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6. 10:42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어요
생명나무라는 속(구역)에서 신앙생활 한지 2년. 올해 새롭게 속 식구들이 재편성되어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J 라는 집사님 가정이 있다. 어제 속회(구역예배) 모임을 갖었는데 월요일인 오늘 그 집사님의 한마디 말을 묵상하며 일을 했다.
부목사님의 수고로 만든 속회모임을 위한 삶의 적용 질문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삶 속에서 시험 당한 일 나누기.. 내 차례가 돌아 왔을 때 나는 별로 생각 나는게 없어서 그 날 있었던 작은 사연을 짧게 나누었다. 별 기대 없이 던진 나눔의 말에 몇몇 분이,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연을 연달아 말씀 하시는게 아닌가.
나의 그 날 있었던 사연은 이렇다. 주일 친교후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화장실 쪽으로 걷는데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는 어느 남자 집사님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꾸벅 인사를 하자 내 어깨를 툭 건드리며 어깨 펴고 다니라고 하신다. 기 죽어 보인다는 선의의 충고셨다. 예전에도 그런 충고를 몇 번 받아 본 적은 있으나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물론 그 사연은 시험 들거나 상처 받을 만한 건 못 된다. 그저 할 얘기가 생각 나지 않아 그 날 있었던 일. 그러니까 단기기억에 저장 되어 있는 따끈따끈한 작은 생활상을 얘기 했을 뿐이다. 그 사연은 꼬리를 물고, 그래서 장가를 못간다던가, 그렇게 걷는게 내 스타일이라던가, 그럼 내 모습 이대로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여성을 만나야 겠다는 훈훈한 결론으로 내 오른쪽 B 형님께 바통을 넘겼다.
속회 모임은 이야기 나눔으로 무르익어 가고 밥 먹을 시간이 지나가는 차에 인도자님이 마지막 한가지 질문을 던지신다.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어 산을 옮긴다면 무엇이 이루어 지면 좋겠습니까? 그러자 인도자님 바로 옆에 앉은 그 J 집사님이 첫 이야기 타자로 지명이 되었다. 새롭게 들어 온 그 집사님은 아이 셋과 아내를 먹여 살리느라 이마에 고생이라는 글자를 새기셨다.
그 집사님이 그 질문에 잠깐 머뭇 하시더니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어요. 그러자 나를 비롯한 속회 식구들이 연민과 당황과 놀람을 적당히 배합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 집사님 아내분의 덧 붙이는 말이 더 걸작이다. 나는 더 살고 싶은데? 이 세상을 더 누리고 싶은데?
오늘 가게에서 그 집사님의 말을 묵상하며 일을 했는데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하나님이 천국은 만드셨지만 그 천국에 거할 사람은 금방 창조할 수 없으셨나보다. 이 험한 세상을 거쳐야만 갈 수 있게 하셨구나. 그러자 어머니께서 이러신다. 이 세상 험한 꼴 겪지 않고 천국으로 직행하면 천국이 천국이겠느냐? 이 세상에서 고생 좀 해 봐야 천국이 좋은걸 알지?
J 집사님은 이 세상에서의 고생을 얼마나 겪으셨는지 몰라도 내일 당장 가고 싶을 정도로 천국에서의 안식과 평화를 갈구하시는 것이다. 그 마음 나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성경에도 이 세상은 악한 자에 처해 있다고 쓰여 있지 않는가. 기도 하고 찬양 부르고 마음이 평안 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광풍이 부는 마음으로 성내고 짜증이 나는 일이 다반사이니 말이다.
이 세상과 천국. 죽음이 그리 멀지 않다. 은하철도 999를 타고 갈 데 까지 가는거다 . 천국이든 지옥이든 어디든 가게 된다면 부디 천국에서 만나길…. 지금 여기서는 그저 희미하게 알고 희미하게 바라 볼 뿐이다. 내게 아직 겨자씨만한 믿음도 없어서 일까. 그 집사님처럼 난 내일 당장 천국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으니 말이다. 아니면 고생을 덜 했던지...
2017. 3. 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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