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 029. 야학 선생 용진

2020. 6. 23. 01:45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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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를 그만 두고 용진은 누나 정윤의 권유로 누나가 교사로 있는 S야학에 교사로 봉사하게 된다. 강원대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그 야학은 가건물로 되어 있었고 학생수는 대략 40여명에 교사는 10여명 정도이다.

 

연구주임인 김선생이 용진에게 무슨 과목을 원하는지 묻는다. 용진은 고등부 수학을 맡는다. 고등부 학생들은 용진과 비슷비슷한 또래이고 한 남자 학생은 용진과 불과 몇 달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한 번은 그 학생이 연구주임인 김선생에게 훈계를 받는다.

 

“박선생이 아무리 나이가 비슷해도 선생님은 선생님이야. 알겠지?”

“예, 선생님..”

 

한 번은 용진이 학교에 없는 사이에 중등부 수학 선생이 고등반에 들어와선 학생들에게 중등부 수학 2차 방정식 문제를 풀게 한다. 그 선생은 한림대학교 의예과에 재학중인데 강원대학교 농과대학에 다니는 용진의 실력을 의심하곤 했다. 그래서 그 선생이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게 한지도 모르겠다.

 

그 선생이 용진을 보자 대뜸 한 마디 한다.

 

“고등반 애들이 중등반 수학 문제도 못 푸는데 박선생이 어떻게 가르치길래 그럽니까?”

“…. ….?!”

 

용진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는다. 집에 와서 그 때 그 선생에게 맞받아 치지 않은 게 너무 후회가 된다.  그래서 누나에게 그 말을 하자.

 

“그 선생 원래 그래. 네가 참아라.”

 

사실 고등반 학생들이 이제 막 중등반에서 올라와서 용진이 가르친건 중등반 수학이 아니라 고등반 수학인데 중등반 문제를 풀지 못한건 전적으로 중등반 선생의 무능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선생은 자기의 무능은 깨닫지 못하고 되려 고등반 선생인 용진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반 학생들은 대개 공장에 나가거나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창시절 문제아로 퇴학을 당하기도 하고 가정 형편상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때가 되어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시험에서 합격을 한다. 말로는 옆 사람 시험지를 컨닝하기도 했다는데 아무튼 그 중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용진은 그렇게 야학에서 1년간 봉사하고 다음 해인 1993년 여름 그만 두게 된다. 나이가 되어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하는데 용진은 1급 현역이 나온다. 심리 테스트를 하는데 옆에 앉은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용진에게 한 마디 한다.

 

“나랑 답변이 비슷한걸 보니 정상이군요?”

“아니죠? 그 쪽이 나랑 비슷한 답을 했다면 그 쪽도 싸이코일텐데요?”

 

하지만 용진은 1급현역이 나왔고 그 해 가을 미국으로 이민 가는 날 김포 공항에서 군 기피자로 의심 받아 한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다. 옆에서 지켜 보던 어떤 사람이 경자에게 조언을 해 주길 음료수라도 주면서 사정해 보라고 한다. 급하게 경자는 오렌지 주스 한박스를 건내며,

 

“더운데 우리 아들때매 수고 많으십니다. 이거 라도 드시면서 하세요.”

“아닙니다. 거의 다 됐어요.”

 

다행이 용진은 통과가 되고 탑승 시간에 겨우 맞춰 비행기에 오른다. 누나 정윤은 이미 성인이 되어 한국에 혼자 남게 된다. 아니 혼자는 아니다. 교회 교사로 봉사하던 중 같은 고등부 교사인 두 살 위 남자 선생님과 사귀게 되어 그나마 경자는 마음을 놓는다. 그 남자 선생이 나중에 용진의 매형이 되고 그 매형 될 사람이 미국으로 떠나는 용진을 보며 시 쓰는 사람은 문제 없다고 말해 준다. 하지만 동생인 용준을 향해선 걱정하는 눈치다.

 

용준은 미국으로 떠 나기 전 자기는 미국 가면 빌딩 유리라도 닦으며 돈을 벌거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용진은 용준을 대견하게 생각한다. 용준은 어린 나이에 책도 많이 읽어 유식 했다. 하지만 오락을 좋아하여 언젠가는 엄마의 지갑에 오 백원을 훔쳐 오락실에 가곤 했다. 그걸 알게 된 경자는 용준을 크게 야단 친다. 아빠 없이 자란 막내 아들이 특히 삐뚤게 자랄 까봐 신경이 쓰인 것이다.

 

한국에 남겨진 딸 정윤은 나중에 자기도 데려 가라며 눈시울이 붉어지고 남자친구가 그런 정윤을 달랜다. 생전 처음 비행기를 타 보는 경자 가족은 하늘을 난다는 사실에 신기해 한다. 용진과 용준은 수시로 버튼을 누르며 맥주를 시켜 먹는다. 취기가 오른 용진과 용준은 몽롱한 상태로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 한다. 성인으로 접어드는 두 아들의 미국에서의 삶은 각자 전혀 다른 앞 날이 펼쳐져 있다. 비행기는 승객들의 미래도 함께 실어 날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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