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시인 자세히보기

이야기 23

[마음일기] 신앙이 무너지면 내 삶에 찾아오는 것

신앙이 무너지면 내 삶에 찾아오는 것 오랜만에 마음일기를 쓴다. 요즘 마음이 힘들다. 손님을 대하기가 버거울 정도다. 예전에 손님에게 활짝 웃으며 즐겁게 대했던 때도 많았는데 내가 왜 이럴까? 내 마음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일까? 5개월 이상을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 되어 선가? 내 신앙이 아래로 곤두박질 친다. 유튜브에는 볼거리가 많고 이것 저것 보다 보면 신앙을 떨어 트리는 것도 보게 된다. 온라인 예배도 수 많은 유튜브 영상 중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지경이다. 평소에 기도하지 않고 성경도 꾸준히 읽지 않던 요즘 나는 여지 없이 신앙이 무너진다. 그럼 나는 나타나는 현상이 가게에서 손님 대하는 것이 힘들어 진다. 힘들면 친절하기도 힘들다. 결국 나의 삶은 신앙과 깊은 연관..

전기 없인 살아도 물 없인 못 산다

전기 없인 살아도 물 없인 못 산다 어제 가게에서 일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인 오후 3시 50분, 손을 씻으려고 수돗물을 트니 히마리 하나 없는 물줄기가 졸졸 나오는 것이었다. 근처 수도공사를 하나보다 생각하곤 대충 씻고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큰 걸 보고 물을 내리는데 허탕을 치신다. 옆가게에 가서 물어 보니 아직 화장실을 안 갔는지 확인해 본다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역시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수도공사가 끝나지 않았구나 하곤 기다리기로 했다. 물이 나오지 않으니 코로나 시대에 청결함을 유지 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몇 시간이 흐르고 점심이 다가와도 물은 나올 생각이 없다. 아침에 어머니가 받아 놓은 빗물로 대충 손을 씻고 건물 관리 사무소에 ..

가게 주인에게 덤탱이 씌우려는 그 손님은 과연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 옷수선집에서는 일하는 주인이 왕인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주인의 심기가 어떠 한지 어떤 손님은 주인의 기분을 묻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손님은 좀 센 손님이다. 한 일주일 전 잠이 부족한 상태인 어느 날, 한 백인 할머니 손님이 BMW에서 딱 내리곤 트렁크에서 쿠션 하나를 들고 마스크를 쓰며 들어 온다. 나와 어머니도 주섬주섬 마스크를 쓴다. 그 손님은 좀 까다로운 일을 시킨다. 그 쿠션을 반으로 잘라서 지퍼 쪽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쿠션 크기를 반으로 잘라 달라는 것이다. 그럼 속에 솜도 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그렇게 반가운 일이 아니고 잠도 부족해서 나는 아무래도 말투가 그리 정중하지 못했다. 그 손님은 남는 천과 솜에 대해서는 언급도..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를 자주 안 보던 내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네플릭스에 가입했다. 온 가족 7명이 보기 때문에 한 달 13불 정도는 투자 할 만 했다. 며칠 전 밤중에 내 방에서 혼자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요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세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여 영화가 더 실감이 났다. 영화내용은 대충 이렇다. 펀드회사에 과장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딸 아이 하나 있는데 엄마에게 가겠다고 조르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부산에 사는 이혼한 아내에게 딸을 데려다 주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사람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결국 기차는 중간에 멈추게 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에게 당하지 않으려 난리가 난다. 그..

코로나19, 위기 속 기회를 건지다

코로나19, 위기 속 기회를 건지다 조울러의 마음일기, 작년 11월에 시작했다가 네 편 쓰고 중단 됐는데 2020년 올해 한창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한창인 4월 9일, 다시 시작한다. 작년 이 일기를 시작할 때는 마음이 힘들고 우울했는데 요즘은 정말 괜찮다. 그 괜찮은 이유가 코로나19로 가게일을 하지 못하고 여가시간이 많아져서 일까? 돈을 벌지 못하니 그동안 모은 돈 까먹어야 겠지만 아무튼 삶의 질은 너무 좋아졌다. 게다가 이 지역 병원과 양로원 등에 마스크를 기부하게 되어 가게에서 어머니와 옷수선이 아닌 마스크를 만들고 있으니 의미 있는 일에 마음이 뿌듯해 선가? 매일 기분이 괜찮다. 안 될 말이지만 이런 상황이 수 개월 지속되면 좋겠다. 다만 온라인으로 일을 하여 수입을 만들 필요가 있다. 몇 년 ..

미국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세상이 뒤집어 졌다. 코.. 머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힘들다. 우리 옷수선집도 임시휴업에 들어간지 2주가 넘어 간다. 세탁소는 필수업종이라서 영업을 해도 되는 사업이라지만 세탁소와 형제지간인 옷수선집은 내 생각에 필수업종은 아닌 것 같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시국에 가게 문을 잠근 체 어머니와 함께 안 하던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은 바로 마스크 제작. 이 미국은 절대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하다. 일주일 전인가? 우리 손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 지역 여러 병원에 마스크 조달을 담당한 사람인데 마스크 300개를 만들어 기부해 줄 수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 무기한 휴업상태에 들어가서 재정적으로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지역사회를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흔쾌히 ..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아마도 3월로 접어 들면서 였던가? 가게에서 일 하는 하루 하루의 느낌이 점점 달라지다가 19일인 어제와 20일인 오늘을 겪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이곳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급격히 느끼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켜 놓고 일하는 옷수선집 환경은 일 하면서 세상 분위기와 상황을 그때 그때 알게 해 준다. 또한 손님들의 표정과 상태를 보니 어제와 오늘,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손님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은 두 명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손님도 오전에 몇 명 왔을 뿐 오후엔 거의 오지 않았다. 막바지 6시 퇴근시간 20분 남겨 놓고 한 사람이 들어 왔는데 가끔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홈리스였다. 글쎄 홈리스인지 확실히 모르나 우..

[미국 옷수선 이야기] 말 한마디 잘 했더니

말 한마디 잘 했더니 예전에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패딩 잠바 어깨에 동그란 패치를 달아 준 적이 있는데 최근에 다시 달아 달라고 가져 온 적이 있다. 잠바 재질이 얇아 패치를 떼었다 다시 달면 상처가 남을 게 뻔 했다. 그 손님은 이 패치 무늬 방향이 어깨 선의 각도와 같아야 하지 않냐며 다시 가져 온 것이다. 다시 일을 하기 애매한 일이라 어떻게 말을 할까 잠시 궁리하던 끝에 반짝하고 생각이 떠 올랐다. 어깨에 다는 패치는 패치의 문양이 팔의 방향과 각도가 같아야 하고 어깨선은 그 패치의 중앙을 맞추기 위한 것 뿐이라고 일러 주었다. 사실 우리 가게에서 패치 달 때 거의 모든 경우에 경찰 유니폼이든 군복이든 그 방법으로 패치를 달아 왔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손님도 내 말에 수긍이 갔는지 낯..

동생이 경찰서로 달려간 이유

동생이 경찰서로 달려 간 이유 며칠 전 이곳 경찰 한 명이 도망자를 쫓아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는 기사가 떴다. 그 경찰은 겨우 서른 한 살 밖에 되지 않는 세 살 짜리 아이의 아빠였다. 얼굴사진을 보니 언뜻 낯이 익은 듯 했다. 이름도 그리 생소하지 않아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하니 똑 같은 이름이 나왔다. 그런데 그 손님 옷이 아직 찾아가지 않은 채 옷걸이에 걸려 있고 액수도 101불이나 되었다. 옷 고치느라 수고는 하였으나 이미 운명을 달리한 손님이니 혹시나 가족이 찾으러 오면 절반만 받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동생이 그 죽은 경찰이 우리 손님이고 101불이나 되는 청구액의 옷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걸 알고는 그 옷을 경찰서에 가져가야 한다고 열을 올린다. 경찰들은 대개..

조울증, 그 32년 동안의 고통

마음의 위기 거의 3주째이다. 이럴 때마다 나의 신앙도 함께 추락한다. 신앙이 좋으면 이 마음도 잘 다스릴 수 있을까. 마음의 위기, 신앙의 위기에 매주 성가대를 선다는 것이 괴롭다. 찬양이라는 것은 기쁨으로 환한 얼굴로 불러야 하는데 아마도 나는 마음 속 괴로움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 채 성가대를 섰을 것이다. 성가 악보에는 기뻐하라는 가사가 반복되고 그 가사를 부를 수록 마음과 입이 따로 노는 그 이중성에 더 우울해 지기까지 했다. 성가연습 도중 오른쪽 옆에 오래도록 가까운 사이인 K권사님(나보다 2살 위 형)에게 간간히 나의 심리상태를 중계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형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듯 자신의 뱃살을 움켜잡고 어떻게 해야 뱃살이 들어가냐고 나에게 묻는다. 그렇다. 나는 중2때 부터 지금까지 30..

이런 나에게 돌을 던지시오

토요일인 오늘, 도저히 일을 못할거 같아서 집에서 쉬고 있는 동생에게 가게를 맡기고 밖으로 나갔다. 교회에서 빌려온 책, "연금술사"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서관문을 열려고 하니 굳게 닫혀 있었다. 12시에 연다고 적혀있다. 미국 도서관 정말 일 설렁설렁 하는구나. 그래서 결국 도서관 뒤 산책로를 걸었다. 날씨가 추워선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가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스마트폰을 보는척 하고 인사를 회피했다. 내 마음이 도저히 인사할 상태가 못되었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혼자 걸으니 마음이 더 차가워 졌다. 그렇게 40여분을 걷고 차에 돌아와 "연금술사"를 읽어갔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나는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주인공인 양치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내용인거 같은데 ..

동생가족이 함께 사니 좋다

오늘 하루도 참 힘들었다. 몸이 아닌 마음이. 가게 앞에 손님차가 딱 들어 서면 평상시와는 다르게 가슴이 조여 왔다. 손님이 오면 돈을 버는 것인데 왜 싫은가 하고 반문 할 수 있지만 요즘엔 돈 버는 건 둘째고 손님 이 들어오는 것 자체에 힘겨워 하고 있다. 이러한 마음상태에서 벗어나려 해도 소용없다. 늪에 빠진듯 더 빠져든다. 이러한 마음이 요즘 나의 신앙상태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나의 신앙상태를 1부터 10까지 등급을 매긴다면 1이다. 바닥인 것이다. 신앙은 곧 영적인 상태를 말한다. 공허함, 우울함, 상실감 등의 감정은 곧 영적인 것인데 그러한 영적 감정이 바닥을 치고 있다. 가게 문을 닫기 1시간 전, 인도 손님으로 보이는 노부부와 손녀가 들어왔다. 따따따 거리는 영어발음에 1불 2불에 목숨을..

우울한 하루, 그 원인은?

요즘 나는 뭔가 좀 기분이 울적한듯 하면서 화가 나 있는듯도 하다. 추운 날씨로 나의 마음도 싸늘해 지고 가게 손님에게 대하는 나의 표정과 말투에는 친절함이 많이 사라졌다. 집에서도 일곱 살 조카딸의 뭐 사달라는 어리광에도 괜히 귀찮기 까지 하다. 이러한 나의 요즘 기분의 근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하루 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나의 그러한 기분이 엄마에게도 전이가 된 걸까? 엄마마저 요즘 손녀들에게 하는 말투나 며느리에게 대하는 말투도 곱지 않으시다. 70이 훌쩍 넘어 중반에 이르신 엄마의 몸 상태도 예전과 많이 다르신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오늘도 매실청 액기스를 드실려고 뚜껑을 열다가 힘이 부쳐 지나가는 아들인 나에게 열어달라고 하셨다. 옷수선이라는 사업을 시작한 2001년 이후 18년이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실수를 하다

실수를 하다 비교적 꼼꼼한 나는 웬만해선 실수를 하지 않는다. 실수는 같이 일 하시는 엄마의 단골메뉴이다. 그 날 따라 무슨 바람이 나서 나는 다른 방법으로 손님 바지 햄을 해 보았다. 긴 레깅스 여자 바지를 반바지로 만드는 것인데 그만 접는 선에 무심코 가위를 댄 것이다. 이미 싹둑 자르자 마자 나는 화들짝 놀라 점프를 했다. 후덕(작업대) 건너편 엄마도 덩달아 놀라신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어찌 할지 궁리를 한다. 우선 반바지이니 좀 더 짧아져도 어쨌든 반바지이다. 좀 더 야한 핫팬츠가 되지만서도. 어쨌든 최대한으로 기장을 확보하자. 그래서 두 번 접을 것을 한 번 접어 오바로끄로 처리했다. 실수를 한 바지라 그런지 연속으로 일이 잘 되지 않았다. 미싱으로 박는데 곧게 박아지지 않고 삐뚤게 박아졌다.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껌 볼 머신의 추억

껌 볼 머신의 추억 2001년, 내쉬빌 북쪽 10마일 지점인 헨더슨빌에 처음 옷수선집을 개척하기 전, 그 자리는 미용실이었다. 그 미용실에 있던 껌 볼 머신 자판기를 우리 가게에도 계속 두었다. 1센트 페니만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각양각색의 동그란 껌볼 중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내려왔다. 18년이 지난 2019년 바로 어제 아주 오랜만에 어떤 여자손님이 두 자녀를 데리고 우리 옷수선집에 찾아왔다. 그 두 자녀 중 큰 아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미싱을 돌리는 자리 바로 옆을 가리키며 자기가 3살 때 엄마따라 이곳에 왔을 때 미스터박이 내게 패니를 주어 껌볼 하나를 빼 먹었다는 것이다. 현재 스무살이고 아직 그때가 생생한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껌 볼 머신은 사라지고 대신 ..

능통감투 이야기

능통감투 이야기 옛날에 한 중년남자가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사람 사는 집을 찾지 못해 하룻밤 밖에서 묵게 되었어. 어디서 잘까 하다가 근처 무덤 풀밭이 푸근해서 거기에 누워 잠이 들락말락 하는데 어디서 소리가 나는거야. “김씨! 오늘 밤 재 너머 마을에 제사가 있는데 거기에나 가서 포식이나 하세!” “잠깐, 내 무덤에 손님이 누워 있는데 이 사람도 데려가세!” 이 둘은 귀신이었고 한 귀신이 능통감투를 그 중년남자 머리에 쑥 씌워주자 그 남자의 몸이 보이지 않게 되었어. 그대로 그 남자와 두 귀신은 재 너머 마을로 가서 제사음식을 실컷 먹는데 귀신이 먹는 음식은 사라지지 않는데 이 남자가 먹는 음식은 사라지네.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넘어지고 능통감투를 쓴 이 남자는 신나게 먹었지. 어느새 날이 밝..

착각과 고지식

착각과 고지식 늦은 오후, 여자아이 둘과 할머니 그리고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언니뻘 되는 여자아이가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어 보고 어머니는 핀으로 품을 찝고 나는 청바지 허리 줄이는 작업을 마저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아빠로 보이는 사내가 갑자기 문을 확 열고 나가더니 차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 즉시 아차, 그 남자 이 손님들과 가족이 아니라 또 다른 손님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다고 본인도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머니와 궁시렁 궁시렁 별난 손님 다 본다. 이러면서 일을 계속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손님이 다시 들어온다. 이미 그 아이손님은 갔고 이 남자가 하는 말이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 왔다고 한다..

[옛날 이야기] 지네처녀와 지렁이

[옛날 이야기] 지네 처녀와 지렁이 옛날에 아내와 여섯 자식을 둔 한 사람이 찢어지게 가난했어. 너무 오랫동안 아내와 자식들을 굶기자 더이상 못 보겠다는 거지. 어느날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삶에 의욕을 잃고 끝장을 내고 싶어 하는 거야. 혼자 산에 노끈을 가지고 올라가서 나무에 올라가 목을 매려던 순간 저기 아래에서 곱게 차려 입은 처녀가 떡시루를 머리에 이고 올라오네. 그 나무 바로 아래에서 그 처녀는 시루를 내려 놓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면서 중얼거리더니 위를 쳐다 보지도 않고 내려 오라는 거야. "아저씨, 왜 죽을려고 하세요. 죽을 힘으로 사세요." 그 처녀는 그 사람에게 떡을 먹고 기운 내라고 하고는 돈도 두둑히 주었지. 그러면서 그 처녀가 한가지 당부를 하는 거야. "아저씨, 내려 가다가..

약혼녀 맘대로

미국 옷수선집 이야기 약혼녀 맘대로 약간 기분이 들 떠 보이는 멀대 같은 젊은 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얼마 전에 다리 통이며 허리 그리고 기장을 수선한 양복바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탈의실에서 입고 거울을 보며 잘 맞는지 확인한다. 스스로 마음에 드는지 좋아한다. 계산을 하고 나가다가 이런 말을 던진다. “내 약혼자한테 마음에 드는지 보여 줄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오해 했는지 몰라도 마치 약혼녀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다시 가져 오겠다는 말로 들리니 기분이 좀 상했다. 자기 옷 자기가 마음에 들었으면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 자기 아내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미국남자 손님이 좀 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여자들의 파워가 더 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꼬장꼬장하게 생긴 어떤 수염 난 할아버지 손님이 바지 두 개를 들고 우리 가게에 들어온다. 허리를 2인치씩 줄여 달라고 한다. 바지에 붙어 있는 42인치라고 적혀 있는 꼬리표를 들춰 보여주며 40인치로 해 달라는 것이다. 옷수선집 오랜 경험상 꼬리표의 치수가 항상 정확한 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 할아버지의 허리에 줄자를 뺑 둘러 재어 보았다. 그랬더니 38인치가 나온다. 그래서 결국 탈의실에서 입어 보게 하였다. 핀으로 허리 뒷쪽을 찝고 그 바지를 재어 보니 38인치이다. 그 할아버지는 깎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인상을 하며 가격을 깎기 시작한다. 바지 하나당 허리 줄이는데 15불을 받는데 10불에 해 달라고 우긴다. 바지 단 줄이는 것이 12불인데 말도 ..

손님에게 들킬뻔

손님에게 들킬뻔 한 일주일 전, 어떤 나이 지긋한 백인손님이 조끼, 셔츠, 양복자켓 등을 여러 개 가져왔다. 5년 전 맞춤으로 해 입은 옷인데 살이 빠져서 입지 못하다가 아까운 마음에 돈을 들여 고치기로 마음 먹고 우리 옷수선 가게를 찾은 것이다. 어머니는 조끼와 자켓을 주로 하고 나는 셔츠와 바지를 주로 하는데 요즘 어머니가 몸도 예전 같지 않으시고 일감도 많이 채워져 있어서 비교적 까다롭고 힘든 조끼 네 개를 다른 옷수선집에 보냈다. 갯수가 많아서 우선 다섯 개의 셔츠와 자켓을 먼저 하고 그 힘든 조끼 네 개는 나중에 끝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먼저 해 주기로 했던 옷을 찾으러 그 손님이 왔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이 손님의 옷 일부를 다른 곳에 보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