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3. 13:59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를 자주 안 보던 내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네플릭스에 가입했다. 온 가족 7명이 보기 때문에 한 달 13불 정도는 투자 할 만 했다. 며칠 전 밤중에 내 방에서 혼자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요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세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여 영화가 더 실감이 났다.
영화내용은 대충 이렇다. 펀드회사에 과장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딸 아이 하나 있는데 엄마에게 가겠다고 조르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부산에 사는 이혼한 아내에게 딸을 데려다 주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사람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결국 기차는 중간에 멈추게 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에게 당하지 않으려 난리가 난다. 그 중에 그 아빠와 딸도 간신히 좀비를 피해 가는 와중 체격이 좋고 힘이 센 어떤 남자와 그의 임신한 아내를 만나 서로 도우며 동행하게 된다. 그 힘센 남자와 그 아빠는 약한 아내와 딸을 보호하다가 희생되고 결국 가장 연약한 임신한 아내와 어린 딸만 유일하게 방역에 성공한 부산에 무사히 당도한다.
지금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그 영화를 한창 보며 울컥 울컥 눈물을 삼키던 밤 11시쯤 어떤 손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마스크를 다음주에 찾으러 오겠다는 문자였다. 며칠 전 처음 그로부터 문자가 왔을 때 가격에 대해 얘기 하였으나 이번엔 돈을 받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굉장히 고마워 했다.
가게에서 마스크 만드는 일만 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며칠 후 그 손님이 마스크를 찾으러 왔다. 무료로 만들어 준 보답인지 내가 좋아하는 생강과자를 내민다. 손님 중에 누구였을까 궁금했는데 70대의 선한 인상의 할아버지다. 평소에 좋은 이미지를 우리에게 심어 준 손님이다. 나는 그분에게 마스크 네 장을 건넸다.
그 영화를 보던 와중에 사실 그 손님이 불현듯 떠 올랐었다. 그런데 잠시 후 공교롭게도 그 손님으로부터 문자가 온 것이다. 그 영화로 나의 감정이 격앙되지 않았다면 그 손님에게 마스크를 무료로 주겠다고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부산행’ 영화는 그 손님에게 기꺼이 마스크를 그냥 드리도록 내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았다.
내 마음은 무엇을 보느냐 무엇을 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드라마나 영화는 사람들에게 정말 훌륭한 교육 자료이다. 앞으로 좋은 영화 드라마를 봄으로 내 마음을 잘 다듬어 나가야 겠다. 하지만 가끔은 안 좋은 것도 보게 되는게 바로 이 연약한 인생인가 보다.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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