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23:07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옷수선집, 마스크 공장이 되다
세상이 뒤집어 졌다. 코.. 머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힘들다. 우리 옷수선집도 임시휴업에 들어간지 2주가 넘어 간다. 세탁소는 필수업종이라서 영업을 해도 되는 사업이라지만 세탁소와 형제지간인 옷수선집은 내 생각에 필수업종은 아닌 것 같아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시국에 가게 문을 잠근 체 어머니와 함께 안 하던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은 바로 마스크 제작.
이 미국은 절대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하다. 일주일 전인가? 우리 손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 지역 여러 병원에 마스크 조달을 담당한 사람인데 마스크 300개를 만들어 기부해 줄 수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 무기한 휴업상태에 들어가서 재정적으로 절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 지역사회를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흔쾌히 하기로 했다.
우선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유튜브로 보는데 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내 방에 오래 전에 구입했던 마스크 한 장이 있어 그걸 그대로 본 떠서 만들기로 했다. 재료 또한 문제인데 얼마 전 페이스북에 지인 한 분이 마스크 만드는 걸 올려서 그 분으로부터 재료에 대해 알아 냈다. 그 재료는 Polypropylene이라는 것이었다.
그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JoAnn Fabric으로 갔다. 가게에서 대충 면으로 만든 마스크를 쓴 체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그 재료를 찾아 주었다. 15야드가 남아 있었는데 전부 다 구입했다. 고무줄도 필요했으나 남아 있는 것이 없어 실망하자 직원 한 사람이 고무줄 대용으로 쓸 만한 걸 내밀었다. 아쉬운 대로 그걸 사서 가게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가지 더 필요한 재료가 있는데 코 부위에 콧김이 새지 않도록 해 주는 얇은 철사다. 평소에 하찮게 여겼던 식빵 담는 봉지 묶는 철사인 것이다. 이것저것 필요한 게 몇 가지 되어 ebay와 아마존에 주문을 했다. Polypropylene은 80야드를, 고무줄은 40야드, 그리고 철사는 기본 주문량이 1000개라 1000개를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하니 약 300여 달러가 들었다. 그런데 오하이오에 사는 누나가 재료비를 보내 주겠다고 하여 부담을 덜게 되었다.
어머니는 재단을 하고 나는 미싱으로 작업을 하는데 피로가 몰려왔다. 예전에 정상적으로 일 했던 때 보다 더 힘들었다. 잠을 많이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조카와 놀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는데 코피가 쏟아졌다. 그러자 몸이 개운해 지기 시작했다. 어머니께 말씀 드리자 큰일 날 뻔 했다고 하시며 혈관이 막혀 있다가 피가 코로 터져 나온 게 아니냐는 말씀이다. 미국에서 산지 27년 동안 코피를 흘린 기억이 없는데 이번 일로 이제 나도 건강에 자신할 나이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 사람이 요청한지 일주일만에 가지고 있는 재료로 일단 60여개의 마스크가 완성 되었다. 문자로 찾아가라고 알리니 문밖에 놓아 달라고 한다. 최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는 것이다. 10여분이 지나자 그 여자가 하얀 밴을 몰고 우리 가게 앞에 주차하곤 고맙다는 목례를 한다. 이제 재료가 더 오면 나머지 240개의 마스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지역에도 감염자수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집에 어머니, 나, 동생식구. 이렇게 7명인데 한사람이라도 감염되면 우리집은 끝장이다. 그래서 마트에 갈 때 가장 조심스럽고 꼼꼼한 나 혼자 가기로 했다.
미국도 이제 마스크를 쓰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 300개 만들고 나서도 계속 수요가 늘어나면 우리 옷수선집은 수선집이 아니라 마스크 공장이 될 거 같다. 이런 비상사태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한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사태가 장기화 되면 아마도 올해 내내 마스크만 만들다 끝날 지도 모른다. 과연 이 코로나19사태가 언제쯤 막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우리 가게가 마스크 공장이 아니라 옷수선집으로 돌아갈 때가 바로 코로나19사태의 끝이 아닐까?
2020.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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