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2. 13:55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착각과 고지식
늦은 오후, 여자아이 둘과 할머니 그리고 아빠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우리 옷수선 가게에 들어온다. 언니뻘 되는 여자아이가 탈의실로 들어가 드레스를 입어 보고 어머니는 핀으로 품을 찝고 나는 청바지 허리 줄이는 작업을 마저 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아빠로 보이는 사내가 갑자기 문을 확 열고 나가더니 차를 타고 가버리는 것이다. 그 즉시 아차, 그 남자 이 손님들과 가족이 아니라 또 다른 손님이구나. 그래도 그렇지 내가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있다고 본인도 가만히 서 있으면 어떻게 하나?
나는 어머니와 궁시렁 궁시렁 별난 손님 다 본다. 이러면서 일을 계속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손님이 다시 들어온다. 이미 그 아이손님은 갔고 이 남자가 하는 말이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갔다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당신들이 나를 그 손님들과 한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했으면 나에게 말을 해서 나로 하여금 손님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그 남자손님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기만 했으니 나로선 그 남자가 가족일 거라는 착각을 할 수 밖에 없는게 아닌가? 빠릿빠릿한 한국사람보다는 뭔가 좀 순진하고 고지식한 구석이 있는 미국사람이다.
앞으로는 동시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일행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 그 손님은 청바지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말 걸기가 조심스러웠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게다가 급한 볼 일이 있어 그 일부터 하고 다시 돌아 왔으니 그 손님을 별나다고 말한 거 취소한다. 넓은 미국땅, 그래서 사람까지 여유가 있나?
----
2019. 6. 21
'이야기 > 미국 옷수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옷수선 이야기 -- 실수를 하다 (0) | 2019.10.18 |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껌 볼 머신의 추억 (0) | 2019.10.07 |
약혼녀 맘대로 (0) | 2019.03.08 |
구두쇠 손님의 절약은 과연 진정한 절약인가? (0) | 2019.02.28 |
손님에게 들킬뻔 (0) | 2019.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