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수선 이야기 - 껌 볼 머신의 추억

2019. 10. 7. 12:26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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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볼 머신의 추억

 

2001, 내쉬빌 북쪽 10마일 지점인 헨더슨빌에 처음 옷수선집을 개척하기 전, 그 자리는 미용실이었다. 그 미용실에 있던 껌 볼 머신 자판기를 우리 가게에도 계속 두었다. 1센트 페니만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각양각색의 동그란 껌볼 중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내려왔다. 18년이 지난 2019년 바로 어제 아주 오랜만에 어떤 여자손님이 두 자녀를 데리고 우리 옷수선집에 찾아왔다.

 

그 두 자녀 중 큰 아들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내가 미싱을 돌리는 자리 바로 옆을 가리키며 자기가 3살 때 엄마따라 이곳에 왔을 때 미스터박이 내게 패니를 주어 껌볼 하나를 빼 먹었다는 것이다. 현재 스무살이고 아직 그때가 생생한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 껌 볼 머신은 사라지고 대신 카운터 위에 쵸코바를 통에 넣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 훌쩍 자란 손님아들이 쵸코바 하나를 집어든다. 그 옛날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 우리 가게를 다시 찾아 와 추억을 나누며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숙연해 진다.

 

 

한자리에서 오래 사업을 하다보니 우리 옷수선 가게가 어떤 사람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되기도 하는구나. 나 또한 옛날 한국에서 살 때 아마도 네 살 때, 대구에 잠시 머문 적이 있는데 온가족이 여관에 기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관 라비에 큰 어항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어항 속 큰 물고기가 내 기억에서 헤엄을 친다.

 

그 여자손님은 왜 그동안 우리 가게에 오지 않다가 뒤늦게 다시 찾아 왔을까. 그 이유는 그저 상상할 뿐이지만 연어가 태어난 곳을 다시 찾아와 알을 낳듯 이 여자손님도 뭔가 옛추억을 떠올리는 아들처럼 무심히 핸들을 우리 가게로 돌렸을 지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오랫동안 오지 않던 옛날 손님들이 띄엄 띄엄 찾아 돌아온다. 이 것을 다른 말로 회귀본능이라고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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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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