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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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 미용실에서
미용실에서어머니 머릴 보니 파마 할 때가 지났네 삼십분 거리 미용실 양 미용사의 소식 보따리 H 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부터 왠만한 언론보다 나은 정보통 동네 소식이 가위질 소리에 실려 보도된다 머리를 말며 주고 받는 가벼운 대화는 응고되어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부수고 깔끔해진 어머니의 파마머리는 외적 미용에 더해 내적 치유까지 좋은 기운을 얻고 나선다수고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2024.09.03 -
[e시] 인류의 퍼즐
인류의 퍼즐 NaCl 수 많은 조각 퍼즐이 산산히 흩어졌다 한 조각 이라도 없으면 재미 없다 전체의 한 그림을 보아야 각각의 조각이 모아진다 인류는 각각의 개체로 흩어져 있으나 하나의 지구 공동체 그 전체의 그림을 향하여 여기서 펑 저기서 삐그덕 맞추느라 소란스럽다 어쨌든 인류의 퍼즐은 맞춰진다 퍼즐 조각 하나만 낙오 되어도 인류의 큰 그림은 하나도 재미없다 그러므로 모두가 소중하다 똑.같.이. ------------ inspired by Rev. Paul Kang's Sermon 2014. 11. 23
2024.08.30 -
[e시] 아내와의 잠자리
아내와의 잠자리 5분, 아니 10분이 지나도잠 들기 힘든 남편과 달리 5초도 안 되어잠이 드는 아내의단순함에 놀라는 남편 혈액형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마는O형 아내의 무던함에다소 예민한 AB형 남편이 안식을 누린다그런 아내는 남편의 세계를 즐긴다 레드 썬 최면도 필요 없이바로 가 버리는 아내의 코 고는 소리가이제 서서히 저 멀리 뱃고동 소리로들려올 즈음 아내의 큰 배를 따라노를 저어 저 멀리꿈섬에 정박한다 2024. 6. 15 토
2024.06.17 -
[e시] 음식에 대한 사유 - 먹고 먹힘에 대해
음식에 대한 사유 NaCl 오늘 아침은 어제 저녁 먹다 남은 지중해 음식 치킨 온더 싸쥐(Chicken on the Sajj)를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다 그 닭고기의 살점을 입에 문다 엄연히 이 세상에서 숨쉬던 생명체였다 그러나 이젠 내 몸의 일부로 흡수된다 이 세상은 먹고 먹히는 법칙으로 유지된다 먹는 주체는 즐겁지만 먹히는 객체는 죽을 맛이다 하지만 주검은 또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된다 이 세상에 먹히지 않을 생명은 없다 썩음은 미생물에게 먹히는 것 지금 나는 숨을 쉬며 미생물을 먹었다 삶과 죽음은 서로 상반되나 결국 하나다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을 낳고 계속해서 뭔 가에 먹히는 주검이 된다 어쩌면 모든 생명은 먹히기 위해 태어났을 수도 있다 뭔가 먹어야 하는 생명은 그 수많은 주검을 음식으로 소화하여 나..
2024.02.09 -
[e시] 51세 즈음에 - 독거노총각님께 드리는 시
51세 즈음에 나 이제 나이 좀 먹었네 옛날 같으면 손주 볼 나이 재작년 혼인신고 하자마자 순식간에 얻은 장성한 두 아들 공교롭게도 성씨마저 같다 나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네 옛날 같으면 인생 정리할 나이 이 시대에 태어난 건 행운일까 므두셀라(מְתוּשֶׁלַח) 영감님 때가 훨 나았나? 고이 죽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오케이(Okay) 세상은 한바탕 가을 운동회 차전놀이 흙먼지 뒤집어 쓰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잠들면 꿀잠 죽음이 그 꿀잠과 같다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을텐데… 아니, 이 삶이 어쩌면 저 세상에서의 달콤한 꿈? 가끔 악몽도.... 하지만 옛날 뒷간에서 떨어지는 대변소리는 너무도 리얼(Real)했다 철푸덕! 2024. 1. 8 사진 출처: pixabay.com
2024.01.09 -
[e시] 윤석열대통령께 드리는 시 - 춘천 반공회관
춘천 반공회관 80년대, 국민학교 시절, 줄을 맞추어 반 별로 찾아간 반공회관 소양로 이디오피아 참전 기념비를 지나 공지천 다리를 건너 넓게 펼쳐진 소양강을 내려다 보는 언덕 위 반공회관 가는 길 심심찮게 침투하는 무장공비 회관 앞마당에 펼쳐놓은 무기들 이승복 어린이의 찢어진 입가에 혈흔이 우리의 가슴에 묻었다 반공으로 정신무장하고 바로 옆 달려간 아름다운 갈색 건물 어린이 회관 신나게 뛰어놀며 마징가 제트를 관람하고 소양강변 내리막길을 걸어 학교로 거리에 시민들은 긴장을 숨기고 평화롭게 두부를 산다 사과를 고른다 2024. 1. 5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