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수필 :: Essay(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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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수필] 잃어버린 이빨이 아닌 잃어버린 풍선
네 살 짜리 조카 대니가 며칠 전 엄마 손 잡고 치과에 갔다고 한다. 그 치과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치과라 그런지 대니는 살짝 겁만 먹었을 뿐 울지 않고 잘 치과치료를 마치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런 대니에게 헬률가스가 들어있는 풍선을 손에 쥐켜 주었다. 엄마가 끈을 대니 손목에 묶으려 하자 싫은지 거부한다. 얼마 후 대니의 고사리손은 풍선의 끈을 놓쳤고 저 멀리 사라지는 풍선을 허망하게 바라보던 대니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대니는 치과치료 중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더니 풍선 하나 잃었다고 억울해 울었다. 아이에게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잃어버린 이빨이 아니라 잃어버린 풍선이었다. 2022. 10. 29
2022.10.30 -
[e수필] 오지랖, 그 못말리는 짬뽕
할로윈이 다가오는 시월 중순, 요 며칠새 쌀쌀해 졌다. 그래선지 내 산타뻬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켜졌다. 보통 34 psi 정도를 유지하는데 29밖에 안된다. 승차감도 왠지 내려앉은 기분이다. 그래서 Speedway 주유소에 들어가니 어떤 백인여자가 마침 바람을 넣고 있다. 옳거니, 이 사람 끝나고 바로 하면 남는 시간 공짜로 쓰겠다. 싶어 미리 타이어 공기 주입구 마개를 빼어 호주머니에 넣고 기다린다. 보통 2불 카드 긁으면 시간이 꽤 길기 때문에 앞에 그 여자가 좀 굼떠 보여도 공짜로 할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를 했다. 앞차가 빠지고 바로 이어 내차를 대고 35 psi 에 맞춰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하나 끝나고, 둘, 셋 끝나고 네번째 넣으려는 순간 기계가 멈추었다. 34에 맞추었으면 네 개 ..
2022.10.24 -
[e수필] 몸은 의사, 옷은 재봉사에게
가게문을 닫고 바로 손님 스크럽 바지에 넣을 끈을 사러 조앤(JoAnn)에 가다가 뒤쪽에서 경찰차 여러대의 싸이렌 소리가 났다. 3차선 빨간불 신호대기 상태라 그리고 경찰이 피해 가겠지 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바로 내 뒤에서 왱왱거린다. 얼떨결에 차를 전진하였는데 내 차가 바로 빠져 옆으로 비켜야 경찰차들이 신속히 지나가는데 굼뜬 내 차에 속이 터졌는지 여자 경찰이 메가폰을 꺼내어 나에게, "Get out of the way!!" 하며 길을 비키라는 것이다. 그제서야 길어깨 쪽으로 비켜 주었다. 무슨 일인지 급한 일로 달려 가시는 경찰님의 길을 막아 섰으니 좀 더 굼뜨며 계속 떡 막았다면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혀 갈 수 있었을까? 아마 경찰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도로 위에 무법자처럼 권위를 휘두르..
2022.10.20 -
[e수필] 49세 노총각 시인, 드디어 장가가는 것인가?
마흔 아홉 노총각, 짭짤한 시인은 성인이 된 이후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 어느 정도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거의 다 짝사랑 아니면 상대방이 살짝 간만 보고 끝낸 경우가 전부였다. 옷수선을 하는 그의 직업적 매력이 여자들에게 별로 다가오지 않았던가. 어떤 여성은 나의 그런 직업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말을 하며 곧 인연이 끊겼다. 어떠한 직업이던 열정을 가지고 매달린다면 그 전망은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옷수선을 하면서도 여러 다른 일, 특히 온라인으로 수익을 내려는 약간 허황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선가, 그의 옷수선 실력은 연차에 비해 그리 특출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코딩을 배워 커뮤니티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운영하며 아주 약간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약 2, 3년 전 ..
2022.10.14 -
[e수필] YMCA에서 또라이 되다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특별한 이유로 우리 가게를 토요일 닫는 시간인 2시에 닫는다. 어제 일찍 잤더니 오늘 새벽 일찍 일어나 YMCA에 트랙을 걸으러 갔다. YMCA는 격일로 걷는 방향이 바뀐다. 대충 걷는 방향을 확인하고 걷는데 아무도 없다. 유튜브를 들으며 얼마를 걷는데 몇몇 사람이 나와 같은 방향으로 합세를 한다. 그리고 점점 인원수가 늘어 다 함께 같은 방향을 걷는다. 그런데 내 앞에서 어느 용감한 노인 한 분이 반대 방향으로 마주 보며 걸어 오는게 아닌가. 내 뒤를 따라 걸어 오던 덩치 좋은 남자가 그 노인에게 뭐라뭐라 한다. 잠시 이대로 걷는데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몰려 오는게 아닌가? 이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오늘이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 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노인네가 정신이 ..
2022.09.24 -
[e수필] 어린 조카는 결코 어리지 않다
어린 조카는 결코 어리지 않다 열 살쯤 된 아이 같다. 불과 세 살이 지난지 얼마 안된 늦둥이 조카 대니는 컴퓨터 게임을 즐겨하는 철 없는 아빠 무릎에 앉아 피스타치오를 하나하나 까서 아빠 입에 쏙쏙 넣어 준다. 낼름낼름 제비 새끼처럼 받아 먹는 동생을 보니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생각지도 않게 나오게 된 셋째 늦둥이 막내 대니로 인해 대니의 할미, 즉 우리 엄마는 매일 웃지 않을 수 없어 더 오래 사실 거 같다. 엄마께서 하시는 말이, 한국식품점에서 사온 둥근 뻥튀기 두 개를 대니가 집어 들더니 지 가슴에 대곤, “브라!” 그랬다는 것이다. 엄마의 그 말씀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약간 뻥튀기가 볼록 튀어 나오긴 했어도 그걸 보며 “브라!”라고 외친 건 그저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만 ..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