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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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수필] 돈 40불 버는데 1년이 걸리다
돈 40불 버는데 1년이 걸리다 약 1년 전 어떤 백인 여자 손님이 찢어진 쿠션 커버를 우리 가게에 맡긴 적이 있다. 그 당시 꼭 찾아 갈 것처럼 중요하게 여겼기에 나는 디파짓 받을 생각도 없이 맡았다. 다 고치고 문자를 보냈는데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나중에 회복하면 찾으러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손님은 거의 1년이 지나면서 총 다섯 번의 문자를 해도 찾으러 오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 번 더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우편료를 온라인으로 보내 줄 테니 소포로 보내 줄 수 있냐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집에 배달해 주겠다고 했더니 개스비를 주겠다며 액수를 알려 달라고 한다. 집주소를 보니 가게에서 거의 50분 거리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개스비 5불에 고친 비용 25불 해..
2022.07.01 -
[미국 옷수선 일기] :: 가족의 안전을 위한 환불 - 30불
가족의 안전을 위한 환불 - 30불 몇 년 간 조용했다. 미싱 돌리는 소리 외엔 그다지 시끄럽지 않았는데 오늘 주말 한 손님이 츄리닝 세 개를 테이블에 놓더니 저번에 해 간 건데 왼쪽 오른쪽이 1인치 차이 난다며 긴 쪽에 맞춰서 다시 해 달라고 한다. 짧은 쪽에 맞추는 건 가능해도 긴 쪽에 맞출 수는 없어서 혹시 몰라 한 번 입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안 입어 볼려구 용을 쓴다. 그래도 다행히 탈의실로 인도했다. 입은 채 바지 뒷 기장을 보니 거의 정확히 맞았다. 사진을 찍어 보여주니 이젠 앞이 다르다고 우긴다. 그래서 한 쪽 신발에 걸린 걸 자연스럽게 놓아 보았더니 마찬가지로 거의 같다. 손님 다리는 왼쪽 오른쪽이 서로 1인치 다르다고 말해주니 아니라고 하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크래딧 카드 영수..
2022.03.27 -
[미국 옷수선 일기] :: 갑자기 태클을 거는 손님?
갑자기 태클을 거는 손님? 오늘 중년의 백인 아줌마가 딸을 데리고 수선 된 정장을 찾으러 왔다. 그 아줌마의 딸이 잠시 입어 보는 와중에 그 아줌마가 가게에 죽 걸려 있는 드레스와 옷가지를 보며 언성을 높인다. “이런 일 힘들지 않아요?!” 첨엔 억양이 격앙되어 있어서 뭔가 따지려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려워 보이는 일을 매일 하는 어머니와 내가 신기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려우니까 우리가 돈을 벌죠? 쉬운 일이면 누구나 해서 저희가 돈을 벌겠어요? 저는 차를 못 고칩니다. 어려워서. 그래서 정비사가 돈을 벌겠죠?”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 단골 자동차 정비사가 수선된 작업복을 찾아갔다.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말을 걸어 보았다. “손님, 매캐닉(Mechanic)이죠? 바디..
2022.02.26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머리 좋으면 부자되기 쉬운가?
머리 좋으면 부자되기 쉬운가? 우리 가게에 가끔가다 손님이 옷을 찾으러 와서 한다는 말이, "옷 맡길 때 이미 지불했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화들짝 놀라며 우리 가게는 찾아갈 때 결제한다고 말해 준다. 그래도 미심쩍어 할 때가 있다. 그래서 도장을 준비했다. 인보이스(送狀)와 손님에게 끊어주는 티켓에 그 도장을 꽝 찍어주며 이건 아직 지불하지 않음을 뜻한다고 일러준다. 열에 아홉은 오케이하며 그 즉시 이해하는데 어젠가? 한 초로의 남자 손님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얘기만 한다. 전에 얼마를 지불했다느니 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말을 한다. 다행이 겨우 이해를 시켰는데 가게를 나가며 타는 차가 아주 근사한 스포츠카이다. "이해력이 그렇게 부족한데 돈은 잘 버나봐요?" 하며 어머니께 말씀 드렸다..
2021.12.30 -
[미국 옷수선 일기] :: 옷수선 14년차 남자의 뿌듯한 하루
옷수선 14년차 남자의 뿌듯한 하루 우리 옷수선가게에 어느 백인 엄마와 동양인 딸이 합창단 가운을 가지고 왔다. 그 엄마는 아마도 그 딸을 입양한 모양이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그 딸은 며칠 후 있을 합창 행사에서 입을 가운이 너무 작아서 우리 가게에 찾아온 것이다. 자로 재 보니 거의 2인치나 작았다. 옆 씸라인에서 늘일 수 없어 뒤 지퍼라인에서 천을 연결하여 늘리기로 했다. 다른 일이 밀려 하지 못하고 있다가 찾아갈 날짜가 다가와서 새벽같이 일어나 가게로 가서 작업을 했다. 거의 두 세 시간이 걸려 마무리가 됐다. 그런데 2인치가 아닌 1.5인치만 늘려졌다. 가게 문을 열고 그 손님에게 문자를 하여 딸에게 한 번 입혀 보게 하자고 했더니 학교에서 합창연습이 늦게 끝나 가게 영업시간 이후에나 올 수 있..
2021.12.05 -
[미국 옷수선 일기] :: 나에게 이런 면이?
수선된 드레스를 찾아가는 손님. 이 손님은 집에서 직접 시도했다가 망쳐서 우리 가게에 가져왔다. 그만큼 돈을 아끼려는 가격에 민감한 사람이다. 가격을 말해주자 좀 비싸다는 눈치다. 그래도 자기가 직접 해 보며 힘들다는 걸 몸소 체험 해선지 청구액 그대로 지불한다. 카드를 내미는 그 손님에게 결혼식이 12월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당장 이번 주말이란다. 그 손님은 머릿속에 비싼 가격이라는 생각은 사라지고 곧 있을 결혼식이라는 경사가 머릿속에 가득 찬다. 의도하였든 아니든 결혼이 언제인지를 물음으로써 손님의 가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해소시킬 수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나에게 그런 수완도 있었냐며 살짝 놀라신다. 2021. 11. 30 YouTube - 짭짤한 시인의 싱거운 이야기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