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 31. 고물차인가 똥차인가

2020. 7. 15. 21:54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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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쉬빌로 이사를 하고 나서도 여전히 종옥의 가족은 차를 살 형편이 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정씨의 차를 타고 일을 가고 정씨가 장을 볼 때 그 참에 따라 가야했다. 정씨는 이런 상황을 통해 종옥가족의 노동력을 최대한 이용한다. 일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에 대한 대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준 것이다.

 

정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종옥의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어떤 사람이 차를 판다고 하여 구입하게 되었다. 1994년 당시 그 차는 1976년산 여행용 다지 벤이었다.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바닥은 냄새나는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그 차 주인은 알고보니 공짜로 얻은 것이었다. 하지만 1500불에 넘긴다.

 

아무리 고물차지만 처음으로 차가 생긴 종옥의 가족은 날아갈 듯 기뻐하였다. 더 이상 정씨의 차에 의지할 필요 없이 마음껏 어느때나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후 정씨에게서 독립을 선언하고 월급 계산을 하는데 이것 저것 따져가며 주지 않는 것이다. 매달 벌어 그 달로 돈을 다 쓰는 형편에 돈을 받지 못하면 생활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한 와중에 경자가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 낸다. 정씨에게는 용준보다 두 살 아래의 외동딸이 있는데 그 딸에게 우리 사정을 얘기하여 아빠에게 말하게 하는 것이다. 그 딸은 그 부모와 달리 순진했기에 우리의 부당한 대우에 공감하였고 아빠에게 열을 내며 줘야 할 돈 주라고 대들었는지 그 다음 날 정씨는 체크를 써서 종옥에게 월급을 주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무리 못된 정씨지만 딸의 입김에 넘어간 것이다.

 

 

얼마 후 용진도 어느 유학생으로부터 86년산 쉐비 카발리어를 1500불 주고 산다. 사실 그 유학생은 잠시 한국에 들어가게 되어 그 차를 누군가에게 맡기려 했으나 용진이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 유학생은 1년 전에 1500불을 주고 산 것인데 같은 가격에 판다.

 

언제 부터인가 종옥이 뉴욕에서 살았던 집 주인에게서 종옥이 쓰던 짐을 가져 가라고 연락이 왔다. 그 동안 차가 없어서 가지 못하다가 이 참에 종옥의 가족은 그 먼 거리를 그 고물차를 타고 이 한 여름에 가기로 했다. 얼마 가지 않아 차 속도가 50마일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달렸다.

 

그렇게 느릿느릿 뉴욕에 당도하니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우리 차 타이어를 가리킨다. 그렇다 펑크가 난 것이다. 근처 정비소에서 빵꾸를 때우고 경자의 남동생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아침에 산책을 하러 길에 나오니 뉴욕 거리가 쓰레기 천지다.

 

그 유명한 뉴욕에 왔지만 한가하게 즐길 여유도 없이 그 날로 짐을 싣고 내쉬빌로 향한다. 델라웨어 하이웨이를 달리던 중, 엔진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시동이 꺼져 버린다. 운전을 하던 용진은 급히 핸들을 틀어 길어깨에 정차한다. 오일팬이 터진 것이다. 하이웨이 한 복판에서 차가 퍼져 버리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잠시 후 경찰차가 다가와 토인카와 택시를 불러 준다.  

 

흑인인 그 택시기사는 밤이 늦었다고 자기 집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공항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흑인은 마저 일을 해야 하는지 종옥의 가족을 집에 두고 기도까지 해 준 후 택시를 몰고 나간다. 다음 날 아침 그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가니 크래딧 카드가 없으면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경자는 하늘이 노래지면서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다. 떠나려는 그 흑인 기사를 다급히 용준이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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