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1. 16:30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조폭손님의 No 마스크
조폭은 아니겠지만 요즘 온 몸에 문신을 한 거구의 남자들이 우리 가게에 자주 출몰을 한다. 차에서 내리는 그 손님의 얼굴에 마스크가 없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손님을 향해 습관적으로, “Do you have a mask, please?” 하며 마스크를 써 달라고 요구했다. 어제 이미 마지막 남은 마스크를 어떤 손님에게 주었기에 이 손님이 마스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이 손님의 비말을 마셔야 했다.
다행이도 그 손님이 다시 차로 간다. “쉿(Shit)!!”을 한다. 총을 가지러 가나? 내가 가진 무기는 한국에서 배웠던 태껸 무료강습 4개월과 미국에서 배운 태권도 노란띠와 내쉬빌 텍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가라데 1학점이 전부였다. 오십을 바라보는 이 몸, 삐걱삐걱하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권총 한자루가 아닌 멀쩡한 마스크 한 장 손에 쥔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Thank you for wearing!” 하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바로 그 남정내는 거무튀튀한 가죽조끼를 나무탁자 위에 철퍼덕 놓는다. 해골 패치와 십자가 패치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골고다 언덕 위에 십자가인가?
빈 공간에 여덟 개의 새로운 패치를 놓으며 오늘 내로 해 달라고 한다. 사진을 찍어 패치의 위치를 접수하고 오늘 내로 해야 하는 또 다른 청바지 패치 (여기서 패치는 구멍 난 곳 패치를 덧 대는 것이다.)를 마저 한다.
토요일, 2시에 닫기에 1시에 오라고 했다. 40분 전에 일이 끝나 미리 문자를 하니 막 출발 한다고 한다. 완성된 가죽조끼 패치를 꼼꼼히 살핀다. 뒤 판에 실밥 튿어진 커다란 패치를 보더니 돈을 줄 테니 지금 해 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냥 해 주겠다고 했다.
모조가죽 벤치에 앉은 그 사내가 미싱 앞에 앉은 내 뒤에서 보고 있는지 뒤통수가 가렵다. 약 5분 후 끝이 나고 그 조끼를 건넨다. “I’ll be back!” 다시 오겠다고 하며 문을 열고 나간다.
2021. 2. 21
'이야기 > 미국 옷수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 옷수선 일기 ] :: 성조기를 걸며 마음엔 태극기를... (0) | 2021.03.11 |
---|---|
[미국 옷수선 일기] :: 만사가 예사롭지 않다 (2) | 2021.03.06 |
[미국 옷수선 일기] :: 그 손님을 믿어야 하나 (2) | 2021.02.18 |
[미국 옷수선 일기] :: 한방 먹다 :: 얌체 손님 (2) | 2021.02.08 |
미국 옷수선 일기 :: 손님의 외모 때문에 (1) | 2021.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