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잡아 타고 자정이 넘어 집에 오게  것이다. 나중에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차에는 아무런 봉도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은빛 봉은 더구나..

 

예전, 춘천 도심에 있는 봉의산에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새벽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급경사에서 용진이 속도가 붙어 뛰어 내려가자 아버지 종옥이 막내아들 용준에게   용준아!  잡아라!” 다행이  용진은  관성을 이기고  멈추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낭떨어지로 떨어질   것이다.

 

과연  세상엔 수호천사가 있는 것일까? 크게 다치거나 죽을 고비가 있을  이렇게 넘기게 되는  보면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작용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경자는 하마터면  강물에 빠져 익사할  했는데 무사히 돌아와  아이를 보니 만약 자기가 죽었으면  어린 삼남매는 어찌 됐을까 하며   아이들을  끌어 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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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대호, 광수, 상길이와 학교에서 사총사로 지내면서 가끔 그들은 소아과 원장 아들인 광수네 집에 가서 놀곤 했다. 천주교인인 광수는 철학과 교수인 아빠와 병원 원장인 엄마 사이에서 나온 첫아들이다. 광수는   아래의 예쁜 여동생이 있었고 고양이도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병원 윗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화투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부르마블 게임을 하기도 한다.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아휴~! 냄새. 너네들 발에서 발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광수의 엄마셨다. 광수의 엄마는 과일을 내미시며, “ 놀다 가거라?” 하시며 바쁜 걸음으로 병원 아랫층으로 내려간다.

 

한창 놀던중 광수가 진실 게임을 하자고 한다.

 

우리반 여자아이들 중에 누굴 좋아하는지 각자 말해보자!”

그래, 그거 재밌겠는걸?” 상길이가 관심을 보이며 분위기를 띄운다.

먼저 내가 고백할께. 나는 우리반 부반장 유정이를 좋아해.” 반장인 광수가 운을 뗀다.

그럼 그렇지! 이미 예상한 바야.” 아이들이 싱겁다는듯 반응을 보인다.  그러자 상길이가 뒤를 잇는다. “나는…. 미영이를 좋아하는데?”

  너에게 어울린다.” 광수의 반응이다. 그리고 용진의 가장 친한 친구 대호가 고백한다. “나는 준심을 좋아해.”  다음 마지막 용진이 말한다. “나도 준심을 좋아하는데?”

 

사실 용진은 현희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현희는 객관적으로 보기에 여러모로 그저 평균에 머무는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 대호가 우리반에서 가장 알아주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꺼내고 다들 그럴듯한 여자아이들의 이름을 자랑스레 꺼내자 용진은  내세울건 없지만 자기의 이상형인 현희의 이름을 숨기고 마음에도 없는 대호의 여자, 준심의 이름을 말해 버린다. 광수와 상길이는 삼각관계라며 깔깔 웃는다. 대호는   없이 넘어간다. 용진은 왠지 그런 자신이 부끄러워 진다.

 

 

어느날 교실에서 현희가 잠바를 허리춤에 둘러 매고 총총 걷는 모습을 보곤 용진도 따라서 허리춤에 자기의 잠바를 둘러 매고 걷는다.  모습을 발견한 담임선생님이  용진을 나무란다.

 

용진아! 여편네같이 그게 뭐냐?”

 

그러자 용진은 당장 허리춤에 잠바를 풀러 버리고 자리로 돌아간다. 좋아하면 닮고 싶고 따라하기 까지 하나보다. 아이들은 다들 마음에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두고 있었지만 교제를 하거나 사귀는 일은 없다. 용진이 처럼 그저 따라하거나 아니면 장난을 걸거나 그러면 꼬집힘을 당하거나  뿐이었다.

 

겨울이 되고 시청근처 쓰레기장을 발견한 대호는 광수를 제외한 상길이와 용진이 그리고 용진의 동생 용준이에게  쓰레기장을 소개한다. 눈이 덮힌 쓰레기장은 보통 축구장 넓이만 하였고 그들은 눈으로 집을 만들고 불장난을 하며 해가 질때까지 놀다가 저녁때쯤에야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고, 너네 이게 뭐니?”

 

불내가 풀풀 피어나는 젖은 옷으로 돌아온 용진과 용준을 엄마 경자가 나무란다. 아빠 종옥이 미국으로 떠난지 이제  개월이  되지 않은   겨울이다. 용진과 용준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아직 어린 나이인가.  옛날 종옥과 종술이 친일파로 몰려 죽은 지아비 진수의 빈자리를  엄마 봉운이  감당하자  엄마를 위로했던 때와는 시대가 많이 변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누나 정윤은 책을 읽으며 항상 전교 1등이 보통이다.  옛날 젖배를 곯아 깡다구가 생겨 오히려  똑똑해 진것은 아닐까. 미국으로 떠난 아빠 종옥은 뉴욕에서 수퍼마켓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종옥은 아내가 보내주는 아이들 음성이 담긴 가정예배 녹음 테이프를 들으며 위안을 한다.

 

정윤은 집근처 여자 중학교로 진학하고 용진은 6학년이 된다. 대호를 비롯한 친구들과 원만히 지내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한다. 졸업즈음 학교에서 졸업여행으로 서울 63빌딩을 전세버스를 타고 떠난다. 버스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왁자지껄하다. 하지만 용진은 왠지 모를 침울함에 휩싸여 창밖만 내다 본다.  모습을  담임선생님이 용진에게 말을  정도다.

 

용진아, 괜찮니?”

, 선생님.”

 

그저 놀기 좋아했던 어린애 용진이 졸업여행 버스에서 느꼈던  침울함은 앞으로 용진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미리 알리는 경고내지 신호탄이었을지 모른다. 다행이 서울 63빌딩을 다녀오고 용진은 언제 그랬냐는듯 활기를 찾는다. 중학교에 올라가던 1985 반편성 고사에서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거둔 용진은  임원 후보에 오를 정도다. 수학부장 후보에 올랐지만 반아이들의 박수소리 크기로 결정하는  선거에서 떨어진다. 마음껏 놀던 초등학교 시절은 점점 추억으로 멀어져 가고 본격적인 입시지옥의 시스템으로 진입하는 용진은 다소 우울한 얼굴빛을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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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초등학교 4학년인 1982, 국어시간. 용진은 공책에 필기를 하던  옆을 지나치던 선생님의 손에 잡히어 앞으로 끌려 나간다.

 

용진아, 글씨가 이게 뭐니? 개발 새발이쟎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른 즈음의 여자 선생님은 용진의 따귀를 인정사정 없이 후려 갈기기 시작한다. 용진은 항변할 새도 없이 뒤로 나가 떨어져 앞줄 걸상에 부딪혀 주저 앉아 버린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용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고 잠시  그저 울기 시작한다.

 

 여선생은 평소엔 용진에게  대해 주었다. 청소시간, 청소하는 아이들중 그래도 용진이 가장 믿음직 스러웠는지 이웃학교에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고 사회시간엔 교실 벽에 붙일 대한민국 지도를 용진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용진에게 관심과 기대를 하던  여선생은 용진의 학업성적이 지지부진하여 실망을 했는지   따라 히스테리적 혈압상승으로 용진이 희생양이 되었는지   오후 4학년 4반의 교실 분위기는 싸늘했다.

 

 

대호를 비롯해 주위 몇몇 친구들이 용진에게 괜찮냐며 위로를 건낸다.     여선생의 생일이 돌아오고  여선생은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용진은 가지 않는다. 어느날 학교에 과학 경시대회가 있어서 아이들 전체가 연장수업에 들어간다.  여선생은 오십여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위해 직육면체 모양의 옥수수빵과 200ml 비닐팩 우유를 나눠주며 저녁 연장수업에 들어간다.

 

어느덧 학년이 끝나고 5학년으로 올라간다. 이번엔 40 중후반의 남자 선생님을 만난다.  반의 5, 6학년을 연속으로 맡게  김선생님은 전형적인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80년대 한국의 어떠한 시대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리숙한 용진은 그저 평범하게 주어진 사회와 교육 시스템에 순응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83, 아버지 종옥이 미국으로 떠나고 아내 경자는 그저 삼남매 굶기지 않고 학교 보내는  하나만을 위해  정신을 쏟는다. 운교동 골목 전셋집으로 이사를    겨울, 경자는 마당에 찬바람을 막기위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단칸방 구석에 연탄난로를 설치한다.  난로 위에 삼남매는 쫀득이와 쥐포를 구워 먹는다.

 

 

어느날 엄마 경자는 강아지 한마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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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신체만이 재산이었던 종옥은 그에 맞게 직업 또한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어 왔다미국에 체류하고 처음으로  일은 지붕일 이었다그런데 시작한지  달이 훌쩍 지나도 사장은 월급에 대한 언급이 없다  없이 종옥은 사장에게 급여 얘기를 꺼낸다.

 

사장님한국에 애들엄마가  돈이 급하다는데 언제   있습니까?”

 

조금만 기다려박형언젠가 줄거니까 걱정마.”

 

 

빈털털이인 종옥과  일행은  사장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기거하며 식사라고 해봐야 햄버거로 끼니를 떼우기 일쑤였다이제 미국에 발을 디뎌 열심히 일을 하여 한국에 송금해야만 하는  종옥 일행은 자기들의 신분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사장 밑에서 못질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달이 가까워  즈음 종옥은 급한 마음에 사장에게 월급을 다시   요구한다그러자 사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종옥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신고해?”

 

“……..!”

 

 사장은 아쉬울게 없었다불법체류자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많았고 이렇게    이용해 먹고 다른 사람으로 메꾸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종옥은 사장의  말을 듣고 부르르 몸이 떨렸다종옥의 주먹은 불끈했으나 다리는 풀려  돌아  없이 걸어 나간다종옥 일행은  곳을 떠나 뉴욕으로 향한다아무래도  도시가 일자리 또한 많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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