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0. 14:21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말 한마디 잘 했더니
예전에 우리 옷수선 가게 손님 패딩 잠바 어깨에 동그란 패치를 달아 준 적이 있는데 최근에 다시 달아 달라고 가져 온 적이 있다. 잠바 재질이 얇아 패치를 떼었다 다시 달면 상처가 남을 게 뻔 했다. 그 손님은 이 패치 무늬 방향이 어깨 선의 각도와 같아야 하지 않냐며 다시 가져 온 것이다.
다시 일을 하기 애매한 일이라 어떻게 말을 할까 잠시 궁리하던 끝에 반짝하고 생각이 떠 올랐다. 어깨에 다는 패치는 패치의 문양이 팔의 방향과 각도가 같아야 하고 어깨선은 그 패치의 중앙을 맞추기 위한 것 뿐이라고 일러 주었다.
사실 우리 가게에서 패치 달 때 거의 모든 경우에 경찰 유니폼이든 군복이든 그 방법으로 패치를 달아 왔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 손님도 내 말에 수긍이 갔는지 낯빛이 밝아지고 자기의 옷에 달려있는 그 패치가 잘못 달린 줄 알고 껄끄러웠는데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신 있게 그 패치가 제대로 달려있음을 확신시켜 주자 지갑에서 5달러를 꺼내어 나에게 내민다.
나는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굳이 꼭 주고 싶다고 하기에 못 이기는 척 하고 받았다. 그 손님 참 경위가 밝은 사람이다. 제때에 말을 잘 하면 사람의 기분을 순간 전환시킬 수 있다. 촌철살인과 같은 말 한마디 잘 뽑아 내면 분위기가 확 바뀌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구나.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결국 생각을 잘 하는 것이니 평소에 긍정적인 마음과 건강한 신체를 가꾸어야 겠다.
2020.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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