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1. 00:43ㆍ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용진이가 정신적으로 약하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던 고3 담임 선생님은 용진의 대학 합격을 다른 학생들의 합격보다 더 흐뭇해 하신다. 게다가 담임은 용진의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걸 안다. 얼마 전 4/4분기 교납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대신 용진이가 집에 있는 녹용을 교무실로 가져와 담임선생님께 교납금 대신으로 할 수 있는지 여쭤 본 적이 있다. 그 녹용은 미국에 계신 아버지가 보내준 것이었다. 아버지는 급한대로 그것을 팔아서 교납금으로 쓰라고 하신 것이다.
평소의 성격 대로라면 교무실 울렁증이 있는 용진이가 교무실까지 찾아와 녹용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이다. 담임은 용진의 그런 면에 짐짓 놀란 기색이다. 그래서 담임은 용진에게,
“엄마께서 시키셨니?”
“아니요, 제 생각이에요.”
용진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생각할 때 어떻게 자기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스스로 본인에 대해 놀란다. 발등에 불 떨어지면 다 하게 되는게 사람인가보다. 아무튼 용진은 마지막 교납금을 납부하고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친구, 혁이와 홍이와 상훈이와 함께 졸업 인증샷을 남긴다. 때는 1991년, 없는 형편에 아들의 대학 등록금이 걱정인 경자는 어디 돈 빌릴 만한 곳을 모색한다. 하지만 용진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아 장학금을 받게 된다. 어느 정도는 지불해야 하는 C급 장학금이지만 부담을 많이 덜게 되었다.
실험 쥐 위령탑이 서 있는 농과대학 교정, 그런 낭만은 뒤로 한 채 언제나 그렇듯 용진은 지금까지의 관성대로 공부밖에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다. 어느 날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고 과 친구들과 선배들이 춘천시 도청 아래에 있는 다크호스 술집에 모였다. 어느 말 잘하는 선배가 이런 제안을 한다.
“우리 신입생들 환영하고, 각자 돌아가며 자기소개하고 노래 한 곡 씩 부르기!”
처음으로 마시는 소주 두 잔을 비운 용진의 차례가 되자 다소 알딸딸 해진 용진은 짧게 소개를 한 뒤 한 곡도 아닌 두 곡이나 부르는 것이다. 평소의 모습과 정 반대로 나갔던 용진의 심리는 아마도 지금까지의 답답하고 의기소침했던 모습을 깨 버려야 한다는 필요를 절감해서 인지 모른다. 다음 날 학교 교정에서 그 선배와 부딪친다.
“어이, 용진! 어제 너만 인기 얻을 려고 두 곡이나 부른거야?”
“아…. 아닌데요. 선배님…”
그 선배의 그 말 한마디에 용진은 큰 충격을 받는다. 지금까지 공부밖에 모르던 심약한 용진의 마음은 작은 자극의 말에도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다. 용진은 그 일 이후로 다시 위축이 된다. 우연히 과 친구에게 그 말을 해 주자 그 친구가 용진에게 살짝 반가워 하며 이런 말을 던진다.
“용진이 너도 그러니? 나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너는 좀더 심하구나!”
“너도 그러니?”
그 친구의 말에 용진은 자기 자신만 그런게 아니라는 안도감으로 마음을 회복한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어느때부터 인가 용진의 곁에는 자기와 비슷한 친구가 붙어 있었다. 그의 별명은 송사리. 용진이 붙여준 별명이다. 사리는 인천에서 유학 온 학구파이고 용진과 마음이 잘 맞았다. 그 외 친구가 몇몇 있었지만 끝까지 함께한 친구는 사리가 유일하다.
사리는 성품이 착하고 아주 바른 몸가짐의 친구였다. 교우관계도 원만했고 선배들도 그를 좋아했다. 사리와 용진이 함께 있으면 어느 선배는 그 둘이 참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용진이 사리와 다른 점이 있으니 과 친구들과 두루 어울리지 못하고 모임에도 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빈 자리 때문일까? 용진의 사회성은 그리 좋지 않았다.
용진은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로 통학하는데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용진의 자전거 타는 모습에 어느 과 친구가 멋있게 보였는지 그 당시 티비에 나오는 전격 제트작전에 키트(Kitt)라며 웃어주는 것이다. 용진은 그 까만 자전거를 타며 그렇게 미래로 한 걸음 씩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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