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6. 19:40ㆍ짭짤한 문학/수필 :: Essay
어머니날, 짭잘한 선물
지난 어머니날 아침, 난 일어나자 마자 헐레벌떡 컴퓨터를 켜고 어머니에게 드릴 카네이션 사진을 첨부한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인쇄했다. 거실로 내려가니 엄마는 탁자에 앉아 벌써 뭔가를 드시고 계셨고 5살 짜리 조카와 제수씨가 부엌에 있었다.
나는 100불짜리 지폐가 든 편지봉투를 엄마께 드렸다. 엄마는 바로 뜯어 읽어 보신다. 어느 구절에서 엄마는 울컥 하셨다. 그걸 지켜 보던 조카 제시카도 운다. 할머니가 우시니 제시카도 따라 우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제수씨 말로는 그게 아니란다.
셈이 나서 우는 거란다. 어머니날인 오늘, 삼촌은 할머니께 뭔가를 드리고 할머니는 감동까지 하는데 자기는 엄마한테 드릴게 없어서 운다는 것이다. 그리곤 제수씨는 제시카에게 “너 자체가 선물이야. 뚝!” 한다.
작년 어머니날엔 카드를 사서 드렸는데 카드 겉 디자인 문구를 한글로 해석해서 적어 드렸다. 그 카드를 엄마는 버리지 않으시고 아직도 책상 위에 올려 놓으셨다.
“RELAX(긴장을 풀고) .. ESCAPE(피신을 하고) .. REFRESH(한숨 돌리고) .. RELEASE(놓임 받고) .. RENEW(다시 새롭게 되다)”
나름대로 의역을 해서 써서 드렸는데 왠지 이 단어들이 좋다고 하신다.
울보 제시카의 그 우는 이유를 듣고 참 독특한 아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날 당일에 급하게 준비한 선물인데 그것에도 감동하는 엄마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아예 준비하지 못해 흘리는 제시카의 눈물 또한 제수씨에게는 딸의 마음이 녹아진 짭잘한 선물이 아닐까.
2017. 5. 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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