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1. 21:05ㆍ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옷수선은 한국에서 그렇게 대접받는 직업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세탁소와 양복점 경험이 있는 종옥은 교회친구의 강권으로 옷수선 사업을 준비한다.
“박집사, 그렇게 좋은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 그동안 청소를 한거야! 당장 가게 자리 알아봐!”
“아니, 우린 아직 영어가 약해서 할 수 없을거 같애. 잘못해서 손님 옷 망치면 어떡해.”
“그런 걱정 할거 없어. 헬로우, 땡큐 할 줄 알지? 그럼 됐어.”
종옥과 경자는 마침 청소를 아무리 오래 해도 카드 빚 갚기 힘들고 전망도 보이지 않아 친구의 말을 듣고 가게 자리를 알아본다. 처음 알아 본 곳은 집 근처 허미티지인데 그곳 한인 세탁소 주인이 펄쩍 뛰며 싫어한다. 경자는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기도를 하는데 문득 이쁜이에게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아이구, 오집사님, 그렇지 않아도 우리 미장원 팔려고 내놨는데 잘 됐네요. 내일이라도 당장 와서 보세요.”
그 미장원은 집에서 30여분 거리의 헨더슨빌에 있었다. 가 보니 옷수선 하기에 딱 맞는 크기의 아담한 공간이고 렌트비도 아주 저렴했다. 집에서 좀 멀었지만 더 이상 선택할 거 없이 권리금 20,000불을 대출받아 건내주고 그 해 2001년 여름 가게문을 연다.
그 자리에 개척을 한 터라 처음 몇 개월간 아니 몇 년간은 손님이 없어 용진이 밤에 청소를 하여 부족한 형편을 메꾼다. 용진은 여전히 우울증에 시달렸으나 낮으로 학교에 다니고 밤으로 청소를 한다. 용준은 미해군을 제대하고 그 덕에 학비 없이 대학에 진학하여 ROTC를 하여 다시 미육군에 입대한다. 누나 정윤과 남편은 가난한 형편에 둘 다 박사공부를 하며 부모님이 옷수선을 개업한 그 해 2001년, 첫째 딸 진이를 출산한다.
출산 직후 바로 뉴욕 쌍둥이 빌딩이 알카에다 테러조직에 의해 무너져 내리자 친정에서 몸을 풀고 있는 정윤은 극심한 우울에 빠진다. 21세기 세상은 이렇게 생명이 태어나고 목숨을 잃는 생과 사가 엇갈리며 혼돈과 두려움으로 막을 연다.
오류
한 개인의 우울로 부터 시작하여 테러로 절망하는 국가에 이르기 까지 이 세상은 삐-삑-거리는 오류 경고음이 퍼져 나간다. 그러한 가운데 경자는 기도를 하고 종옥은 미싱을 밟으며 정윤은 하나의 생명을 탄생시키고 용진은 우울과 싸우며 밤낮으로 일과 공부에 매달리고 용준은 험한 군대에서 총대를 맨다.
그렇게 이 세상은 오히려 삐걱거리는 오류로 인해 살아간다. 세상이 왜 있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기에 사람들은 그 이유와 목적에 대한 두려움, 아니 경외심으로 하루하루 디버깅을 하며 살아 가는지도 모른다. 네 살 박이 대니도 어제 벌레 먹은 이빨을 고치러 치과에 갔다.
매일 디버깅을 해야만 하는 인간은 신을 믿는다. 믿지 않는 것 또한 또다른 형태의 신에 대한 믿음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두려움 자체가 신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두려움을 발생시키는 오류를 안고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경자의 기도에 응답하는 신의 고요한 음성은 경자 안에 이미 울리고 있었다.
신은 살아 있다. 당신의 간절함과 신바람 속에…
또한 신은 죽어 있다. 당신의 무의미함과 따분함 속에…
세탁소 장씨가 돈 대신 건넨 신문 꾸러미 덕에 용진은 어느 날 우연히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에 시를 응모 했다가 운 좋게 당선이 된다. 그 신문에 실린 문예공모를 본 것이다.
용진이 그 공모를 그냥 무시했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종옥이 비록 돈은 받아 오지 못했지만 신은 한참 후에 라도 그의 아들에게 선으로 갚아 준 것이다. 단 용진이 응모라는 작은 행동을 취했을 때…
전우익 작가의 말대로 삶은 그 무언가에, 그 누군가에 정성을 쏟는거라 하지 않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따분함은 죽기 보다 싫다. 하다못해 남자는 빗자루라도 들어야 한다는 글쓴이의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처럼…
바닥에 떨어진 오류 하나를 쓸어 담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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