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1. 19:36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코로나19와 우리 옷수선가게
아마도 3월로 접어 들면서 였던가? 가게에서 일 하는 하루 하루의 느낌이 점점 달라지다가 19일인 어제와 20일인 오늘을 겪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이곳 사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급격히 느끼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켜 놓고 일하는 옷수선집 환경은 일 하면서 세상 분위기와 상황을 그때 그때 알게 해 준다. 또한 손님들의 표정과 상태를 보니 어제와 오늘,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손님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없었는데 오늘은 두 명이나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손님도 오전에 몇 명 왔을 뿐 오후엔 거의 오지 않았다. 막바지 6시 퇴근시간 20분 남겨 놓고 한 사람이 들어 왔는데 가끔 우리 가게를 찾아오는 홈리스였다. 글쎄 홈리스인지 확실히 모르나 우리 가게 창문을 닦아 주겠다고 하면서 돈을 받아 가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맨 처음 찾아 왔을 때, 그에게 닦도록 했고 10달러를 요구하길래 팁까지 얹어서 15불을 주었다. 그 이후로 가끔 찾아와서 5달러씩 주고 그냥 보냈다. 며칠 전에도 왔길래 5달러를 주어 보냈는데 오늘도 와서는 유리를 닦아 주겠으니 2달러만 달라고 했다. 급하게 2달러를 꺼내 주어 보냈다. 그러더니 God Bless하며 문을 열고 나간다.
그런데 어디선가 그를 따라온 사람인지 소독제와 페이퍼타월로 우리 가게 문고리를 닦으며 그에게 주의를 주는것 같다. 그러자 그가 알았다고 하고는 사라졌다. 안쪽 문 고리는 내가 소독을 했다. 프람시즌인 요즘 우리 가게에는 일반 옷은 거의 없고 드레스만 있다. 프람드레스는 두 개 정도만 있고 거의 브라이드메이드 드레스이다. 아마도 프람파티가 취소 될 것 같은데 손님들에게 문자를 보내어 확인 후 일을 해야 겠다.
아마존에 마스크를 주문한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 오지 않고 있다. 가게문을 여는 한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결국 어머니께서 마스크 두 장을 만드셨다. 가게 선반에 있던 면으로 만든 마스크인데 그거라도 하면 좀 나을까 싶지만 마스크를 구할 수 없으니 그거라도 해야 한다. 내일은 토요일, 할 일이 있으니 가게 문을 연다. 하지만 이번 주 내내 맡긴 옷이 거의 없으니 다음주는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임시휴업을 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2020년, 쥐띠해. 코로나19의 1차 숙주인 박쥐. 쥐띠인 나. 올해 쥐들이 고운 마음으로 평화의 상징인 미키 마우스가 되어 오늘날 이 위기를 잘 넘기길 바란다.
2020년 3월 2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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