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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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이야기 - 껌 볼 머신의 추억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2019. 10. 6. 22:26
껌 볼 머신의 추억 2001년, 내쉬빌 북쪽 10마일 지점인 헨더슨빌에 처음 옷수선집을 개척하기 전, 그 자리는 미용실이었다. 그 미용실에 있던 껌 볼 머신 자판기를 우리 가게에도 계속 두었다. 1센트 페니만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각양각색의 동그란 껌볼 중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내려왔다. 18년이 지난 2019년 바로 어제 아주 오랜만에 어떤 여자손님이 두 자녀를 데리고 우리 옷수선집에 찾아왔다. 그 두 자녀 중 큰 아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미싱을 돌리는 자리 바로 옆을 가리키며 자기가 3살 때 엄마따라 이곳에 왔을 때 미스터박이 내게 패니를 주어 껌볼 하나를 빼 먹었다는 것이다. 현재 스무살이고 아직 그때가 생생한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껌 볼 머신은 사라지고 대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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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과 고지식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2019. 6. 21. 23:55
착각과 고지식 늦은 오후, 여자아이 둘과 할머니 그리고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언니뻘 되는 여자아이가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어 보고 어머니는 핀으로 품을 찝고 나는 청바지 허리 줄이는 작업을 마저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아빠로 보이는 사내가 갑자기 문을 확 열고 나가더니 차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 즉시 아차, 그 남자 이 손님들과 가족이 아니라 또 다른 손님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다고 본인도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머니와 궁시렁 궁시렁 별난 손님 다 본다. 이러면서 일을 계속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손님이 다시 들어온다. 이미 그 아이손님은 갔고 이 남자가 하는 말이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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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싫은 옷수선, 하지만 고마워짭짤한 문학/Essay 2019. 6. 18. 23:16
건물청소업 - 전기공사 - 우체국 - 치과기공 - 옷수선 위 직업들은 미국에서 26년간 살면서 했거나 하고 있는 직업이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종사하고 있는 직업은 12년이 넘은 옷수선인데 미국사람들이 워낙 손재주가 없다보니 비교적 손재주 있는 한국사람들이 잘 하는 옷수선이 먹고 사는데 괜찮은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옷수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가고자 머릿속은 다른 데 가 있다. 기술 좋으신 어머니가 함께 하시기에 유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은연중 나는 불안하다. 나이 많으신 엄마가 언젠가 일을 못하시게 될거란 생각은 나를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다른 일을 꿈꾸게 하는 것은 글쓰기와 코딩을 좋아하는 내가 이 두 가지로 부의 추월차선, 즉 단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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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폭풍이 지나간 후짭짤한 문학/Essay 2019. 5. 1. 22:58
이제 내 나이 40대 후반에 접어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기 좋아하는 나이는 적어도 60은 되어야 한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것이다. 그런데 40대, 그것도 40대 후반이라는 현실에 아직 미혼인 나로선 이제 결혼같은 건 내려 놓아야 한다는 체념 섞인 말이 나온다.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옷수선이다. 혼자 가게에서 모든 일을 해 낼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어려운 드레스와 양복을 하시기에 우리 가게가 이 지역에서 알아주는 옷수선 가게가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 없이는 이 가게가 제대로 돌아 갈 수가 없다. 최근 일주일 넘게 이 마음이 지옥을 경험한 이유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하고 일흔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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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브라자(브레지어)의 수명짭짤한 문학/Essay 2017. 6. 5. 23:50
그 브라자(브레지어)의 수명 우리 옷수선 가게에 어떤 80대 쯤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아내의 큰 브라자 두 개를 들고 들어온다. 세탁을 하지 않았는지 땀냄새가 확 전해져 온다. 그 백인 할아버지는 몸이 좀 불편한지 몸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말투도 아주 어눌했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그 브라자는 철사가 삐집고 나와 살을 찔러 그 문제 때문에 우리 가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정도 낡았으면 버릴 때도 된 것인데 할 수 없이 어머니는 어거지로 철사가 나오지 못하게 그 부위를 실로 꿰메셨다. 그리고 가격을 10달러를 적었다가 8달러로 낮추었다. 찾아가는 그 할아버지는 그 철사부위를 살피더니 만족스럽게 찾아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브라자 오래 못 갈거 같다고 하신다. 생물체건 물건이건 거의 모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