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옷수선 일기] :: 그 저주받은 가격, $13.66

2021. 3. 14. 11:59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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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

그 저주받은 가격

 

우리 가게에서 일반 바지단 줄이는 것은 $13에 세금 붙여서 $14.20이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좀 비싼 감이 있어 $12.50에 세금을 붙여 $13.66을 받았다. 찾아가는 손님에게 "Thirteen Sixty Six!"하며 크래딧 카드를 기다리는데 왠지 공기가 싸늘하다. 가격을 낮추었지만 가격의 숫자가 영 꺼림직 한지 손님들의 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이다.

 

갈랜드라는 중년의 손님이 있는데 "Thirteen?!"하며 되 묻곤 했다. 미국사람들은 "13"이라는 숫자와 "666"이라는 숫자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격을 낮추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전 가격이 낫겠다. 

 

이 저주받은 "13"이라는 숫자는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이 13일의 금요일에 집행되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인데 아마도 이 저주가 풀리기 위해선 예수님이 13일의 금요일에 재림을 하셔야만 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4"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학창시절 유난히 4반이었던 적이 많았고 개인번호도 숫자 "4"가 많이 들어 있었다. 한국인의 정서로 "4"는 서양의 "13"과 같은 숫자인데 나는 왜 "4"라는 숫자에 긍정적일까?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방위표시와 모양이 같아서 일까? 

 

 

부정적으로 인식 되어지는 것에 대한 연민? 다소 침울한 성격의 어린시절과 비슷한 숫자 "4"에 감정이입을 한 걸까? 다른 숫자보다 내 인생에 더 관여를 한 숫자 "4"에 대한 나의 긍정은 부정적이고 침울함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

 

사회적인 통념을 깨기 위해서는 이러한 저항이 필요하지 않을까? $13.66라는 가격에 웃음 짓는 손님이 나타난다면 그에게 무료쿠폰을 끊어 주고 싶다. 어쩌면 인간은 오랫동안 굳어진 관념에 억압되어 그 관념의 노예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관념을 깨기 위해선 새로운 관념이 필요하다. 숫자 "13"에 꽉 차 있는 그 저주 이야기를 걷어내고 새롭고 밝은 이야기로 입혀야 한다. 이처럼 이 세상에는 그 외에도 저주의 주문에 묶여 있는 다양한 관념과 양식들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른다. 우선 우리 가게에 바지 단 가격, $13.66부터 그 마법의 쇠사슬을 풀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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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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