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8. 10:43ㆍ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
옷수선 일기 : 그 손님을 믿어야 하나 :: 010
어제 어떤 손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약 한 달 전 청바지 허리 두 개를 했는데 여전히 좀 크다는 것이다. 데이터 베이스를 조회 해 보니 거의 두 달이 되어간다. 지금 3월이 되어 가는데 연초에 왔던 손님이다.
말로는 옷을 해 오고 일 때문에 여태 입어보지 않다가 최근 입었는데 아직 좀 크다며 다시 해 달라고 한다. 그 당시 그 손님이 가격 가지고 쥐어 짰던 기억이 난다. 청바지 허리 하기가 힘이 든 것인데 어느 베트남 손님은 웃으면서 라도 깎아 달라고 하지, 이 손님은 아주 험한 얼굴로 덥석 주서 먹을 기세로 깎아 달라고 덤비니 일은 일대로 힘들고 대가는 억울하고.
그래도 일이 한가하여 그 손님이 원하는 가격에 했었다. 그런데 두 달이 다 되어 다시 해 달라니까 어처구니가 없다. 예전 같으면 열불까지 날 텐데 요즘은 그렇지는 않다. 입어 보지 않은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살이 빠졌다면 클 수도 있지 않은가.
옷수선에서 다시 하는 건 되도록 없어야 하는데 꼭 기분 나쁘게 맡은 옷은 다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손님을 가려서 받을 수도 없고 옷 수선 20년차인 2021년 올해 원칙을 정하자. 옷을 맡기고 한 달 넘어서 다시 가져 오는 경우는 돈을 받기로.
가게 초창기엔 영어가 어눌한 걸 이용해서 우리 잘못도 아닌 걸로 되려 고소 하겠다고 덤비던 손님도 있었는데 아무튼 손님 데이터베이스에 거의 7000명이 있으니 어머니와 나 아주 닳고 닳았다.
2021.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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