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시] 음식에 대한 사유 - 먹고 먹힘에 대해
2024. 2. 9. 20:46ㆍ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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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사유
NaCl
오늘 아침은 어제 저녁 먹다 남은
지중해 음식 치킨 온더 싸쥐(Chicken on the Sajj)를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다
그 닭고기의 살점을 입에 문다
엄연히 이 세상에서 숨쉬던 생명체였다
그러나 이젠 내 몸의 일부로 흡수된다
이 세상은 먹고 먹히는 법칙으로 유지된다
먹는 주체는 즐겁지만
먹히는 객체는 죽을 맛이다
하지만 주검은 또 다른 생명의 일부가 된다
이 세상에 먹히지 않을 생명은 없다
썩음은 미생물에게 먹히는 것
지금 나는 숨을 쉬며 미생물을 먹었다
삶과 죽음은 서로 상반되나 결국 하나다
끊임없이 새로운 생명을 낳고
계속해서 뭔 가에 먹히는 주검이 된다
어쩌면 모든 생명은 먹히기 위해 태어났을 수도 있다
뭔가 먹어야 하는 생명은 그 수많은 주검을 음식으로
소화하여 나를 이루지만
어쩌면 한 생명 안에는 그 수많은 주검의 영혼들이
머무는 장소일지 모른다
내 몸은 하나의 자기의식으로 움직여 질지라도
세세한 움직임과 미세한 생각과 미묘한 감정안에 어쩌면
오늘 아침 먹은 닭의 성질을 부렸을 지 모른다
모든 생명이 죽었다 할지라도
지구조차 박살 났다 할지라도
모든 생명은 궁극적 존재에 소화되고
그 절대의 존재안에 거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새로운 세상을 낳는다
201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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