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오류(Error) 010 - 몽둥이

2020. 5. 20. 07:10짭짤한 문학/웹소설 : "오류(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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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운은 아픈 몸을 뉘이며 옛날 지아비(남편) 생각에 잠긴다. 일제의 어두운 하늘 아래 철도 공무원이었던 남편 박진수는 착실하고 강직한 사람이었다. 대동아 전쟁(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1941 12월 일제는 조선인 중 신체 건장한 20대 남성을 착출하기시작했다. 그 중에 진수도 선발이 되어 대동아 전쟁에 나가게 된다. 일제 식민지 하에서 나라의 주권을 잃어버린 조선인으로서는 일본군이 되는 것이 당시에는 일반이었고 자연스런 일이었다. 진수는 평소에 조선인으로서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본인들에게 원한을 품지도 않았다. 일제 때 태어나서 일제의 먹구름 아래에서 성장한 진수의 뼛속 깊이 일제의 식민 교육과 일본의 우월의식이 진수의 뇌리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진수는 조선인이었지만 일본군대에서 인정을 받는다. 그래서 빠른 기간동안 소위로 까지 진급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 진수는 만주 일본공군기지로 발령받아 근무한다. 신분은 일본군이었으나 여전히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광복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다섯 살 배기 큰아들 종옥은 차가운 일본검을 허리춤에 찬 아버지의 어두운 군복에 영원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이 항상 낯설고 서늘했지만 진수는 아들 종옥에게  한글과 천자문을 가르쳐 주며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일러주고 은연중에 우리는 조선인임을 심어 주고 있었다.

 

 

시베리아 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겨울, 봇짐장수가 진수의 숙소로 들어온다. 진수는 뭔가 두둑히 들어 있는 흰 봉투를 그에게 건넨다. 그 때는 종옥이 일곱 살 되던 해, 정기적으로 찾아 오는 그 봇짐장수의 인상이 뭔가 결연하고 생기가 있어 보인다. 일본군의 살벌하고 뭔가 맹목적인 인상과는 대조된다. 아무튼 종옥은 정기적으로 찾아 오는 봇짐장수의 결연한 눈매를 기억하고 나중에 어머니 봉운이 하신 말씀을 새겨 듣는다. 그 봇짐장수는 독립군이었다는 것을. 1945 8,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미국의 전투기가 핵폭탄을 떨어 뜨려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 바람에 결국 일본은 연합국에 항복을 하고 그에 따라 조선이 해방을 맞는다. 그런데 해방을 맞기 직전 그 일본 공군기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났는데 진수가 조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명을 쓰고 심한 고문을 받는다.  

 

이 조센징 새끼, 대 일본제국의 군인이면 뭐하나? 피가 조센징인데? 네가 방화범이지? 독립군과 내통하고 있지?”

나는 불을 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 말이 맞다. 나는 조선인이다. 비록 내가 일본군 행세를 하고 있으나 어찌할 수 없는 조선인인걸 너희들이 더 잘 알지 않느냐.”

그래, 조센징 새끼! 몽둥이 맛 좀 봐라!”

! !”

“… …”

 

개 패듯 패는 일본군의 몽둥이에 진수는 기절을 하고 밤이 되어 다시 철창에 던져 진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1945 8월 중순, 일본 공군기지가 어수선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바로 미국의 일본 본토 두 곳에 폭탄투하로 이어지는 연합국의 승리로 일본이 항복을 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진수가 머물렀던 일본기지에 일본군들도 일본으로 황급히 떠나게 된다. 철창에 갇힌 진수는 나중에 그 봇짐장수에 의해 풀리게 되고 진수는 아내 봉운과 어린 두 아들 종옥, 종술을 데리고 남쪽으로 이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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