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
[e수필] 동해를 East Sea라고 말하는 일본손님, 다케이
아주 오랜만에 단골 이었던 일본 손님, 다케이가 오늘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우리가게에 왔다. 원래 드라이클린만 가져오던 손님인데 언젠가부터 우리가게가 드라이클린을 안하고 옷수선만 한 이후로 이 손님은 발길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왠 일로 왔는데 다름아닌 어린 아들 셔츠 안쪽에 꺼끌꺼끌한 플라스틱 같은게 딱 달라붙어 있어서 그걸 떼러 온 것이다. 이미 그걸 떼려고 시도를 했는지 약간 상처가 나 있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천을 안쪽에 데고 박아 주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렇게 해서 주었다. 어린 아들이 입어 보곤 괜찮은지 고개를 끄덕인다. 다케이는 동해를 Sea of Japan이 아니라 East Sea라고 말해 줄 정도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다. 비록 그는 일본계이고 나는 한국계이지만 우린 ..
2024.07.21 -
[한국방문기] 아내는 나의 무엇을 보고 신기했나?
아내는 나의 무엇을 보고 신기했나? 미국에 사는 나, 한국에 있는 아내를 1년에 한 번, 약 3주간 만나러 간다. 올해 2024년 프람이 막 끝나는 5월에 우리 옷수선 가게는 손님들에게 미리 문자를 보내어 6월 한달간 임시휴업임을 알리고 구글과 옐프에도 미리 6월 한달 문 닫는다는 걸 표시를 해야했다. 그렇게 한달이라는 장시간의 휴가를 준비하고 떠난 한국행. 이번이 아내와의 상봉 4번째다. 이번에 아내는 제주여행을 계획해 놓았다. 약 10일간의 제주여행 그리고 서울 아파트 집에서 머물며 아내와 나는 푹 쉬었다. 아내는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내가 한국에 오게 되면 같이 휴가를 보내게 된다. 대중교통이 영 쉬원치 않은 미국에서 오래 산 나로선 서울의 버스와 지하철은 정말 ..
2024.06.29 -
속담, "못 먹는 감 찔러 나 본다." 를 곱씹어 본다.
못 먹는 감 찔러 나 본다 이 속담을 첨 들었을 때, 너무 안 익어서 먹지 못하는 감을 홧김에 찔러본다는 뜻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이 속담의 뜻은, 잘 익었지만 나의 것이 아니어서 먹지 못하자 그 감 임자의 입으로 들어갈 것에 심술이 나서 그 감을 찔러본다는 뜻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반 친구들 이랑 야구를 하는데 동생도 따라와서 같이 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던 약간 질이 안 좋은 다른 반 아이가 같이 놀자며 다가왔다. 하지만 인원수가 맞지 않아 안된다고 하자 얼마 후 그 아이가 저 멀리서 돌을 우리 쪽으로 던져 내 동생의 코에 정통으로 맞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이런 경우가 못 먹는 감 찔러 나 본다가 해당이 되려나? 그 돌 던진 아이는 너무 가난한 집 아들이었고 결국 치료비는 우..
2024.05.14 -
[e수필] 배심원 자리에서 잘린 어머니 - 영어 못해도 살아가는 미국
배심원 자리에서 잘린 어머니 2024년 들어 딱 80세 이신 어머니 앞으로 썸너 카운티 법원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그건 다름아닌 배심원으로 선택 되었으니 별 일 없으면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는 헬로우, 땡큐만으로 30여년 미국 이민생활을 버티신 분인데 법원에 배심원이 되어 그 어려운 재판을 듣고 판단을 해 달라니 법원에서 잘못 짚었다 생각했다. 답장을 곧 해야 할 거 같아서 부랴부랴 어머니 담당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왔다. 그 법원 편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스캔을 해서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해서 집에 있는 스캐너로 소견서를 스캔하여 보냈다. 법원에서는 배심원으로 선택된 사람이 75세 이상이고 신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의사의 소견서를 보내어 할 수 없음을 밝혀 달라고 한 것이..
2024.04.12 -
[e수필] 망상에 대한 소고 - 망상의 긍정적인 면 찾아보기
망상에 대한 소고 현미경과 망원경 중 망원경에 가깝다. 그것은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좀 성급한 편이고 분석적이기 보다는 직관적이다. 문득 스친 생각에 꽂혀 그 생각에 매몰되어 다른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이러한 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고 의학적으로는 망상이라 한다. 현실이 의식적이고 표면적이라면 망상은 무의식적이고 심층적이다. 망상이 엉뚱하고 사실과 거리가 멀다해도 망상은 현실의 그림자로서 현실이 놓치고 있는 삶의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수면중 경험하는 꿈은 비현실적이며 대개 엉뚱하다. 그것은 망상과 비슷한 무의식적 경험이다. 어쩌면 망상은 깨어있는 중에 경험하는 꿈일 수 있다. 망상은 수면부족일 경우 잘 나타난다. 그건 의식중의 꿈이라는 걸 뒷받침..
2023.10.05 -
[e수필] 소음을 들으며 - 소음이 더이상 소음이 되지 않을 정도까지 되다
소음을 들으며 옆가게가 오랫동안 좋은 이웃으로 있다가 얼마 전에 파산을 하여 문을 닫았다. 곧 바로 어떤 전기회사가 이사를 들어오는지 공사를 시작했는데 소음이 말도 아니다. 바닥을 버핑으로 까내는 작업 같은데 우리 가게까지 소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어머니는 귀마개까지 하셨다. 거의 일주일간 소음 속에서 일을 하다가 결국 옆가게에 찾아 들어가 언제 끝나는지 물었더니 3일 후에 끝난다고 한다. 언제 끝나는지 알고 나니 소음을 참는 게 좀 더 수월해 졌다. 하루 종일 바닥을 깎아내는 소음을 들으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그 소음이 귀에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소음이 배경음악이라도 되는듯 편안하게 들렸다. 그 소음을 일주일 넘게 계속 들으니 이 귀가 완전히 적응해 버린 것이다. 닥치면 다 한다는 말을 하곤..
202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