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4. 09:28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2불과 월남국수
어머니와 오랜만에 월남국수집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려 하자 저쪽 뒤에서 홈리스처럼 보이는 남자가 2불을 달라고 한다. 나는 그냥 들어가려다가 순간 멈추고 다가가 2불을 건냈다. 어머니와 맛있게 먹는 도중 오늘 교회에서 은혜 받고 그 홈리스에게 그까짓 2불 조차 주지 않았다면 이 은혜 다 쏟아 버릴 뻔 했다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주길 잘했다고 하신다.
조용히 먹으며 내 머릿속은 그 사내에 대한 생각이 스며든다. 그까짓 2불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이왕 주는거 20불 줄껄 그랬나. 난 살그머니 지갑에서 20불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고 나중에 나갈 때 그 사내가 보이면 줄려고 마음을 먹는다.
계산을 하고 밖에 나가 둘러보니 그 사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는 중 어머니께 국수 먹으며 들었던 생각을 말씀 드리자 언성을 높이시며 왜이리 뒤끝이 있냐고, 왜이리 오지랖이 넓냐고 하시며 나무라신다.
그 사지 멀쩡한 사람이 게을러서 돈 달라고 하는걸 수도 있고 2불을 준들 20불을 준들 그 사람은 달라질게 없다고 하시며 나의 그런 약한 마음을 걱정 하신다. "그래 가지고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래?"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그냥 무시하고 들어 갈려고 했던 내 마음이 오늘 예배 중 은혜 받은 것과 겹치며 하나님께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주)에게 한 것이라는데 다행이 순간 마음을 바꾸어 2불 이라도 건내주고 월남국수가 입에 들어가며 좀 더 줄껄 그랬나? 후회가 밀려 왔다.
이런 내가 과한 것일까? 2불 준걸로 생각을 끝내는게 정상일까? 1장에 이어 2장, 3장까지 이어지는 나의 이런 생각 꼬리물기는 과연 불필요한 것일까. 어머니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에 나는 쪽도 못쓰고 백기를 들었다. 하나님은 이런 나를 어떻게 생각 하실지...
2025. 2. 23 일요일
'짭짤한 문학 > 수필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수필] 동해를 East Sea라고 말하는 일본손님, 다케이 (1) | 2024.07.21 |
---|---|
[한국방문기] 아내는 나의 무엇을 보고 신기했나? (0) | 2024.06.29 |
속담, "못 먹는 감 찔러 나 본다." 를 곱씹어 본다. (0) | 2024.05.14 |
[e수필] 배심원 자리에서 잘린 어머니 - 영어 못해도 살아가는 미국 (0) | 2024.04.12 |
[e수필] 망상에 대한 소고 - 망상의 긍정적인 면 찾아보기 (1) | 2023.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