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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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일기] :: 성질 디러운 아들과 그의 노모
성질 디러운 아들과 그의 노모 어머니께 존댓말을 쓸 때는 “어머니, 잘 주무셨습니까?” 인사하는 아침 뿐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온종일 어머니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어제도 어머니와 나는 일터인 옷수선집에서 옷을 고쳤다. 그런데 이런, 말 한마디 잘못하여 어머니의 심기를 망가뜨렸다. 손님이 맡긴 셔츠 튿어진 곳에 눈에 잘 띄도록 색깔 테잎을 붙여 놓았는데 어머니께서 여기 고치는 거니? 하며 불필요한 질문을 하시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걸 물으셔서 나는 대뜸 “보면 몰라요?” 했다. 자상하지 못한 아들의 ㅆ가지 없는 말에 어머니가 마음이 많이 상하셨는지 그 날 어머니는 일손을 놓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오늘, 너가 일 다해라!” 어머니 마음이 심하게 상하신 모양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탓인가? 나..
2021.10.27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옷수선의 딜레마 - 손님의 다리는 정상이 아니다
옷수선의 딜레마 손님의 다리는 정상이 아니다 옷수선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은 바지 기장 줄이는 것이다. 보통 탈의실에서 갈아 입고 뒤 돌아서면 똑 바로 서 있으라 하고 자로 왼쪽 오른쪽 바닥에서 똑 같은 길이로 해서 핀을 꼽는다. 이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생각하고 해 오다가 깨져버린 일이 생겼다. 손님에게 똑바로 서 있으라고 하면 몸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똑바로 서 있을 수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럼 가장 편한 자세로 서 있으라고 해야 하나? 사실 보통 사람들이 곧은 자세로 서 있지 않고 삐딱하게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좀 몸이 뚱뚱한 남자 손님의 바지 기장을 그런 식으로 재서 일을 하는데 왼쪽 오른쪽이 1인치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편한 자세로 서 있으면 과연 몇 인치나 차이가 날까? 그런..
2021.09.23 -
[미국 옷수선 이야기] :: 우선순위와 인종차별?
우선순위와 인종차별? 오늘 오후 느즈막에 세 명의 손님이 거의 1분 간격으로 나란히 들어왔다. 첫번째 백인 할머니 손님은 무려 옷 여덟 개나 들고 와서 탈의실에서 한창 갈아 입고 있다. 두 번째 손님은 흑인 중년 여자인데 거대한 드레스 세 개를 들고 와서 할 수 없이 벤치에 앉게 했다. 바로 그 뒤를 따라 들어 온 젊은 백인 여자는 단순하게 생긴 짧은 드레스를 가지고 들어 왔다. 첫번째 할머니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아서 엉겁결에 세 번째 들어온 젊은 백인 여자에게 뒤에 마련된 작은 방으로 안내를 했다. 두번째 들어온 흑인 여자가 아닌 세번째 백인 여자를 들여 보낸 것은 그 작은 방에 흑인 여자의 그 큰 드레스 세 개를 갈아 입고 잴 만한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 옷은 어머니가 ..
2021.09.08 -
[미국 옷수선 일기] :: 돈이 전부 날라가다
돈이 전부 날라가다 허걱! 가게통장에 최근 2주간 크레딧카드 입금이 전혀 없다. 크레딧카드 회사에 전화해 보니 알아 보겠다고 한다. 24시간에서 4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애가 탔다. 영어가 유창한 동생에게 다시 전화를 하게 했다. 이번엔 왜 입금이 안 됐는지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가게 크레딧카드 단말기가 전화선과 공유를 하고 있어서 카드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1주일간의 결제는 기록이 있을텐데 그 이전 결제는 삭제됐을 거라고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손님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다시 돈을 받아내는 것 뿐이라고 한다. 손님들에게 받아야 하는 돈이 약 1500불 정도였다. 동생과 나는 영수증과 인보이스를 맞춰보며 손님들에게 다시 돈을 받아 ..
2021.06.29 -
[미국 옷수선 일기] :: 이런 손님은 처음이다
이런 손님은 처음이다 엄마와 딸로 보이는 두 손님이 들어온다. 옷수선집이 처음인지 어리바리하다. 바로 저쪽 구석 탈의실로 안내했다. 두 모녀가 함께 들어가서 동시에 옷을 갈아 입는지 부시럭 소리가 요란하다. 한참 후에야 커튼이 열린다. 그리곤 핀이 꽂힌 옷을 들고 나온다. 자기들 스스로 옷에 핀을 꽂은 것이다. 옷을 고치는 사람이 직접 핀을 꽂아야 확실하기 때문에 다시 입으라고 했다. 옷수선 20년 동안 이런 손님은 처음이다. 허긴 어떤 옷수선집은 손님이 집에서 핀을 꽂아온 옷만 받는다고 들었다. 그래선지 그 옷수선집 평이 별로 좋지 못하다. 옷을 고치는 것 보다 핀을 꽂는게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핀을 정확하게 꽂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이기 때문이다. 2021. 6. 24
2021.06.25 -
[미국 옷수선 일기] :: 그 저주받은 가격, $13.66
$13.66 그 저주받은 가격 우리 가게에서 일반 바지단 줄이는 것은 $13에 세금 붙여서 $14.20이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좀 비싼 감이 있어 $12.50에 세금을 붙여 $13.66을 받았다. 찾아가는 손님에게 "Thirteen Sixty Six!"하며 크래딧 카드를 기다리는데 왠지 공기가 싸늘하다. 가격을 낮추었지만 가격의 숫자가 영 꺼림직 한지 손님들의 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갈랜드라는 중년의 손님이 있는데 "Thirteen?!"하며 되 묻곤 했다. 미국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와 "666"이라는 숫자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격을 낮추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전 가격이 낫겠다. 이 저주받은 "13"이라는 숫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