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12. 02:58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배심원 자리에서 잘린 어머니
2024년 들어 딱 80세 이신 어머니 앞으로 썸너 카운티 법원에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그건 다름아닌 배심원으로 선택 되었으니 별 일 없으면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무엇보다 어머니는 헬로우, 땡큐만으로 30여년 미국 이민생활을 버티신 분인데 법원에 배심원이 되어 그 어려운 재판을 듣고 판단을 해 달라니 법원에서 잘못 짚었다 생각했다.
답장을 곧 해야 할 거 같아서 부랴부랴 어머니 담당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왔다. 그 법원 편지를 자세히 읽어보니 스캔을 해서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해서 집에 있는 스캐너로 소견서를 스캔하여 보냈다. 법원에서는 배심원으로 선택된 사람이 75세 이상이고 신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의사의 소견서를 보내어 할 수 없음을 밝혀 달라고 한 것이다.
배심원으로 지명되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법인지라 무시하면 큰 손해를 볼 거 같아 서두른 것이다. 소견서를 보내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법원에서 이메일로 답장이 왔다. “Thank you. I have excused her from jury duty.” 어머니의 배심원 임무를 면제해 준다는 내용인데 마치 배심원직에서 잘린 기분이었다.
할 수도 없고 하기도 부담스런 배심원 임무를 하지 않게 되어 좋기만 한데 그 답장의 한 문장이 해고 통지서 같이 무정했다. 어머니가 영어를 잘 하셨다면 그 배심원직을 하셨을까? 영어가 주된 언어인 이 미국땅에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마치 불구자와 같다. 그래도 먹고 사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것은 다양성이 존중 받는 사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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