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한 문학/자유시 :: Free Poem(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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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 떡만두국 - 2024년 새해 첫 날 하루종일 배가 부르다
떡만두국 새해 첫날 아침 신년예배 후 친교실에서 배급받은 떡국 4인분 2개를 동생 식구 다섯과 엄니, 나 총 일곱 식구가 직접 빚은 만두와 곁들여 떡만두국을 끓여 먹으며 한 살 더 먹었다 조상님들이 떡국을 언제부터 드셨는지 모르나 나이를 먹는다는건 떡국을 먹고 새해를 건강하게 시작하고자 하는 바람 게다가 만두를 넣었으니 그 맛은 배가 된다 최근 속회모임에 각자 가져올 음식을 카톡에 남기는데 어떤 분은 쟁반 막국수 어떤 분은 파스타 어떤 분은 갈비 나는 배를 가져간다고 하니 인도자님 부인이 음식이 들어가는 날씬 배냐고 농담을 건네신다 모임에 가져가 깎아 먹으니 다들 달고 맛있다고 한다 내 입엔 밍밍한데 배려의 립서비스일까 진짜 달아서일까 오늘은 하루종일 배가 부르다 2024. 1. 1
2024.01.02 -
[e시] 거미의 패시브 인컴
거미의 패시브 인컴 실과 바늘로 벌어 먹는 옷수선집 구석데기에 지 몸에서 뽑아낸 실로 집을 엮고 그 안에서 먹이를 기다리며 명상에 잠긴 팔자 한가한 놈이 있다 손님을 또한 기다리는 가게주인은 미싱에 실을 꿰고 드르륵 옷을 고치지만 이놈은 때때로 끊어진 집을 수선할 뿐 그 놈이나 주인이나 먹고 살기위해 실을 뽑고 실을 꿴다 가만히 그놈을 물끄러미 바라 본 주인은 그 놈이 자기보다 낫다는 생각 하나 하루종일 실로 옷을 고쳐야만 하는 주인의 패시브 인컴에 대한 꿈을 이 놈은 태생적으로 획득했으니 주인의 실은 돈 주고 구입하나 이 놈의 실은 평생 공짜 2023. 9. 10
2023.09.11 -
[e시] 얼어 죽을 시인 - 시인은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가?
얼어죽을 시인 어쩌다 장기자랑에 시낭송을 하였네 나는 그런 사람 아니네 어찌됐는지 그럭저럭 했네 다들 잘해서 똑같이 백 불씩 받았네 어느 분 말씀에, 당신이 일등이라며 추켜 세우니 낯이 뜨겁네 한동안 복도 지나기 엉거주춤 친교실에 들어서니 어느 분이, 시인님 오셨네 어이쿠, 얼어 죽을 시인 나는 얼음이 되었네 2023. 7. 3
2023.07.04 -
[e시] 오빠 짱 - 나는 그녀에게 조종 당해도 좋다
오빠 짱 이 말은 아무리 들어도 기분 좋은 가스라이팅 나는 그녀에게 조종 당해도 좋다 그 말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한다 신나게 거의 모든 말은 가스라이팅 상대의 무심코 던진 말에 영향 안받는 사람 있나 유튜브를 몇 시간씩 들으며 우리의 말과 행동은 이미 제어되어 있다 좋은 설교와 법문 재밌는 강의를 들으며 눈물샘, 웃음보가 열린다 그런 가스라이팅은 그녀의 오빠 짱 그 한마디 말처럼 달콤하다 이 시 또한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 2023. 6. 30 유튜브로 듣기
2023.07.01 -
[e시] 위 내시경 - 헬리코박터균의 전쟁선포
위 내시경 나이 오십 나이를 먹은 만큼 먹은 밥, 김치찌개도 셀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뱃속은 가스로 불편함을 호소하고 적당히 좀 먹으라 꺼억 꺽 댄다 한국에 들어간 김에 누나의 권유로 위 내시경을 해 보니 헬리콥터 수십 만 대가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한 제균 약 2주치를 적진에 투하하니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설사라는 부상병이 속출하고 있다 인생 자체가 전쟁인데 위장 뿐이랴 온실 속 화초도 괴롭다 2023. 6. 29
2023.06.30 -
[e시] 그녀의 뱃살
그녀의 뱃살 그녀의 넉넉함이 궁금함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녀를 알고 삼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서울 한강변, 홍제천을 자전거 질주하고도 배고프지 않은 오후 5시, 좀 이른 저녁, 그녀는 보쌈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배고프니? 나의 질문에 그녀는 그냥 궁금해서.. 보쌈 정식 두 개를 시켜도 그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오다가 사 들고 온 찐옥수수를 베어 먹는 그녀가 신기하다 집에 돌아와 참외를 깎아 그녀는 다섯 조각 나는 세 조각 함포고복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첨듣는 사자성어에 무식함이 드러난 나 고상한듯 모지란 신랑은 그런 아내의 넉넉한 외모가 그 호기심, 궁금함에 기인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궁금하지 않도록 심심하지 않도록 그녀의 호기심을 그때그때 풀어줘야 함이 처방임을 몸소 깨닫지만 이제 며칠 후면 멀리 다..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