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국 옷수선 이야기(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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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옷수선 일기 :: 경쟁이자 상생 :: 한국인 손님의 특성 - 엄격함
[옷수선 일기 005 : 경쟁이자 상생] 월요일 아침, 어떤 할아버지 손님이 옷걸이 수 백여개를 우리 가게에 가져 오셨다. 우리 가게 단골인 아내가 얼마 전 암으로 별세하셨다고 한다. 손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니 별 네 개나 된다. 별 네 개 정도면 정말 괜찮은 손님인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웃 옷수선 가게와 이 옷걸이를 나누어야 겠다. 이웃 옷수선가게는 경쟁관계 이기도 하지만 상생관계이기도 하다. 둘 중에 하나가 문을 닫으면 한 곳으로 몰리는 많은 손님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020. 10. 19 [옷수선 일기 006 : 한국인 손님의 특성 - 엄격함] 어제 고급승용차를 타고 온 젊은 인도여자 손님이 옷 세 개를 가지고 우리 가게에 찾아왔다. 설마 했는데 역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깎으..
2021.01.23 -
미국 옷수선 일기 :: 3인치를 더 자르다 :: 철든 아이란?
[옷수선 일기 003 - 3인치를 더 자르다] 어제 오마니께서 셔츠 기장을 줄이시다가 실수로 3인치를 더 자르셨다. 그 손님에게 방금 문자로 자초지종을 보냈는데 아직 답은 없다. 그 손님이 오면 얘기 할까 하다가 KN95 Face Mask on FDA List, 10 Pack 미리 문자로 보내 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감정이 누그러 질꺼라는 기대에 그렇게 한 것이다. 키가 무지하게 컸던 그 손님. 땡강한 셔츠에 화를 내며 물어 달라고 할지 허허 웃으며 괜찮다고 할지.. 키 큰 사람은 싱겁다는데.. 2020. 10. 16 결과: 그 셔츠값 물어주고 수선비 못 받음 [옷수선 일기 004 - 철든 아이란?] 어린 여자아이(7?)가 할머니와 작은 드레스 품 줄인걸 찾으러 와서 잘 맞는걸 확인하고 페이를 한..
2021.01.22 -
[미국 옷수선 이야기] S라인 :: 보이지 않는 피
[옷수선 일기 001 : S라인] 어느날 드레스를 찾으러 온 손님이 잘 맞나 입어 보는데 몸에 더 꽉 끼길 원했다. 다시 하려면 일이 많고 그래서 이런 말을 해 주었다. "당신의 S라인에 드레스가 따라 갈 수가 없어요." 그랬더니 다행이도 그냥 넘어갔다. 2020. 9. 11 [옷수선 일기 002 : 보이지 않는 피] 어느 백인엄마가 다섯 살 쯤 되어 보이는 한국 입양아이를 데리고 옷을 찾으러 왔다. 아이는 "안녕하세요?"라고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 인사를 한다. KN95 Face Mask on FDA List, 10 Pack 그 모습이 찡하고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 듬으려다가 시기적으로 언텍이라 손이 멈추었다. 가격도 좀 깎아서 내 주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함께 살며 형성된 보이지 않는 피가..
2021.01.21 -
전기 없인 살아도 물 없인 못 산다
전기 없인 살아도 물 없인 못 산다 어제 가게에서 일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인 오후 3시 50분, 손을 씻으려고 수돗물을 트니 히마리 하나 없는 물줄기가 졸졸 나오는 것이었다. 근처 수도공사를 하나보다 생각하곤 대충 씻고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큰 걸 보고 물을 내리는데 허탕을 치신다. 옆가게에 가서 물어 보니 아직 화장실을 안 갔는지 확인해 본다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역시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수도공사가 끝나지 않았구나 하곤 기다리기로 했다. 물이 나오지 않으니 코로나 시대에 청결함을 유지 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몇 시간이 흐르고 점심이 다가와도 물은 나올 생각이 없다. 아침에 어머니가 받아 놓은 빗물로 대충 손을 씻고 건물 관리 사무소에 ..
2020.07.24 -
가게 주인에게 덤탱이 씌우려는 그 손님은 과연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 옷수선집에서는 일하는 주인이 왕인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주인의 심기가 어떠 한지 어떤 손님은 주인의 기분을 묻곤 한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에 나오는 손님은 좀 센 손님이다. 한 일주일 전 잠이 부족한 상태인 어느 날, 한 백인 할머니 손님이 BMW에서 딱 내리곤 트렁크에서 쿠션 하나를 들고 마스크를 쓰며 들어 온다. 나와 어머니도 주섬주섬 마스크를 쓴다. 그 손님은 좀 까다로운 일을 시킨다. 그 쿠션을 반으로 잘라서 지퍼 쪽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쿠션 크기를 반으로 잘라 달라는 것이다. 그럼 속에 솜도 반으로 축소해야 한다. 그렇게 반가운 일이 아니고 잠도 부족해서 나는 아무래도 말투가 그리 정중하지 못했다. 그 손님은 남는 천과 솜에 대해서는 언급도..
2020.07.04 -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 ‘부산행’을 보다가 그만 영화를 자주 안 보던 내가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네플릭스에 가입했다. 온 가족 7명이 보기 때문에 한 달 13불 정도는 투자 할 만 했다. 며칠 전 밤중에 내 방에서 혼자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요즘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세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아 보여 영화가 더 실감이 났다. 영화내용은 대충 이렇다. 펀드회사에 과장으로 일하는 한 남자가 딸 아이 하나 있는데 엄마에게 가겠다고 조르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부산에 사는 이혼한 아내에게 딸을 데려다 주게 된다. 기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사람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결국 기차는 중간에 멈추게 되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은 좀비에게 당하지 않으려 난리가 난다. 그..
2020.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