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 028. 헐크 용진

2020. 6. 21. 00:44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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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이 대학 1학년을 마친 다음 해 1992년 겨울, 학교에 아르바이트 신청을 해 두었는데 연락이 왔다. 춘천역 건너편 자동차 번호판 제작소로 배정 받은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 보니 넓은 공터 중간쯤에 2층 사무실 건물이 있고 저기 저 구석에 작은 공장이 있다. 우선 용진은 사무실로 들어가 전무를 만나 학교를 통해 오게 되었다고 보고를 한다. 전무는 용진을 공장으로 안내를 하고 공장장인 안씨 아저씨와 인사를 시킨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래요. 잘 해 봅시다.”

 

안씨 아저씨는 짜리몽땅하고 빵빵하게 생긴50대 중반이었다. 용진은 한 달 쯤 되어 공장의 일을 다 마스터했고 안씨 아저씨는 용진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자주 자리를 비우기 시작한다. 바깥에서 자동차에 완성된 번호판을 붙이고 봉인을 다는 일을 하다가 몸이 아파 몇 주간 일을 나오지 못했던 김씨 아저씨가 얼마 전에 복귀했고 용진은 공장에서 프레스로 번호 블럭을 맞추고 손잡이를 돌려 번호판에 숫자를 찍고 페인트를 발라 말리고 말소된 번호판은 작두로 잘라 폐기처분한다.

 

그렇게 용진은 공장에서의 일을 능숙하게 잘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일은 많아지고 안씨 아저씨는 점점 자리를 비우기를 한 달이 지속되자 그 동안 용진은 참았던 화를 손님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안씨 아저씨에게 터뜨리고야 만다.

 

“아저씨가 자꾸 이러면 제가 더이상 도와 줄 수가 없잖아요!”

“…. ….!”

 

 

 

 

용진의 손에 들고 있던 번호판은 바닥에 내 동댕이 쳐 졌고 딜러손님들은 멍하니 쳐다 보고 있으며 안씨 아저씨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 거의 두 달 동안 성실히 조용히 일 잘 하던 아르바이트 학생이 갑자기 헐크가 되자 놀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좀 진정이 되고 안씨 아저씨가 용진에게 말을 건다.

 

“용진학생, 자네 아버지를 내가 아는데 아버지랑 똑 같군.”

“아저씨가 저희 아버지를 어떻게 아세요?”

“아버지 옛날에 세탁소 하셨지?

“예.”

“나도 세탁소 했었어.”

 

안씨 아저씨는 그 일 이후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이 줄어 들었고 아파서 나오지 못했던 김씨 아저씨가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여 전무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필요없다고 판단 했는지 용진을 해고한다.

 

그렇게 용진은 두 달여간 그 곳에서 일하여 받은 월급을 어머니께 드리고 학교도 휴학한다. 곧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어 휴학을 한 것이다. 김씨 아저씨는 용진이가 어디에 가서 살든 굶어 죽진 않겠다고 하며 인사를 한다.

 

아버지 종옥은 봉제공장에서 과로를 하여 휴식을 취할 겸 농장으로 들어갔고 농장 관리를 하며 점차 회복을 한다. 약 6개월이 지나 종옥은 몸이 좋아져 농장을 그만 두고 목수일을 다시 시작한다. 중고 트럭을 구입해서 목수일을 하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수입은 벌어 들이지 못한다.

 

그러던 중 레이건 대통령의 영부인 낸시여사가 국민들의 식생활 개선 정책에 힘을 쓰자 농장에서 일 했던 불법체류자들을 사면해 주는 법안도 통과된다. 이렇게 해서 10년간 종옥의 족쇄가 되었던 불법체류 신분에서 벗어날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그래서 종옥은 증명 싸인을 받기 위해 전에 일했던 농장주를 찾아갔다. 그런데 농장주가 2000불을 요구하는 것이다. 종옥의 수중에는 단 돈 몇 백불 밖에 없었고 몇 일 후 종옥은 하는 수 없이 고급 양주를 손에 들고 다시 그 농장주에게 찾아가 통사정을 한다.

 

종옥은 자신에게 없는 능청과 애교까지 만들어 가며 농장주를 잘 구슬려 농장주와 술 한 잔 하며 싸인을 받아 낸다. 그렇게 하여 종옥은 영주권을 획득하고 한국에 10년 동안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을 초청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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